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겨울 근황

일상 2018. 2. 13. 17:39

1. 엄마 

  동생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마를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가끔 우리 엄마가 암에 걸린 원인 1위는 아빠, 2위는 성격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다. 또 걱정이 있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한숨 주무시질 못한다. 소심하긴 얼마나 소심한지... 아들이 싫어할까봐 마음에 있는 말은 하나도 못하고, 또 그걸 말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한테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그걸 듣고 있다보면 나도 답답하고, 저러다 또 엄마가 크게 탈이 나면 어쩌나 싶고.. 그렇다.

  고부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내 아들을 객관화 하여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보통의 중년 여자들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남자 즉, 남편을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남편보다는 아들들이 시대적 요인에 의해 더 진보적인 사고를 갖게 되니, 엄마들 눈에는 자기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감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아들은 외모도 그만하면 미남이라고 생각들을 하니.... 거 참.

  동생이 선울 본 것도 아니고,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둘이 좋아해서 만나고 결혼도 하는 거고, 그 얘기는 둘 다 결국 똑같다는 거라고, 제발 동생 아까워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소용 없다. 요즘 우리 엄마는 너무 너무 사소한 것에도 백년의 실망을 하고, 마음 다스리느라 한시간씩 식탁에 앉아 기도하고 그러신다. 또 우리집 특유의 종교 문제까지 얽혀서 요즘 너무 괴롭다. 이 모든 걸 아들 앞에서는 전혀 티를 안내려고 하니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고...

  난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 게 좋지 않나? 란 생각 자주 했는데 요즘 보면 아들은 정말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여기 생활 다 접고 시골 내려가고 싶다고 하실 때마다 병원도 먼데 어딜 가시냐고 말렸는데, 요즘 보면 아들 딸과 소식 끊고 그냥 1년에 몇 번 애틋하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 소녀

  남자친구에 대해 딱히 표현할 말을 못찾다가 어제 별명을 지어줬다. 소녀라고...내가 지었지만 참 잘 지었다. 난 은근히 남자같은 면이 많은데, 특히 연애에 있어선 더더욱 그런 편이다. 뭐 내 성향을 남자같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난 애교가 없고, 질투도 별로 안하고 연락도 잘 안하고, 은근히 남자한테 고백도 잘한다. 

  사귀자는 말은 남자친구가 먼저 했지만, 내가 어마어마하게 티를 냈기 때문에, 남자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어서 사귀자는 말을 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엊그제 내가 너무 잘 대해줘서(?)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 말에 좀 속상했다. 나는 남자친구도 날 어느 정도는 좋아했기 때문에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자주 했는데, 남자친구는 내 맘도 모르고 자꾸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슬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이 분이 살아온 세월을 헤아려보니 그런 생각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미스테리다. 남자친구의 인생...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순진할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나도 순진함으로 말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끙. 하여튼 아직까진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너무 순수해서 상처주지말고 앞으로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 자주 한다.


 3. 겨울

  정말 이번 겨울 너무 악랄하지 않나. 너무 춥다... 이렇게 추운데 남자친구가 차도 없어서 외출도 엄청 많이 하고 있다. 정말 나이들어 추운 겨울에 연애하기 힘들구나.


4. 설

  설연휴 때 아마 며느리될 분이 올 예정인데, 휴... 벌써부터 피곤하다. 엄마 아프신 뒤로 기도할 때, 맨 첫번째 기도는 항상 엄마 안아프게 해주세요. 였는데 요즘에는 제발 엄마가 며느리 때문에 속상하지 않게 해주세요. 가 되었다. 제발 기도를 들어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