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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병

단문 2014. 3. 21. 20:01

30대 여자들이 흔히 걸리는 병이 동안병이라고 한다. 

엄청 공들여서 셀카 찍어놓고 그 사진보면서 나정도면 그래도 동안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병 말이다. 


며칠전에는 나 23살때 찍었던 사진을 봤다. 사진 속 내 피부는 엄청 좋고 볼살은 딱 보기 좋게 통통했다.

지금 보니 그때 내 겉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난 대학 때 내가 예쁘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그런 이유로 누구한테도 자신있게 나서본 적도 없고. 

오죽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쁘다는 말을 해준 분의 메신저 아이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어디가면 아직은 내가 20대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 만약에 내가 봐도 누가 봐도 어느 누가 봐도 30대 이상으로 보이게 되면 참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보여요. 이 말 그냥 예의상 30살 넘은 여자에게 해주는 말일 수도 있는데, 난 그 말을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거 보면 나도 동안병이야. 


나의 하루는 12시간이라서나혼자만 2배로 빨리 늙어버린 것도 아니고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지만, 요즘 들어 부쩍 나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며칠 전에는 퇴근 후 차 안에서 신호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회사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엄청 혐오면서도 그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고 고분고분 어떻게든 신경 거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이런게 사회생활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지만, 

못내 비애감 때문에 잠깐 눈물이 흘렀다. 


꽃다울 때도 32살 때도 사실 난 그다지 달라진 건 없는데...

난 변한 거 없는데 나이에 맞춰 겉모습은 변해가고 사람들도 그 나이에 맞는 대접을 해주고 또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주길 원하니 말이다. 

참 비극적인 일 아닌가. 난 16살 때부터 별로 변한게 없는데 그의 2배로 나이를 먹어버리다니.


금요일인데 차 밀려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저녁도 못먹고... 일은 하기 싫고. 회사에서 이런 시덥지 않은 푸념이나 적고 있다. 사무실이 참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