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국내도서
저자 : 김상근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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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었다고 표현해도 될까. 아무래도 읽었다는 표현보다는 감상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현존하는 카라바조의 모든 그림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고, 책 구성이 읽기 편리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신용카드 항공 마일리지가 7만 마일이 되면 (아마도 내년쯤 가능할듯) 로마에 가기로 했다. 맘이 변할지도 모르지만, 카라바조의 그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로마 보르게제 미술관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특히 과일바구니를 든 소년 을 꼭 실물로 보고 싶다. 이 책에서는 그 그림을 두고, 그림 밖으로 걸어나와서 바구니를 내밀 것 처럼 생생하다고 표현했는데, 비록 프린트한 그림으로 봤지만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

'카라바조,이중성의 살인미학' 은 카라바조의 그림을 시기별로 나열하고 간단한 설명을 하며, 남아있는 자료를 근거로 카라바조의 삶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나는 이 책에 수록된 카라바조의 종교화를 보며, 내가 성경을 알아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안도했다. 아마 성경 내용을 몰랐다면, 카라바조의 그림이 조금 덜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책의 마지막 쯤에 카라바조가 어처구니 없이 죽는 장면에서는 헉 하면서 찔끔 울었다. 그만큼 가슴이 아팠다.

비록 성격이 괴팍하고 난폭하여 평생 고생스럽게 살았지만, 카라바조는 최고의 화가였다. 하지만 정말 허무하게 로마로 돌아가는 길에 죽고 만다.

중학생 때 음악 선생님께서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장면 중 모차르트가 죽은 뒤 제대로 된 관도 없이 땅에 묻히는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하셨다. 나에게 신과 같이 대단한 모차르트가 그렇게 비참히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하셨는데, 카라바조가 죽는 구절을 보며 내가 딱 그 심정이었다. 살아 있었으면 아마 멋진 그림을 더 많이 남겼을텐데 안타깝고 슬펐다.

한편으로는,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안목이 대단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 귀족들은 카라바조가 살인자 임에도 불구하고 극진한 대접을 하며, 어떻게든 카라바조의 그림 한장 얻으려고 그렇게 용을 썼다고 한다.

저번 오르세 미술관전에서 본 살롱전 입상 그림들은 대부분 색감이 촌스럽고 나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그림이 그려진 당시에는 최고의 그림이라고 칭송받던 그림들 아닌가.

하지만 카라바조의 그림은 16세기에도 최고였고, 지금도 당연히 최고다.

책 속의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면 그저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정말 재밌는 책.

P.S 나는 이 책을 e-book 으로도 사고, 실물 책도 구입하여 아직까지도 시도때도 없이 심심하면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