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만난 친구.

일상 2010. 6. 21. 17:12
회사를 관두면서 그나마 회사에서 친했던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 중이다. 내가 블로그에도 수십차례 썼지만 전우애 비슷한 기분까지 느꼈던 후배와는 가끔 연락하고 그런다. 하루에 죽으나 사나 8시간 이상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서운한 적도 있긴 있었지만, 그래도 난 후배복은 참 있어. 하고 생각하고 회사 다녔다.
또 친한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전화도 자주 하고 같이 술도 마시고 저번에 말했지만 남자친구 상담도 무지하게 많이하고 그랬다. 그 친구랑 나랑 겉모습을 보면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는 친구이고 이제까지 사귀어본 적 없는 유형의 친구였는데 의외로 재밌게 잘 놀았다.
내가 관둔다고 했을 때 눈물 흘려준 것도 그 친구 였다. 솔직히 좀 의외였다. 나는 회사에서 매일 만나고 동갑이기 때문에 친해진 것 뿐이다 생각했는데 니가 가면 난 어떻하냐면서 울기까지 하다니. 요 근래 그만큼 내 존재가치를 인정해준 사람은 처음인 거 같아서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의외로 후배는 담담했다.
난 냉소적이고 매사에 일단은 벽을 두고 충분히 생각하는 편에 속해서 (백수가 된 것도 나름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 친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로 그 친구에게 의지하진 않았는데 말이다. 물론 나도 그 친구가 있어서 큰 힘이 되고 그랬다. 같은 팀에 맘에 안드는 대리 흉도 많이 보고 부장 흉도 보고 한명씩 데리고 있는 직속 후배 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큰 추억이긴 하다.
예전 회사에서 대학 동문이었던 여자 과장님이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는 첫 직장 동료들 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회사를 관둔 건 아직까지도 의심의 여지 없이 잘한 짓이라는 생각이지만, 예전 회사를 생각할 때 그리운 건 역시 그 친구랑 후배들이다. 며칠전에는 그 친구 꿈을 꿔서  니 꿈 꿨다고 말하다가 만나기로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만나는데 그 친구를 만나서 했던 얘기 중에 대부분이 회사 일이었고, 난 회사를 떠난지 3개월이 다 되어 갔는데 할 말이 있을까?
바보같은 이야기지만, 만났을 때 할말이 없다면 난 좀 슬플 거 같다. 난 그래도 회사를 떠나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를 떠난 후 서로 할말이 없다면 그건 단지 회사 때문에 친하게 지냈던 아는 사람 정도 밖에 안되는거니까.
사실 만나기로 한 친구와 연락은 3번 정도 밖에 안했다. 그래도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이번 주 금요일에 그 친구 만나서 예전 처럼 똑같이 서로 할 말이 많다면 난 기분이 엄청 좋을 것 같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즐겁지 않은 금요일.

일상 2009. 2. 20. 14:39
2009년 들어서는 금요일 아침마다 항상 시름시름 앓는다.
일주일이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토요일 하루 완전 푹 쉬고 잠만 퍼자고 그러면 나아져서 일요일에 회복할 때 쯤 되면 이미 잠잘 시간이고 월요일이다.
목요일 밤부터 업되고 기분 좋았던 나 인데 이제는 목요일 밤부터 아플 징후가 보이다가 금요일 아침에는 열나는 상태로 출근하고 있다.
이제 금방 해열제를 먹었다. 많이 나는 열은 아니니 금방 떨어지겠지만, 열이 나면 난 왜이렇게 뒷골이 땡기는지 모르겠다.아 거슬린다. 오늘은 일 그냥 하나도 안하려고 생각 중이다.
일이 계속 막 밀려도 우선 나부터 좀 살아야겠다.

어제는 우리 엄마가 내가 사준 핸드폰을 미용실에 놓고 와버렸다고 완전 울 거 같은 표정으로 퇴근하는 나를 맞아주셨다. (24만원 주고 산건데) 산지 6개월 정도 밖에 안되서 조금 속상했지만 그냥 또 사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다시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정지해놨었는데 114에 전화해서 정지된 거 풀었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응용력 뛰어난 우리 엄마. 아빠라면 아마 내가 가서 해드릴 때까지 못하셨을 거다.

