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번주 토요일에는 엄마를 이모댁에 데려다 주기 위해 다음지도 도 보고 네비게이션 모의주행도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찰나, 이모가 지금 바깥으로 나와서 엄마를 못 만나겠다고 하시는거다. 난 이거 때문에 이미 머리도 감고 얼굴에 비비크림도 다 발랐는데 갑자기 아무데도 안가게 되니 왠지 서운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내려 드리고 혼자 어디든 가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탔는데 딱히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거다. 송도에 가서 차나 마실까 싶었는데 거기는 내가 익숙한 곳도 아니고 차를 마시면서 볼만한 책도 없어서 결국 복잡한 구월동으로 향했다. 

인천 사람들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가는 3곳은 크게 부평, 구월동, 송도 로 나뉠 수 있겠다. 송도가 깔끔하고 계획적으로 개발해서 보기도 좋고 깨끗한데, 차가 없으면 인천 안에서도 교통이 안 좋다는 게 단점이다. 또... 극장이 없다는 것도 커다란 단점. 구월동은 쇼핑의 매카로 신세계 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있고 극장도 많지만 점점 지저분해지고 있고 정신이 없다는 게 문제. 부평은 오래된 도심으로 딱히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부천 사는 친구들이 오기 편하다는거? 실제로 부천 사는 친구 만날 때 이외에는 부평을 안간다. 아 부평에는 술집도 무지 많군.

혼자 운전해서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새삼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별 거 아니긴 하지만, 내가 "혼자 운전" 을 해서 쇼핑하러 오다니!! 이제 다 큰 기분이 들었다. 거깃다 주차장이 꽉꽉 차 있다가 겨우 한자리 났는데 주차도 완벽하게 딱 한가운데 잘 댔다. 기둥 옆이라 어려웠지만, 여러번 심사숙고 하니깐 그것도 나름 잘 되는거다. 

좋은 기분으로 선글라스도 사고 옷도 입어보고 하면서 치마도 하나 샀다. 그리고 볼 영화가 없어서 월드워Z 를 봤는데 당시 나는 원래 스타트랙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벌써 극장에서 내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볼 순 없었다. 혼자 티켓을 끊으니 중간에 딱 한자리 남아 있는 좋은 자리 (앞에 좌석 없는 자리) 에서 발 뻗고 편히 봤다. 

엔젤리너스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사들고 들어왔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우울할 지경이었다. 또 그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도 갔다. 

아웃브레이크 때 부터 전염병 얘기만 나오면 미국 애들은 우리나라 걸고 넘어지는데, 좀 불만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 평택이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고. (근데 그 평택의 풍경이 우리 625 전쟁 때나 나올 법한 풍경) 멋있고 유려한 외모의 브래드 피트가 너무 너무 늙어버려서 마음이 아팠고, 극 중 브래드 피트 부인이 너무 못생겨서 불만이었다. 난 브래드 피트 제일 귀여웠던 건 12 Monkeys 였던 거 같은데, 언제 시간 되면 그 영화나 다시 볼까 생각 중이다. 

예루살렘을 비행기에서 찍은 장면이 볼 만 했다. 하지만, 끝에서 너무 쉽게 모든 실마리가 풀려서 시시했고, 갑자기 좀비 튀어나오고 해서 깜짝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난 공포 영화도 엄청 잘본다) 

그래도 지금 같이 더운 여름에 꽤나 잘 어울리는 영화이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어서 누군가 본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을 영화다. 오늘도 원래는 혼자 영화나 보고 싶었는데 볼 게 없었다. 대체 요즘 극장가 왜이래. 그냥 설국열차나 빨리 개봉하지. 왜 8월 1일에 개봉한다는 거야. 


날 알아봤을까?

