뜨거운 녀석들 생각

단문 2013. 10. 1. 11:55

 아침부터 갑자기 예전에 봤던 영화 뜨거운 녀석들이 떠올랐다. 난 그 영화보고 진짜 며칠동안 주인공 사이먼 페그의 "Yarp~~" 말하는 모습에 시달렸는데 아직도 웃기다. 

 오늘 그래서 네이버 뜨거운 녀석들을 찾아서 추억을 되살려 영화 장면을 찾아보는데,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엄청 젊기도 젊고, 얼굴도 꽤 멋있잖아.

 세상은 참 불공평하구만.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유머감각은 어느 정도일까? 잔인한 장면 때문에 다시 볼 용기는 없지만, 진짜 보는 내내 이런 고품격 병맛 무비를 보게 되서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Yarp~" 크크크크크크크. "Narp~~~" 아 웃겨.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3 때 까지 나에겐 수첩이 하나 있었다. 학창시절의  어린 마음이 아니면 절대 작성할 수 없을 법한 "보고 싶은 영화 목록" 수첩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혹은 신문을 보다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각나면 적어놓는 수첩이었고 그 수첩 리스트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100 개 넘게 적혀 있었다. 학창시절 나의 취미는 영화기사 스크랩이었고 실제로 그 양은 엄청 방대했는데 아마 다 버렸을 거다.  
영화기사 스크랩이라는 고상한 취미는 이미 버린지 오래. 하지만 내 마음과 형성과 감수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막판에는 갑자기 영화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서 꽤나 많은시청을 했고 다시 다이어리에 볼 영화 목록을 쓰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그때 처럼 간단한 영화평이나 한번 써보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내 고상한 취미와 취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1. 메가마인드


- 한줄 영화 평 : 마이클잭슨의 bad 가 나오는 장면만 봐도 무방할 것 같다. 
- 평점 : 10점만점에 4점
- 이 영화 봤을 때 얘기 블로그에 쓴 것 같은데...태그검색에 메가마인드 치면 나온다. (잘생긴 흑인 옆에서 본 영화 후기)
난 웬만한 애니메이션은 다 재밌게 보는 편이라 이것도 지루하지 않게 봤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나에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흥미진진하지가 않았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토이스토리'나 '니모를 찾아서' '햇지' 가 얼마나 잘된 애니메이션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 성우 브래드피트 였던 거 같은데 의식해서 듣진 않았지만, 목소리 들으면서 브래드피트 얼굴을 떠올리니 어찌나 귀엽든지.   

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한줄 영화평 : 한심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 평점 : 10점 만점에 6점
- 명품만 밝히는 여자들의 얘기일 줄 알았는데,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의외로 집중해서 재밌게 봤다. 돈 벌기 위해서 예전의 꿈을 다 잊고 현실에 안주해가면서 만족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외계인처럼 생겼는데 이상하게 품격 있는 앤 헤서웨이 얼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은 닥치면 뭐든지 다 하게 되어있다. 그냥 그걸 참고 계속 닥치는 대로 하느냐, 아니면 용기있게 관둬보든지 해야 하는데.. 근데 뭐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나는 결정권조차 없긴 하다.

3. 빌리 엘리어트

- 한줄 감상평 : 난 이영화가 진짜 좋다. 최고다!

- 평점 : 10점 만점에 100점

- 이 영화  고등학생 때 보고 다시 봤는데도 난 이번에 또 울었다. 작년에 아예 OST 도 구입하였는데, 컴플레이션 앨범처럼 곡만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 속 대사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OST 산 보람이 있었다.

 

 

T-rex 의 childreon of the revolution 노래가 나올 때 장면이 뭐냐면 빌리엘리어트랑 발레선생님 딸인 데비가 신나게 베게 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둘이 깃털 날리면서 베게 싸움을 하다가, 데비가 빌리 밑에 누워 있는 (아 이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구글까지 찾았는데) 상황에서  데비가 " 보여줄까? " 라고 도발하는데 빌리는 단번에 "no" 라고 대답한다.

캬. 빌리 너 정말 쿨하고 멋진 남자구나? (나이 서른에 주책없이 좀 떨렸다)

게이가 되는 친구 마이클이나, 다시보니 완전 멋있게 생긴 다혈질 빌리 형이나, 캐릭터들도 다 사랑스럽다. 이 영화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영화 5위 안에 넣고 싶다. 어린 제이미 벨의 웃는 표정도 좋고, 팔다리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해피엔딩이라 좋다.

 

4. 뜨거운 녀석들

 

- 한줄 감상평 : 내 인생 최고의 고품격 병맛 무비

- 평점 : 10점 만점에 8점

- 이 영화는 이동진기자의 블로그에서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네개반인 걸 보고, 어렵게 찾아서 본 영화다. 일요일 낮에 아빠랑 함께 시청했는데, 중간 중간 토나올 것 같이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좀 괴로웠지만, 이 영화 때문에 한 며칠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개그가 등장하는데, 특히 시종일관 진지한 주인공이 바보를 흉내내며 얄프~ 날프~ 라고 대답하며 무전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진짜 뒤집어졌다. 저 금발 주인공 아저씨 꽤 떴는지 미션임파서블에도 등장하시던데, 반했다.

특히 저 아저씨가 마트에서 뒤돌아보면서 IDEA~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잘생긴 외모가 아닌데도 간지가 작살난다. 

아빠 역시 나처럼 잔인한 장면을 무지 싫어하시는데도, 이 영화가 나름의 철학이 있는 영화라고 평하셨다. 심하게 평화로운 건 잘못된 거라는 말씀. 사람이 모여 살면 평화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히.

몇 개의 잔인한 장면을 제외한다면 정말로 강추하고 싶다. 이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좋아하게 될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싫어하게 될 것이다.

 

5. 컨트롤러

 

- 한줄 감상평 : 용두사미 그 자체. 진짜 흥미롭게 시작 했다가 결국 그 시나리오를 감독도 감당못하고 급하게 마무리.

- 평점 : 10점 만점에 4점

- 이 영화를 보면 다크시티가 떠오른다. 만화같은 설정에 말도 안되고 유치한 비주얼의 외계인들이 머리에 주사를 놓아서 기억을 없앤다는 설정의 다크시티는  갑자기 주인공이 초인이 되고 장풍을 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고 재밌었다. 그런데 이놈의 컨트롤러라는 영화는 내 인생을 누군가가 조정하고 있다는 흥미롭고 겁내 재밌어 보이는 주제를 가지고 이정도 밖에 못만드냐. 에라이.. 도대체 왜 조정을 하고 있는지 이유도 안나오고, 갑자기 둘이 진정으로 사랑하니까 니네 운명을 바꿔주겠다니. 황당 그 자체다. 여자주인공인 에밀리 블런트라는 여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원래 있던 비서로 나오는 심술궂어 보이는 인상의 여자인데, 저 영화에서는 매력 발산 제대로 했다. 춤추는 여자의 몸매가 유일한 볼거리.

 

더 남아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