날이 갈수록 하루하루 내가 살면서 이렇게 피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면 이제금방 태엽감긴 장난감 처럼 괜찮아지던 내가 그립다.
요즘에는 자기 전에 하도 근육이 뭉쳐서 운동책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비록 야매로 선생님 없이 하는 것이지만 요가도 하고 자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날 몸이 굳어서 못 일어나겠음) 인삼도 잘 먹고 있는데 아 소용이 없고나.
집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부천역 illy

일상 2008. 10. 8. 15:21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의 집은 부천이다. 예전부터 첫째 오빠네 집에서 벗어나서 독립한다고 말은 하지만, 돈이 없어서 20살 이후로 계속 오빠네 집에서 살고 있는거다. 나는 뭐하러 돈 들이냐고 붙어 있을 수 있는만큼 붙어 있으라고 했다.
난 평일 퇴근 이후에 약속 잡는 걸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왜냐하면 우리집은 인천이고 직장은 충무로.  7시에 만난다고 가정할 때 저녁먹고 9시 반경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면 11시. 이렇게 도착해서 씻고 자면 그 다음날 아침에 피곤해서 욕나오고. 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면야 이런 걸 다 감안해서라도 만나겠지만. 그냥 난 최소한의 사람만 내 옆에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굳이 내 몸 피곤하면서까지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이건 너무 이상주의적인 발상인데 진짜 친한 사람은 안만나도 계속 친한 상태 유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단 금요일 퇴근해서는 그냥 들어가기 서운하여 부천역에서 친구를 자주 만난다. 친구 만나서 하는 건 똑같다. 저녁먹기-커피 마시면서 얘기하기. 저녁 먹는 식당도 거의 한정되어 있고 커피 마시는 곳은 더 한정되어 있는데 우리가 최고로 선호하는 카페는 부천역 교보문고 안에 위치한 illy.  일리는 원래 유명한 이탈리아 커피 전문 업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왠지 매장 안에 있는 의자랑 컵 같은 것도 디자인이 귀엽고, 서점 중간에 위치해서 그런지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데에 비하면 엄청 조용하기도 하다. 가끔 주책맞게 웃는 나와 친구는 너무 조용해서 큰 소리로 잘 웃지 못할 때도 있지만, 너무 시끄러워 큰소리로 말하다 목 아픈 것 보다는 나으니까.

우리가 저녁을 먹고 커피 마시러 가는 금요일 밤 시간대에 illy에서 일하는 이름 모를 남자가 있는데 난 그 남자를 "일본 고교 야구 이미지" 라고 부른다. 꺼벙한 얼굴 표정, 야구모자, 흰 티, 청바지. 거깃다 얼굴에는 아직도 여드름이 간혹 나는데 고교 야구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보이지도 않는 얼굴이다. 음... 포지션까지 생각한다면 일선발 투수는 아니고 이선발 투수인데 별로 승부욕이 없어서 일선발 따라갈 생각 안하고 이정도면 괜찮지 하고 만족하는 투수랄까. 크크크. 언더핸드나 쓰리쿼터 투수는 아니고 우완 정통파 투수. (소설을 써라 써) 여하튼 생긴게 일본 고교 야구 이미지 인 것 만은 확실하다. 전체적인 모습은 일단 어깨가 좀 넓고 키는 178 정도? 나이는 군대 갔다와서 휴학기간이 남아 있는 복학 앞 둔 나이 정도로 보인다.
이제 새로운 얘기할 것도 없는 우리 둘은 저 사람은 복학 앞두고 알바 하나보다 하고 단정을 지었는데 이거 이제 복학할 시기도 지난 것 같은데도 매주 금요일 밤에 거기서 알바를 하고 있는거다. 그래서 엇. 복학생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다. 그런데 금요일 밤 아니고 다른 날 갔더니 약간 더 나이든 (야구모자 청바지는 똑같이 입었다) 남자가 일하고 있길래. 저건 그 일본 고교야구 이미지 청년의 막내 삼촌이고 막내 삼촌 가게에서 그냥 일해주는 조카인가보다. 하고 또 단정을 지었다.