일상 2009. 3. 17. 16:40

작년 휴가 때 후쿠오카에 가서 신기한 걸 하나 발견했는데 일본 여자들은 야구모자를 안 쓰고 다닌다는 거였다. 양산을 쓰거나 아니면 여성스러운 모자를 쓰고 다니더라. 그리고 또 신기한 건 운동화 신은 여자들도 없었다는 거. 컨버스 신은 여자를 오사카에서도 후쿠오카에서도 못 본 것 같다.
항상 여성스럽게 화장도 하고 구두도 신고 이쁘게 꾸미고 다니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나는 야구모자를 너무 사랑하는데, 모자 수집하는 사람 마냥 모자가 많은 건 아니지만 5천원짜리 모자부터 가장 비싼 건 3만원 넘는 모자까지 여자치고는 꽤 다양하게 모자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대학시절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거의 매일같이 모자를 쓰고 운동화 신고 다녔는데 모자 쓰면 안되는 수업에 내가 내가 모자 썼다는 사실 조차 까먹고 그냥 앉아있다가 점수가 깍였다.

동생이 저번주 월요일에 정기휴가를 마치고 복귀 했는데 휴가나오면 쓸 괜찮은 모자를 사야겠다고 하며 MLB 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 모자를 구입했다. 검정색에 금색으로 별모양 박힌건데 평소 범상치 않은 뒷통수를 자랑했던 나는 내동생 모자도 아주 잘 맞았다. 아...내동생도 모자 사이즈가 절대 작은 편이 아니라고 했는데. 동생 때문에 좋은 모자 하나 얻어서 좋다. 오예! 음 모자 얘기가 잠깐 나와서 말인데 작년 겨울 때 6만 5천원 짜리 세이부 라이온스 모자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너무 비싸서 안샀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건 참 잘한 짓이다.

회사에는 모자를 쓰고 다니지 못해서 주말에는 모자를 자주 쓰는 편인데 이번 주 토요일에도 모자를 쓰고 외출을 했다. 요즘에는 자고 일어나서 바로 회사오기 바빠서 화장을 전혀 안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보고 용감하다고 하더라. 피부도 예전 같지 않은데 흔한 비비크림조차도 안바르고;;(심지어 난 썬크림도 안 바른다-썬크림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그것만 바르면 얼굴에 발진이 나서...) 몰라. 그래도 화장 안하면 10분이나 더 절약되고 밥도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깐. 회사다닐 때도 화장을 전혀 안하는데 주말에 내가 화장을 할 리는 만무하고 나름 친구를 만나러 갔던 구월동이면 인천에서 꽤 번화가인데 춥다고 하여 춘삼월에 오리털 잠바에 운동화 신고 친구를 만났다. (한편으로는 이런 차림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은근 차려입고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들 있지 않나? 같은 여자라도)  점심을 먹고 만났던 터라 일단은 커피만 마셨는데 쉴새없이 이야기하다보니 출출하여 스낵랩을 먹었다. 1700원이라는 절대적 가격은 싸나 내용물을 생각해보았을 때 절대 싼 가격은 아닌 스낵랩. 치킨조각 하나랑 양배추랑 머스터드 드레싱 뿌려주고 밀가루로 한 겹 싸 놓은 게 다여;;

