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07.12.13 아이고 연준아. 10

아이고 연준아.

일상 2007. 12. 13. 12:21
어제 동생의 영장이 나왔다.
2008년 2월 26일.
의정부 훈련소.

예전에 재수할 때 논산훈련소 나온 게 훨씬 좋은 데라고 하던데.
90%는 전방으로 빠진다는 의정부 훈련소가 나왔으니.

내동생은 4살 때 뇌막염에 걸려서 거의 죽다 살았다.
당시 8살 이었던 나는 그때 집안의 분위기를 똑똑히 기억한다. 난 그때 1학년이라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살던 곳이 너무 시골이라 매일 1시간 넘게 산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
다른 애들보다 항상 성장이 뒤쳐졌던 나는 학교를 왔다갔다 할 때마다 기진맥진 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많이 아프다는 것은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부터 느껴지는 것이리라.
8살 짜리 내 머리속에는 어렴풋하게 동생이 크게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고 한 번은 학교에 있다가 수업도 다 안듣고 집으로 와버린 적도 있다. 너무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감당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고생한 건 내동생이겠지만 말이다.

당시 내동생은 성인 남자들도 고통에 몸부림친다는 골수주사를 눈물은 커녕 비명 한번 내지르지 않고 견뎌내서 간호사와 의사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만큼 독한 꼬마였다. 그 뒤로 며칠 간 실어증 걸린 애처럼 한마디도 안해서 온가족이 공포에 떨긴 했지만. 독해서인지 내 동생은 일체의 합병증을 얻지 않은 채 퇴원했다. 그렇다하더라도 뇌막염의 휴유증은 꽤 큰 것이라 몇 년동안은 내동생은 잘 아팠고 그에 맞추어 나의 하루 일과 중 학교 갔다와서 동생 병원 데려가기는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다행히 중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동생은 많이 건강해졌는데 걔네 중학교가 체육시범학교라 매일 아침 운동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은 권투다. 하면 권투하고 그 다음날은 축구, 하면 축구하고, 그 다음날은 허들 이렇게. (운동장에 육상 트랙까지 있었으니) 중학교 졸업하면서 엄마가 교장선생님한테 건강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편지 쓴다는 걸 나랑 동생이 간신히 말렸다. (운동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도 이 누나는 운동을 안한단다. 흑)

어찌되었든,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육군훈련소로 갈 날짜를 받아놓은 동생이 조금 안쓰럽다. 그래도 건강해서 군대 가는 게 많이 아파서 군대 못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큭. 불쌍한 녀석! 2월 26일까지는 누나가 잘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