어느 날 또 친구를 만나서 친구 운동화 사는 거 골라주고 또 어김없이 그 고교야구 청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우리 너무 자주 가서 민망하지 않냐." 이러면서도 딱히 갈 곳도 없고해서... (교보북클럽 회원이면 15%나 할인해주기도 하고) 아무 소리 없이 카페를 들어갔는데 그 날따라 유난히 그 야구 이미지 청년이 희색이 만연하여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꺼벙한 얼굴에 희색이 만연한 걸 보니 백치미가 약 200% 정도 증가하여 나까지 좀 웃었다.
평소 때 그 청년은 어줍잖은 라떼아트를 곁들여서 내놓곤 하는데 난 밤에 커피 마시면 잠을 못자서 항상 핫초코고, 친구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메리카노는 라떼아트가 불가능 하니 그 라떼아트로 장식된 컵은 항상 내 차지다. 나무 모양이거나 나뭇잎 모양이거나 하트 일때도 있는데, 그 날은 약간 찌그러진 하트 모양이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스푼을 들고 하트 한가운데를 죽~ 그은 다음 휘휘 저어서 마시는데 내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친구도 오빠 따라서 라떼 아트 같은 거 좀 배우고,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 있음)
"야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왜?
"내가 이제까지 커피 받자마자 라떼아트 다 망가뜨리고 먹는 여자는 처음 본다."
-난 아무 생각없이 무의식 중에 그런건데?
"야 너는 욕구 불만이야. 욕구불만"
-무슨 욕구불만이야~~
"대부분은 이런거 만들어서 주면 이쁘거나 망가지는게 아까워서 조심조심 하면서 마셔.특히 여자는 더 그러고."
-헉 그러냐?

이런 대화를 하다가 왠지 라떼아트 해줬는데 다 망가뜨린 게 혼자 미안해지기도 하고 백치미 충만한 고교야구 이미지 청년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하고 장난치면 성의있게 속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성격 같아 보여서 난 한번 장난을 쳐 보기로 했다. 사실 두달 넘게 illy 안갔을 때 "야 갑자기 그 illy 에서 일하던 애 아직도 일하는 지 궁금하다... " 이런 얘기를 했을만큼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pilot의 super grip 볼펜을 꺼내서 illy 냅킨에다가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었다. 내 치밀한 계획에 의하면 현재 이 카페 안에 일하는 사람은 쟤 밖에 없고, 내가 여기에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어서 올려놓으면 분명 쟤가 치울텐데 그러면 이 메모를 보겠지? 그러면 지도 관심 있음 전화할거 아냐. 이런 계산이었다. 전화오면 뭐 어떻게 할건데? 이 생각은 미처 안하고.
그래서 난 illy 냅킨에 내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적고 보이게 하면 민망하니까 전화번호 적은 부분은 컵으로 가린 후 집에 귀가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 2주가 지났고 난 이 일을 다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는데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요즘에는 대출 받으란 전화도 핸드폰 번호로 오고 바로 끊기기 때문에 안받고 있었는데 계속 울리는 게 아닌가? 엇 누구전화지? 하고 받았는데 왠걸?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있는 다이어리고 여기 블로그고 할 거 없이 쳐다도 못보고 있었는데 티스토리 관리자모드가 진짜로 신기해졌다.
뭔가 복잡하고 맘에 안들어~!!

오늘은 9월 19일.
9월 중순인데 날씨가 어째 이상하다. 왜이리 덥지??

한 며칠간 바보 병신들만 모여 있는 게시판에 중독이 되어 있었더니 나까지 바보가 되고 찌질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오오. 중독성 강했던 사이트여. 이젠 진짜 안녕해야지.
흠, 역시 사람은 본능적으로 패배자들에게 더 끌리는 건가. (나만 그런가??)

오늘은 루꼴라가 안오는 날. 거깃다 금요일.
이번 주말에는 회사 안나온다. 아오. 신나~!!!

설레임.

일상 2008. 3. 19. 11:48

3주 연속 우울한 금요일을 맞을까 두려워서 금요일에 휴가를 냈다. 어제 얼마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냈는지 모른다. 저번에는 다른 팀 부장이 쟤는 왜저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뭐라고 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려왔다. 그 얘기 듣고 진짜 열받았다. 님이 뭔상관?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이런 때일 수록, 나는 바빠도 휴가내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연한 의지로!
정말 두려운 소문은 따로 있다. 나 그 소문이 진짜면 앞뒤 생각치않고 관둬야지 했는데 나 그럴 수 있을까? 아.. 아니야. 그 소문이 진짜면 관둬야지 어떻게 일해? 그건 인권침해야.