한참 친구와 밀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 맞은 편에 혼자 앉아서 PMP로 동영상 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낯익은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보니 대학교 1학년 때 알던 애 였다. 생각해보면 걔가 날 신경을 좀 많이 쓴데다가 선물까지 줬는데 그런 식으로 만날 줄이야! 일생동안 날 좋아했던 남자의 숫자가 워낙 적은 터라 이러저러하게 쟤가 너 좋아한다더라 라고 들은 남자들의 이름은 거의 기억하고 있는 편인데, 역시나 걔 이름 3글자도 또렷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대학교 때도 좀 특이한 취미와 지극히 오타쿠 적인 성격 탓에 알게 모르게 나이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편입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역시나 혼자서 맥도날드서 동영상을 보다니. 약속이 있어서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던데. (은근 자세히 계속 관찰)
근 2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유난히 가까운 자리였다) 아는 체 하면 쟤가 날 알까? 혹시라도 걔랑 무지하게 닮은 애일 수도 있잖아. 아니 근데 저 키하고 얼굴을 봐서는 걔가 맞는데. 만약에 아는 체를 한다고 해도 지금 내 꼴이 너무 초라하잖아. 이런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 친구에게 "나 쟤 아는 애다. 아는 척 할까 말까." 라고 핸드폰 문자화면에 써서 보여주니 아는척을 해 보라는 거다. 근데 결국 아는 척 할 타이밍을 놓치고 알게 모르게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나를 눈치 챘는지 결국 걔가 먼저 자리를 떴다. 친구 말로는 걔도 나중에 너를 한 몇 초동안 쳐다보더니 알아보고는 일어난 것 같았다고 하더라.
걔도 인천 출신이라 이렇게 인천에서 만나는 게 그닥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대학 때 워낙 편협한 인간관계를 자랑했던 터라 이런 류의 우연한 만남이 신기하기만 했다. 집에 와서 다시 걔 생각을 하다가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걔가 나한테 준 선물이 무사히 있는 것이 아닌가. 크크큭. 사실 걔가 준 선물 한번도 사용 안했는데...
위에 말한 걔의 성격 탓에 걔는 나한테 한 번도 적극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말해본 적이 없었는데 가끔 문자보낸 거나 메신저에서 말했던 거나 선물 줄 때 했던 말들이 생각나니 갑자기 그 때 걔나 나나 귀여워졌다. 아는 척 해볼걸 그랬나? 흐흐.
다음에 또 그 쪽에서 만나게 되면 꼭 아는 척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꼭 다시는 못 만나던데)


Off day.

