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주 토요일에 남편과 '기생충'을 보러가서 생리가 터졌다. 이미 수요일 쯤 임신테스터기로 한줄임을 확인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허탈했다. 2017년도만 해도 생리주기가 33일 이상이었다. 시험관 때문에 올해 초부터 몸에 호르몬을 막 때려넣다 보니 생리 주기가 매달 제각각이다. 배아 이식을 하고 일주일만에 생리가 터진 걸 봐선 이식 날짜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뭐 가장 큰 문제는 내 몸상태가 불량하고 나이가 많다는 것이겠지만... 아직 더 시험관시술을 해야하는데 벌써 몸에서 티가 나서 걱정이다. 우리 부부의 난임은 작은 병원에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 이번 주 토요일에 큰 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진행해보기로 했다.

2. 영화 '기생충'은 기대했던대로 정말 재밌었다. 난 대학 시절 하루종일 햇빛 한점 안 드는데, 배관까지 잘못되서 베란다에서 하수구 냄새가 역류하는 어느 북향 원룸에 살았다. 어느 날 전주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는데 내가 차 뒷자리에 타자마자 아빠가 하수구 냄새가 난다고 하시더라. 그 뒤로 아빠가 사고를 쳐서 그 원룸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되었을 때도 아빠가 시도때도없이 하수구 냄새 난다고 불평하셔서 말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엄마는 하수구 냄새 풍기고 다니는 딸을 안타까워 하는데 아빠는 불평만 하셨다. 나중에는 아빠 혼자 하수구 냄새나는 집에 사시라고 하고 뛰쳐나가고 싶었고, 돈이 없어서 하수구 냄새 나는 방 외 다른 대안이 없는데 대체 어떡하라구요? 라고 되물으며 울부짖고 싶었다.

대학시절 당시 아마도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면 하수구 냄새 풀풀 풍겼으리라. 이런 경험이 있는 나는 영화 '기생충' 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고, 뒷맛이 씁쓸했다. 하나같이 연기를 다 잘하는데 이선균이 제일 아쉽고 조여정이 의외였다. 연기 너무 잘하시더라. 남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으면 뚜껑이 열려 결국 모든 걸 그르치는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결국 그게 한국 대부분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고, 그 중년 남성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집 딸이다. 나도 그렇게 살았고 '기생충'의 똘똘한 기정이도 결국 최고 피해자가 된다.

3. 그닥 즐겁지 못한 20대를 보낸 나는 대학 축제 철에 TV에서 공연보면서 방방 뛰는 모습 보여주며 젊음을 예찬하는 멘트를 들을 때마다 삐딱해진다.

4. 시어머니와 우리 엄마 두분 모두 우리 부부가 언젠가 자연임신이 될거라고 믿고 계신다. 시어머니는 첫애를 22살에 낳으셨고 우리 엄마는 26살에 낳으셨다. 난 현재 37살이다. 당신들이 애를 임신했던 때와 지금 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걸 전혀 고려치 않는 생각이다. 자연임신하라는 말을 2월 3월에만 해도 그냥 웃어 넘기며 들었는데 앞으론 화가 날 것 같다. 병원에서 거의 가망 없다고 했는데 왜 자꾸 그러시는걸까.

5. 남편이 시험관 실패해서 의기소침한 내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토요일 내내 애를 많이 썼다. 하하호호 웃으며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고 맛있는 음식에 시술 때문에 못마시던 맥주까지 시원하게 마시고 누웠는데 2월에 처음 병원에 갔을 때부터 남편이 배에 주사 놓아주고 난자 채취하고 배아 이식하고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다 쓸데 없는 짓이었단 생각에 눈물이 났다. 결국 혼자 거실나와서 펑펑 울다 잠들었다.

6. 제일 친한 친구가 임신했는데 극초기인데도 양수가 세서 한달동안 입원했다. 걔 입원한동안 심심할까봐 매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퇴원 후 난 임신했는데 넌 '그러고' 있어서 내가 뭔 말을 못하겠단 식으로 말하고 그 뒤로 연락이 없다. 그냥 평소대로 대해주면 되지 꼭 그렇게 난 임신, 넌 비임신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콕 꼬집어 말했어야 했을까. 빈정상해서 나도 연락 안하고 있다. 

7. 회사일이 한가해졌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생각보단 괜찮아서 내 일이 많이 줄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