뉴스를 통해 금요일 날씨를 확인하니 비도 안오고 화창하댄다. 재작년 그러니까 24살 때 친구랑 종로 인사동 일대를 놀러다녔던 기억이 났다. 오전 11시쯤 만나서 저녁까지 먹고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왔는데 아마 4월 말 정도였지. 24살 봄은 진짜 잔인했다. 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유일하게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들이가 그 나들이다. 서울은 평일 낮에 보면 한가롭고 이쁘기까지 한 도시다. 저번에는 친구랑 남산, 명동, 경복궁 등등 완전 관광코스로만 하루종일 놀았던 적이 있는데 어찌나 유익하고 기분이 좋은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구 추천하고 싶었다. 특히 남산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올라가는데 힘들지도 않고 올라가서 보면 또 기분이 극락이고. (뭔가가 극락이다. 라는 표현은 친구가 쓰는 표현인데 벌써 옮아서 나도 사용하고 있다)

이번 휴가에도 나랑 놀아줄 친구는 24살 4월 말에 놀아줬던 친군데 우리 사진도 그때처럼 찍기로 했다. 엊그제는 그 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서 우리 완전 늙었어. 나이 왜이렇게 쉽게 먹냐. 라고 했는데.. 얼굴이 완전 애띠고 심지어 지금에 비해선 해맑기까지 한거다. 서글퍼졌지만 그래도 그땐 즐거웠고 그럼 된거지. 어제 마을버스 타고 오면서 이번 주 휴가 낼 생각을 하니까 요근래 들어 최고로 가스이 쿵쾅 거리는 게 아닌가. 휴가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런다. 아.. 재밌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서울시청앞 분수대도 이제부터 다시 가동한대고, 잔디에 새싹은 좀 돋았나? 아 신난다. 요즘 내 일상에 너무 뭔가가 없었다. 맨날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와서 씻고 어떻게든 10시 반 이전에 취침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살아온 3월이여. 점심시간에 청계천 가서 나는 오늘 일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직장인들 약올려야지. (그래봤자 나도 직장인이지만) 원래는 월요일에 쉴수도 있고 월요일에 쉬는게 나한테 훨씬 유리하지만 이번주 금요일도 안쉬었음 분명히 또 우울했을거다.

아 군대가서 아직도 훈련받고 있는 동생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부대로 배치될 것 같다. 키 175 이상만 간다는 소문도 있고, 그냥 군인보다 훈련 두배 행군 두배 라는 소문도 있다. 우리 엄마는 어디서 그렇게 안좋은 소문만 듣고 오시는지. 내무반도 일반 군인과 다르게 10명 밖에 안 쓰고 월급도 무려 4만원이 많댄다. 거기서 많이 하는게 헬기 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거라는데 이거 생각하니까 블랙호크다운에서 블랙번인가? (블랙호크다운을 5번 넘게 봐놓고 그거 하나 모른다. 하핫) 그.. 반지의 제왕에서 꽃미남 아. 이름 기억안나. (결국 네이버에서 찾았다. 올랜도 블룸!) 하여튼 그 놈이 헬기가 흔들려서 땅에 떨어지고 의식불명 되는 게 생각났다. 고작 생각난게 이런 불길한 거라니! 우리 엄마가 대령으로 제대한 삼촌한테 여기 어떤데냐 물어봤더니 요즘 군대 죽을만큼 훈련 안시킨다. 다 할 수 있을만큼 시키는거다. 라고 말씀하셨댄다.  근데 그것까진 좋은데 삼촌은 왜 마지막에 엄마한테 기도 많이 해야겠다는 말을 덧 붙이신건지 원. 그 말에 우리 엄마는 다시 심란해지셨다.

휴가를 이틀 앞두고 있는 수요일. 오늘도 불길하게 일이 없다. 그리고 나 일하기가 너무 싫다. 오늘은 특히 싫은걸. 좀있다 점심먹고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기로 했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제대로 된 이가 거의 없고 금니도 엄청 많은 나는 치과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너무 많다. 설마 스케일링 하다가 또 뭔가를 발견해서 견적 100만원 입니다. 하는 건 아니겠지. 무사히 스케일링 받고 오늘도 결연한 의지로 될 수 있는 한 빨리 퇴근해야겠다.


2주 연속.