일상 2008. 4. 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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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너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잤던 휴가. 민양과 내가 한일은 결국 서울시청에서 만나서 밥 먹고 청계천 좀 구경하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기. 난 스타벅스가 좋다거나 거기 커피 아니면 안마신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서울에서 놀기만 하면 스타벅스 혹은 커피빈에 가게 된다. 그냥 뭐 마시면서 수다 떨고 싶은데 일반 카페는 담배피는 사람이 너무 많고, 원래 가던 습관도 있고 해서 결국에는 그런 다국적인 별다방 콩다방에 가게 되는 것. 회사 다니면서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다면 세계 일주, 애인만들기(애인 만드는 게 언제부터 거창한 게 되버렸다냐) 같은 거창한 건 말 안할거다. 그냥 하고 싶은 건 쉬기, 사람없는 평일 낮에 친구랑 만나서 얘기하기 정도다. 이렇게 소박한 소원인데 그게 참 힘들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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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민양이 핸드폰이 없다보니 민양한테 가끔 집에 전화를 하면 이상하게 그럴때마다 민양이 집에 없다. 그래서 맨날 민양 어머님하고 전화를 하는데 우리가 하도 자주 만나니까 민양 어머님이 우리보고 사귀냐고까지 물어보셨다. 그래도 시간 날 때 자주 그리고 오래 만나주는 친구가 있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친구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애인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친구랑 아무리 친해도 애인이 있어야 한다지만 난 아직 그 단계까진 당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친구 만나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 저기 사진에 있던 스탬프 세트는 결국 나도 따라 구입했다. 이제까지 이쁜 스탬프 봐도 꾹꾹 참고 있었던 이유는 한번 사기 시작하면 계속 살까봐 였는데 이건 꽤 여러개 들어있어서 추가로 안사도 될 것 같다. 4월 들어서 다이어리에 스탬프 엄청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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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하도 무료해서 친구한테 뭐하냐 물어봤더니 지금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 백화점이라도 갈까. 하고 만나서 진짜 백화점에 갔다. 4월 12일에는 원래 아는 언니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몸살기가 있어서 미안하다고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어찌나 미안했든지. 토요일 하루 푹 쉬었더니 몸이 원상복귀가 되고, 엄마 아빠는 큰아빠 농장에 가셨고 집에 혼자 TV만 보고 있자니 무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같이 만난 친구랑 같이 산 옷은 이제까지 거의 성공을 해서 이번에도 같이 가서 이거 저거 구경을 하면서 여성스러운 옷을 살 것인가 그냥 맨날 입는 청바지를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청바지를 샀다. 취직하고 얼마간은 이제 나도 직장인~ 이러면서 꽤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나 치마 같은 거 샀는데 결국 한달에 한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이 되어버리더라. 그리고 우리 회사 그냥 청바지 입고 다녀도 되니까. (심지어 난 구두도 안 신음)
세일이라고 해서 백화점 가서는 세일 안하는 바지를 샀는데, 그 바지 입고 나왔을 때 '야 난 민망해서 이거 도저히 못 입을 것 같다. 어떻게 입어~' 이랬는데 친구 말로는 그보다 더 심한것도 잘만 입고 다닌다고 강권 하는거다. 결국 귀 얇은 나는 10만원이 훌쩍넘는 돈을 주고 그 바지를 사버렸다. 대학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그냥 1~2만원짜리 청바지 입었다. 근데 입는 바지마다 다 허벅지하고 엉덩이는 맞는데 허리는 남아도는 난감한 모습이 되는거다. 내 체형이 이상한 줄 알고 그냥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서야 내 체형에 딱 맞는 바지 브랜드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런가 계속 사입게 되네. (이번이 3번째)
다른 얘기로, 난 이번 봄에도 결국 벚꽃놀이를 못갔다. 예전 대학 다닐 때는 학교 안에 벚꽃이 많아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벚꽃을 실컷 볼 수 있었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때는 항상 시험기간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혼자 집에 들어가면서 밤, 4월, 가로등, 벚꽃 등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감상적이 되선 '아 오늘밤도 새야 하나' 라고 한숨 쉬곤 했는데. 난 왜 매해 4월은 이렇게 혼자인 것 같은지. 예전 남자친구도 벚꽃피기 전에 입대했고, 걔랑 사귀는 동안에도 벚꽃핀 길을 걸을 땐 항상 혼자였던 것 같다. 유난히 외로운 4월 같으니라고.
대전에서 살던 저층 아파트 화단에는 목련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은 목련 떨어지면 지저분해서 싫대지만, 벚꽃을 생각하면 맨날 밤에 혼자 터덜터덜 걸어왔던 게 생각나고 목련을 생각하면 중학생이었던 나와 그때 친구들이 생각나서 난 목련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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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 팔자 좋게 휴가를 냈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번주는 너무 지치고 지쳤던 한 주였다. 결국 눈치 엄청 보면서 저 금요일에 쉬겠다고 하고 쉬었다. 몸이 안좋아서 쉬기로한 것이니만큼 별다른 약속은 잡지 않았다. 단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건 CGV 포인트 쓰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모두 이번 4월 30일 날짜로 포인트가 다 소멸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만육백점이나 되는데 영화를 보려고 봤더니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저번 포인트 쓸 때는 보고 싶은 게 없었음에도 포인트 쓰는 마지막날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메종 드 히미코' 를 봤는데 재미 없었다. 이 영화 좋았던 사람들 도대체 어느 점이 좋았는지요? 난 진짜 재미없어 죽는 줄 알았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될 것 같아 직원한테 이 포인트로 그냥 영화관람권이나 상품으로 주시면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작년 12월을 끝으로 그런건 없어지고 포인트는 현장 발권만 된다는거다. 결국 목적 달성 못하고 오후 5시경에 친구랑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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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45번 버스를 탄 나는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종점인 월미도까지 가기로 했다. 그날에서야 안 건데 인천역을 지나서 월미도 가는 길 주변에 피어 있는 나무가 알고보니 다 벚나무였다. 월미도 가는 길에는 남항 입구가 있어서 컨테이너 박스도 산처럼 쌓여있고, 대한제분, 무지개 사료, 대한제당 등 무지막지하게 크고 삭막한 공장들이 즐비하고 바퀴 10개이상 달린 트럭들도 쌩쌩 달리는데 그런 길에 피어 있는 벚꽃이라. 이색적이고 멋질 것 같은데 이미 다 지고 바닥에 그나마 남은 벚꽃잎들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놓쳐버린 것이 원통하기까지 했다.
난 원래 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다 보니 이젠 혼자가 편해진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년에 제분공장 옆 벚꽃을 또 혼자와서 구경하더라도 별 상관없을 것 같다.

