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음을 감사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내 인생은 언제나 지겨웠고, 심심했다. 매년 3월만 되면 스무살 때가 떠오른다. 이제 엄청나게 오래전 일인데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애들과 선배들은 내가 어디에서 왔다고 말하면 못 알아들었다. 나는 내 소개 하는 게 싫었다. 큰 병이 한번 났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난 왜이렇게 못생기고 촌스러울까...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처럼 심심한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보낸 후였던 것 같다. 그때 심각하게 대학을 때려치고 전주로 내려갈까 고민했다. 옆에 아무도 없는데도 난 집에서도 꼭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고, 매일같이 혼자 술을 마셨다. 그냥 맥주 한캔 수준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소주를 유리컵에 따라 마시거나,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냉장고의 위스키를 마시고 술기운에 겨우 잠들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알코올 중독 초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한없이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그 시기를 어찌 어찌 견뎌내고 졸업도 하고 직장생활도 해서 그나마 지금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가끔 머리에서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 같은 게 있다. (내 나름대로는 이게 신의 계시라고 생각함) 며칠 전, 작년을 잘 넘겼으니 또 너는 앞으로 잘살 것이다. 조바심내지 말고 기다려라.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봄이 되면 뭐라도 해야겠지. 정말 뭐라도 하자. 이런 다짐을 겨울 내내 했는데, 진짜 봄이 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집 화분에도 봄이 찾아왔다. 카메라가 후져서 잘 안보이지만, 수선화다. 작고 귀엽고 노란 수선화가 베란다에 피어 있으니, 문득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공기가 좋은 날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출을 한다. 저저번주 공기가 좋아 공원에 가서 하늘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야외에서는 엑스페리아 카메라가 꽤 잘 찍힌다.
회사에서 올해 연말정산 하면서도 회계 법인 담당자랑 싸웠다. 여러 회사 일을 하고 있으니 바쁜 건 이해하지만, 내가 메일에 적은 것도 아예 안 읽고, 간소화 자료에 있는 건강보험료도 틀리게 해놓고선 자꾸 사장 탓을 해서 열이 받았다. 예전 회사에서 부장이 회계법인한테 갑질하는 거 보면서 너무 추해서 그러지말자 주의 하는데도 자꾸 나도 갑질을 하게 된다.
한동안 안나오던 최민용 이 TV에 나와서 볼 때마다 상념에 잠긴다. 최민용은 내가 죽도록 좋아했던 어떤 남자와 너무 닮았다. 내가 좋아했던 남자는 그렇게 키크고 늘씬하진 않았지만, 눈이 너무나 닮은 것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지만, 나도 참 귀엽고 순진했던 것 같다.
며칠 전 꿈에 정읍까지 전철을 타고 갔는데 길에 황금이 막 떨어져서 있어서 엄마랑 바구니에 황금을 가득 담았다. 꿈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로또를 5천원 어치나 샀는데, 숫자가 단 하나도 맞지 않았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어제 꿈에는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