일상 2008. 3. 16. 16:10
주5일을 하는 직장이라면 금요일이 제일 즐거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엊그제 3월 14일 금요일은 날씨가 그야말로 환타스틱 했다. 목요일 밤에 비가 와서인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금요일이었다.
3일연속 일이 별로 없어서 불안했던 내 예감은 완벽히 적중을 해서 내가 불안했던 것 이상으로 목요일부터 이상할 정도로 일이 몰렸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뭣 모르는 중 고등학교 시절 언론사에 종사하길 원했던 내 자신이 치욕적일 정도다. 언론 너무 믿지 말자.
저번주 금요일에도 기분이 뭣 같았는데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딱히 만날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와서 혼자 비비큐 치킨이나 시켜먹었는데 이번주 금요일도 마찬가지로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왔다. 하지만 누구 만날 사람이 있었다고 한들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일이 많아서 어차피 늦게 끝났으니까.
참담한 기분으로 집에와서 친구랑 전화하면서 그나마 기분이 좀 풀렸는데 누워서 잘 때가 되니까 다시 기분이 다시 안좋아졌다. 서러움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엉엉 울었다. 그냥 가슴이 찡하고 갑자기 눈물이 한두방울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불 뒤집어 쓰고 엉엉 울어버린거다. 저번주부터 사무실에서 울랑말랑 하다가 괜찮아졌다 가 계속 반복되는 상태였다. 그러다 뭐 터져버린 것.
내가 이런 내 상태를 얘기하면 다들 똑같이 이야기 한다. 아니.. 완전히 100% 솔직하게 말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내 맘을 말해도 될까? 하고 조금이라도 내 맘을 내비치면 어김없이 똑같은 말이 나온단 말이다.

금요일 밤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말을 들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 내가 필요하고 절실한 말은 그게 아닌데."
"그럼?"
"그냥.. 난 예전에 어떤 사람이 지금 내가 한 말이랑 비슷한 말 했을 땐 그렇게 얘기 안했어."

그랬다. 난 요즘 사람들이 나한테 얘기하는 그런 말은 안했다. 뭐 그 사람이 자기를 이해해 주는 게 나 밖에 없다고 한 말이 어쩌면 진짜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풋. 뭐 세상에 자길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는 건 그냥 그것 뿐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로 다 끝이나버렸다해도, 그 당시에 나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마 단 한명도 없었던 모양이다.
막상 거의 동일한 상황이 나에게 당도해보니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평소에 날 좋아하고 위해준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은 똑같은 말만 하는거다.
난 예전에 그 사람만도 못하다. 예전 나처럼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그때부턴 다시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이랑 결국은 그렇게 재수없이 끝나버렸던 그 당시가 생각나서 또 가슴이 아팠다.  

난 지독한 이상주의자다.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고 냉소적으로 보이려 하고 가끔씩 그래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난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기 좀 부끄러울 정도로 이상주의자 인 거다. 하지만 난 30살 쯤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요즘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판에 박힌, 어떻게든 불확실한 미래에서 벗어나도록, 그리고 가장 위험부담 없고 안전한 말로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난 작년 이맘때쯤에도 지금도 내년에도 작년에 그 사람한테 했듯, 말할 자신이 있다.

내가 많이 힘들어하면 그냥 앞뒤 생각하지말고 거기서 니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는 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쳇. 그래. 그러니까 너랑 나랑은 안된다. 이거다. 그 2키로 더 빼라고 한 사건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결국엔 즐거워야할 금요일 밤에 엉엉 울다가 베게나 실컷 적시고 코나 풀고 눈물 때문에 땡기는 눈가에 다시 로숀을 바르고 누워선 음악을 들었다. 최근 3년간 가장 불행했을 때 들었던 음악을 찾았다. incubus, weezer .. 등등.
예전에는 내가 괴로웠을 때 들은 음악을 다시 찾아 듣기가 무서웠다. 힘들 때 배경음악이 되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약 80% 정도는 그때 그 기분으로 다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힘들 때 오히려 그런 음악을 찾아듣는다. 들으면서 그래 솔직히 예전보다 지금이 10배는 낫지. 안그래? 이러면서 혼자 위로하는거다.

내 곁에 정말 나한테 진정 위로가 되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걸까? 내가 남탓만 하고 그냥 내 덕이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참으로 비겁한 행위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한테는 완전히 내 뜻을 내 비친적이 한번도 없다. 아마 걔네들은 나한테 똑같은 말로 위로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켠이 이렇게 쓰린 이유는 날 진정 위해주는 '남자'가 한명도 없기 때문인걸까? 하핫. 인정하긴 싫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별 수 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