휴가 일기

일상 2007. 11. 1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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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축할 일이면서도 슬퍼해야할 일이다. 도저히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눈치보면서 휴가를 냈고 받아들여졌다. 입사이후 처음 월차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연달아 쉴 수 있다. 현재 12시 58분이니 벌써 토요일이 되고도 한시간이 다 되가는구나.

  휴가 때 뭐할거예요? 물어봤을 때 늦잠이요. 라고 대답했다. 계획대로 오늘 12시에 일어났고 부랴부랴 챙겨서 오후 2시에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휴학했을 때 이틀이 멀다하고 만났던 내친구. 농담삼아.. '사귀는 사이에도 이렇게 자주 만나기 힘들거야 그치?' 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요즘에는 한 달에 한 번정도만 만나니.. 그때는 참 할 말이 많았는데.. 걔나 나나 오늘이 어제같고 오늘은 또 내일 같은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별 할 말은 없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할말이 참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만나도 별 말 없이 앉아 있는 상황이 슬픈 건 아니다. 그만큼 편한 사이라는 증거일 수 있으니.

  백화점 앞에서 만나서 우리의 영원한 보금자리 구월동 던킨도너츠를 찾았다. 오 구월동 던킨도너츠!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우리가 항상 앉는 자리가 비워져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난 친구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돈주고 산 건 아니고 디카를 샀더니 사은품으로 따라온건데 내 손목에는 너무 크고 놓아둬봤자 아무도 안 쓸 것 같아서. 선물을 주고 나니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또 하나 기분 좋았던 건 요즘 던킨도너츠에서 사은품 행사를 하는데 난 4등에 당첨되서 쿠숀을 받았다. 꽤 크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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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코엑스나 인사동 둘 중 한군데를 갈까 했는데, 친구가 항상 멀리 다니는데 쉬는 날도 멀리가면 피곤하지 않겠어? 하길래. 흠. 그것도 그렇군 해서 결국 구월동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으론 그러길 잘한 것 같다. 가끔.. 내가 주말에까지 서울에 가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그리고 주말에 혼자 용산 직통 지하철을 타면 출근하는 기분 나서 심히 기분이 묘하면서 나빠질 때도 있고.. 주말에는 아비규환 같은 구월동도 금요일 오후에는 한가했다.

  오늘은 정말로 고마운 날씨였다. 친구 말로는 하루하루가 예술이라는데, 난 오늘에서야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어딜가든 기분이 좋아질만한 날씨였고, 우리는 예술회관에서 곧장 걸어가면 나오는 작은 공원에서 이제 일주일이면 낙엽도 다 떨어지겠지. 제길. 이라며 뜬금없이 인생무상을 논했다;

  왠지 이번 주말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인 것만 같은데.. 괴로운 건 그때가서 생각하자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두려운 게 사실이다.

  친구와는 4시반 쯤 헤어졌다.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친구가 색,계 를 봤다는데 나도 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나 오늘 문득 든 생각이 있는데 여동생이나 언니가 있는 친구와는 안그런 친구들보다 '얘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야!' 라는 생각 들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친해봤자 여동생이나 언니만큼 친한 친구는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친한 친구 4명중 이 친구는 유일하게 여자형제가 있는 친구인데.. 그런 생각이 자주든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나면, 난 이 친구랑 색,계 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여동생이랑 봐버렸다고 말하니.. 서운해서 흑. (별 게 다 서운하다) 아무래도 또 혼자 봐야할 듯 싶다. 내일에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