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병원을 옮기신 것 같지만, 지난 여름 엄마가 입원 하셨을 때, 7층에 상주하는 간병인이 있었다. 그 간병인 아주머니는 밥 때가 되면 병실을 돌아다니며, 거동이 힘드니 환자들의 식판을 대신 반납을 해주시겠다고 말하며 식판들을 수거하고 다니셨다. (식판 반납하는 곳은 층의 가운데에 위치) 신판 반납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저렇게까지 온 병실을 돌아다니시면서 수고를 할까 하고 의문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환자들이 남긴 밥과 반찬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2. 엄마가 입원하시는 층은 여성전용 입원 층이다. 그 층을 청소하시는 분이 일이 끝났는데도 안가시고 가끔 우리 엄마 손, 어깨, 발 같은 데를 마사지 해주신다. 힘드실텐데…엄마가 하지말라 해도 기어코 해주신다. ​

​3.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수다를 떠는 한 환자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를 너무 쫓아다녀서 저번 항암 치료 때 너무 고생했다. 한시도 안쉬고 떠들면서 우리 엄마 입원 침대 바로 옆으로 침대까지 배정받아 우리 가족 모두 밤낮으로 심히 괴로웠다. 내가 엄마 힘드시니 그만 말 걸어달라고 한마디 하려다 엄마가 불편해하실까봐 참았다.

4. 심보가 못된 건지, 가끔 전철에서 연인들을 보며 속으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끔 한다. 오늘 내 옆에 있던 커플은 여자가 남자에게 죽고 못사는 것 같은데, 여자가 자꾸 남자몸을 더듬고 과하게 예쁜 척, 귀여운 척을 해서 안보려고 엄청 노력했다. 그 여자는 자리에 앉고 남자친구는 내 옆에 서 있었는데 남자친구를 올려다보며 남자의 허벅지 엉덩이 등을 계속 더듬었다. 남자친구 눈에는 저 과한 표정도 사랑스럽겠지. 나 점점 꼰대되가나…

5. 일요일에 엄마 가발 다듬으러 동네 미용실에 갔다. 인모가 아닌 건 원래 안해준다는데, 사정해서 간신히 손질했다. 엄마가 항암 치료 금방이라고 비싼 거 사지말라고 하셔서, 인모 가발을 안샀는데​ 살걸 그랬나 싶다. 지금 산 가발도 일본 브랜드라 자연스럽고 가발인 거 티 하나도 안나는데 엄마는 어색하다고 한 번도 안쓰셨다.

6. 미용실에서 나왔는데 웬 중국인 아저씨가 술에 잔뜩 취해서 회색 내복만 입고 동인천 일대를 활보하고 다녔다. 늙은 중년 남성이 내복만 입은 모습이 너무 역해서 괴로웠다.

7. 친구가 공들이던 남자와 사귀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난 근데 진짜 아직 먼건지…어째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남자가 진심으로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 예감이 제발 틀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