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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7.10 조직검사 2

이글이글

일상 2018. 8. 1. 17:02

1. 건강검진 

  결혼을 앞두고 산부인과에서 70만원이 넘는 종합 건강검진을 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앞에 일기에도 썼다시피 갑상선에 모양이 애매한 결절이 있다고 해서 한 이주일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받은 검사 프로그램은 대장내시경도 포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의사가 대장내시경은 한 45살때 해도 될 거라고 했다. 너무 다행이다. 비위 상하는 관장약 마시기를 10년 뒤로 미룰 수 있어서. 

  의외로 신체나이가 어리게 나왔고 (절대적인 건 아니었지만) 자궁에 작은 혹과 자궁경부의 염증도 치료를 요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2. 산부인과

  부끄러운 일이지만, 난 30대 중반이면서 산부인과에 갈 일이 없어도 가야하는 걸 알면서도 안갔다. 20대 후반에 자궁경부암 주사 맞으러 가보고 산부인과는 처음이었다. 아... 그런데 초음파 검사는 정말 할때마다 욕나온다. 산부인과에서 나보고 앞으론 6개월마다 오라는데 아니 진짜 다른 여자들은 6개월마다 한번씩 산부인과에 가고 있는건가? 쉣더퍽 


3. 암유전자 

  몇년전 안젤리나 졸리가 암 예방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암센터에서 우리 엄마도 혹시 안젤리나 졸리가 갖고 있는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검사해보자고 했다. 일단 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딸한테는 거의 99% 유전이 되는 거라고 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암환자 중 대부분이 유전자와는 관계 없이 암에 걸린다고 하니 별 거 아니긴 했지만, 이게 나의 일이 되고보니 걱정이 되더라. 엄마 주치의 선생님이 난소암 관련해서 예방 수칙 같은 거 종합 면담을 해주신다고 해서 내일 암센터 면담 가는데, 초음파 또 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아아... 제발 주여.


4. 삶

  이번에 결과 기다리면서 내가 생각보다 엄청 살고 싶어해서 좀 웃겼다. 바로 1년전만해도 죽고 싶어했으면서 말이다. 좀 멋쩍다. 


5. 집

  요즘 같이 태양이 이글이글한 날씨에 집을 구하느라 좀 돌아다녔다. 약골인 남자친구는 앓아 누웠다. 집 구하면서 남자친구의 이기적인 면을 발견하고 서운했다. 타인이 내 맘과 같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빠는 내가 먼저일줄 알았는데 오빠의 우선순위 1위가 전혀 내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 좀 많이 슬펐고, 결혼해서도 실망의 연속이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도 됐다. 아.. 근데 아직도 못구했다. 슬슬 걱정이 된다. 


6. 엄마

  엄마가 항암 치료를 받고 집에 오시면 전혀 웃지 않으신다. 하루종일 아무 말씀도 없고 내가 재밌는 얘기를 해도 반응도 없다. 그럴 땐 병마가 엄마의 유쾌하고 명랑한 모습을 앗아간 게 아닐까 하고 걱정스럽다. 하지만 한 3주 지나면 다시 예전 내가 알던 엄마가 된다. 감사하게도. 요즘 우리 엄마가 아프기 전 엄마랑 똑같은 엄만데, 내일 다시 입원하셔야 한다. 기도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해서 하나님께 엄마가 15년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드리고 있다. 


7. 동정심

  내가 싫어하는 인간유형에 동정심없는 사람도 추가하기로 했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새삼 놀란다. 


8. 진급

  이번달 14일이면 내가 이 회사에 온지 딱 만3년이 된다. 처음 일하면서 뭐 이딴 회사가 있을까 하면서도 밥벌이는 해야지 라는 심정으로 다녔는데 어느덧 3년. 놀랍게도 내가 3년이상 다닌 회사는 여기가 처음이다. 급여가 10% 올랐고 과장으로 진급했다. 내가 아기를 낳아도 여기를 계속 다닐수 있을까? 두고볼 일이지만, 어쨌든 급여는 올라서 좋다. 솔직히 내가 그동안 너무 싸게 일했다. 너무 싸게.


조직검사

단문 2018. 7. 10. 15:49

  늙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출산을 해야 하는 것이 걱정되어 지난 금요일에 종합검진을 했다. 종합검진 중에 갑상선에 1.3cm 정도 되는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모양이 암으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제 엄마 퇴원하는 김에 암센터에 초음파 CD 를 맡기고 16일에 조직검사 예약을 하고 왔다.

  23일에 결과가 나온다는데, 아마도 그때까지는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작년 이맘 때쯤 이런 결과를 들었다면 난 오히려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만약 내가 암이라면 어차피 남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결혼 못하는 나를 대하는 아빠의 빈정거림, 엄마의 다그침을 더이상 안보고 들어도 됐을테니 말이다.

  양성일 경우가 훨씬 많다지만, 요즘 들어 지나치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은 남자친구에게 아직 청첩장도 안돌렸고 집도 안 구했고, 아마도 식장 대관료도 돌려주는 기간이니 나와 함께할지 아닐지 정하라고 해야겠지. 그리고 난 작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거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영영 결혼할 계획도 없는 그런 나로. 아마도 종종 우울해질 것 같고, 작년에 매일같이 하던 생각, 그러니까 언제가 됐든 엄마가 돌아가시면 그땐 나도 세상을 등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근근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 것이다.

  정말로 그랬다. 작년의 나는 언제라도 내 목숨 내가 끊을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만약 최악이라면... 최악이라면 그냥 원래 살던대로 살면 되고 짧은 기간동안 즐거웠던 기억에 의존해서 어찌어찌 살 수 있을 수도 있지. 작년에는 누군가를 죽도록 좋아했던 기억도 없던 상태였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친구는 오늘 당장 조직검사하고 결과 나오는데로 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고 하지만, 그냥 일단은 암센터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23일에 이 일기를 웃으며 읽게 될지, 펑펑 울면서 울게 될지. 하늘에 맡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