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이든 을 보고

위로 2016. 7. 14. 17:37

배철수 음악캠프에서 김세윤 평론가가 추천해서 보고 싶었던 네이든을 봤다.

주인공인 네이든이 어린시절 자폐 진단을 받으며, 의사가 이 아이는 빛과 패턴에 민감하다고 부모님께 설명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지, 영화 중 네온사인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등장한다. 그거 빼고는 만족스럽게 보았다.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휴고에서 저 아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CG 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아름다운 어린이였던 아사 버터필드가 다 큰 청년이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휴고 얼마 안된 영화 같은데... 아직 완성된 외모는 아니지만, 충분히 멋지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 혹은 정신적 장애가 있지만, 특출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는 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나 영화의 단골소재다. 젊은 톰 크루즈 오빠를 볼 수 있는 레인맨, 뷰티풀 마인드도 있었고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말아톤 이 대표적이고.

그러나 이 영화는 여타 다른 자폐를 다루는 영화들과 다르게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 일반인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로만 그리는 것도 어쩌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끔 했으니까.

 
네이든은 자폐를 가졌지만, 수학에 특별한 능력을 보이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영국 대표 후보 16명 중 한명으로 선출된다. 영국 대표 후보들은 최종 참가자 6명을 가리기 위해 14일간 대만으로 합숙 훈련을 가게 된다.

네이든은 중국팀과 함께 합숙훈련을 하는 중에 장메이 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제서야 눈 앞에서 아빠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며 사랑의 아픔 또한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네이든에 대한 성장스토리이기도 하지만, 네이든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근육경화증에 걸린 선생님에 대한 성장스토리이기도 하다. 촉망받는 수학 영재였지만, 근육경화증에 걸린 후 크게 상심하여 결국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험프리스는 네이든을 제자로 가르치며 과부인 네이든의 엄마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먹지 않던 약도 먹고, 다시 제대로 된 삶을 살기로 한다.


사람은 절대 안변한다는 말을 믿는다. 하지만, 만약 사람이 변할 수 있다면, 그 계기는 아마도 '사랑' 뿐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상대방이 변하지 않을 경우, 변하지 않는 상대방이 밉기도 하지만, 내 사랑이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그 사랑이 끝나버리면 '역시 사람은 안 변한다.' 고 믿는다. 어쩌면 '절대 안변한다.'고 말하는 건 누구나 쉽게 납득시킬 수 있는 편한 변명이니까, 습관처럼 그리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로 인해 이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사람의 단점까지 사랑하는 건 엄청 힘든 일이다. 또 내가 누굴 변화시킬 수 있을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내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앞설 때도 많다.

하지만 영화 속 장메이는 세상을 향해 닫힌 마음을 가진 네이든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해준다. 장메이의 용기있는 사랑이 멋졌다.

하이틴로맨스지만, 다른 하이틴로맨스들처럼 선남선녀들의 쿨내나는 사랑 놀음이 아니라 좋았다. 

남자주인공이 지나치게 샤방샤방 하게 멋지지 않아 좋았고, 장메이로 나온 중국 여자 배우는 어찌나 깜찍한지, 요근래 본 소녀 중 (우리나라 걸그룹 멤버, 영화배우 통틀어) 제일 예쁜 것 같다.

서양에서 만든 영화에 등장하는 아시아 여자들은 진짜 아시아 인들은 전혀 선호하지 않는 외모일 때가 많아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메이는 한중일 사람 누가 봐도 귀엽고 깜찍하고 예쁜 외모의 소유자다. 난 특히 장메이의 적당히 근육 있고 탄탄하고 날씬한 종아리와 매고 다니는 책가방의 너구리 인형이 참 맘에 들었다.


영국과 대만 두군데 모두 가본 나라라서 배경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 다시 보니 영국보다 대만이 더 그리웠다. 신기한 일이다.


P.S1.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튜링을 연기했던 배우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영국 대표 중 한명으로 또 등장한다. (수학영재 전문 배우인건지?) 얘도 많이 컸지만, 동그란 이마는 아직도 귀엽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제일 슬픈 장면이 어린 튜링이 짝사랑하는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듣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어린 튜링역 맡은 배우가 연기 엄청 잘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또봐서 반가웠다.

P.S2. 네이든의 모델인 실제 주인공은 중국인 여자친구(장메이 역)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P.S3.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최강국이 중국인 걸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거참. 중국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