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잘드는 우리집

일상 2017. 1. 22. 21:55

  이 동네로 이사온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난 지금 집에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겨울의 우리집은 정말 좋다. 고양이 처럼 따뜻한 햇빛을 쬐며 집에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보일러보다 더 강력한 건 햇빛이다. 겨울 낮의 우리집은 정말 무적이다.


   어제는 눈다운 눈이 하루종일 왔다. 아무데도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나는 식탁에 앉아서 앞이 안보이도록 오는 눈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다 읽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던 책도 어제 다 읽어버렸다. 어서 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 뿐 이지만, 역시 겨울은 분위기 있는 계절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겨울의 매력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고 화가 난다. 파란 하늘의 상쾌한 공기의 겨울날이 요즘에는 정말 귀하고 귀한 것이 되었다. 썩을 중국 때문에.

  핸드폰을 구입했다. 아이폰5를 4년이나 썼고, 사실 내 아이폰5는 아직도 완전 멀쩡하고 보는 사람마다 완전 새거라고 놀랐지만, 용량이 16GB 밖에 되지 않아 음악용 핸드폰을 하나더 들고 다녀야했다. 운전해서 출퇴근 할 때는 음악용 핸드폰이 한 개 더 있는 것이 훨씬 편했지만, (아이폰은 티맵으로 쓸 때가 많았기에) 전철로 출퇴근 하며, 화장품에 핸드폰을 두개씩 들고다니니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내 주변에서 아무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던 소니 엑스페리아를 샀는데, 아이폰에서 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와서 한동안 좀 버벅댔다. 그리고 왜 엑스페리아 쓰는 사람들이 그토록 엑스페리아를 욕하는지 아는데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엑스페리아를 예전부터 사야지 결심한 건 순전히 계속 이용했던 소니 음악 어플리케이션이 너무 편리해서였다. 그런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하니 음악 어플리케이션에서 음악검색이 안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미국 어느 사이트에서 해결법을 찾은 뒤에야 이 증상을 고칠 수 있었다. (해결법은 SD 카드에 든 음악 전부를 PC 에 옮겼다가 다시 업로드 하는 것이었다. )

  또 한가지 정말 이해 안되는 것이, 엑스페리아 퍼포먼스에는 영국에서 만든 Swift keyboard (원래는 유료 인 것 같음) 가 내장되어 있는데, 반응속도가 너무나 느리고, 정말 놀랍게도 추천 단어를 끄는 기능이 없다!! (정말 난 설마 설마 하면서 소니코리아 콜센터에 까지 전화해서 확인했다니까)

  그리고, 카메라가 마음에 안든다. 이 엑스페리아 퍼포먼스 모델 내가 알기론 소니에서 꽤 밀던 모델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 대체 왜 4년전 아이폰보다도 사진이 좋지 않은 것인지. 나중에 여행갈 땐 사진기용으로 아이폰5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그런데 이 핸드폰 외장 스피커가 짱짱하고, 음질은 만족스럽다. 또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아이폰에서 리모콘이 되지 않아 사놓고 사용하지 않았던 JVC 이어폰을 사용하니 좋다. 또 핸드폰 하나만 들고다니니 편하다. 원래 사려던 색상이 모두 품절되서 하는 수 없이 검정색을 사용중이지만 뭐 25만원 밖에 안주고 싸게 샀으니 큰 불만은 없다.

  엄마가 오늘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막 엄청 열심히 춤을 추셨다. 그 장면을 녹화하며 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요즘에는 아빠도 잠잠하고, 엄마도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아프신 데 없다.

  난 새로 이사한 사무실이 가끔 참을 수 없이 춥긴 한데, 옷 두꺼운 거 갖다 놓고 핫팩도 이용하고 담요도 두 개 덮고 하면서 그럭저럭 일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월급 올라야 할 것 같다. 뭔가 항상 부족하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좋으니 진짜 올라야만 한다. 안 올려준다고 하면 크게 좌절할 것 이다.

  오늘 원래 제일 친한 친구 생일이라 만나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빨리 시작한 생리 때문에 약속을 취소했다. 원래 변태같을 정도로 주기가 잘 맞는데, 이번 달은 이상하게 불청객이 먼저 왔다. (33일 째 되는 날 오후 1시 쯤에 시작하는 것이 나의 표준인데) 약속 취소하는 거 못견디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유독 생리통이 심할 때가 있어서 외출하기 겁났다. 다행히 수월하게 넘긴 것 같다. 친구에게 미안해서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줬다. 친구 생일 선물도 포장해놨는데, 미안하다. 연휴 중 하루 잡아서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