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일상 2016. 2. 4. 18:32

1. 개
얼마전에 신도림역에서 맹인 안내견을 봤다. 큰 골든 리트리버 였다. 그 개는 굉장히 의젓했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행하는 모습에서 숭고함 까지 느껴져 울컥했다.
애완견 과는 다르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눈에는 피곤함이 서려 슬퍼 보였다.
하루종일 그 슬픈 눈이 나를 쫒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맹인 안내견이나 수색견들은 개로서 본능을 억제하는 훈련을 받아서 다른 개들 보다 평균 수명도 짧다는 걸 어디서 봤다.
난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건 질색이고, 평소 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개는 때론 사람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하고 인류에 꼭 필요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보고 하루종일 맹인 안내를 시키면 아마 반나절도 안돼 포기하고 말 것 이다.
한국에는 개와 관련된 욕이 많지만, 실제 개만도 못한 인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2. 고양이
고양이 척추의 움직임은 언제나 유려하다.
고양이들은 움직일 때나 멈춰 있을 때나 그 몸이 만들어 내는 선이 참 아름답다.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 조차 미적으로 가장 알맞은 각도 만큼 움직이는 느낌이다.
우리집 앞 곡물상가 제일 첫번째 집에 살던 고양이를 거의 5년 넘게 봤는데, 털 색이 은색이고 얼굴도 어찌나 예쁜지 운 좋게 그 고양이를 길에서 만나면 기분이 좋았다.
한 2년 전에는 자기를 꼭 닮은 새끼 몇마리를 낳았는데, 주인이 다른 집에 다 줘버린건지 한 2주 뒤엔 새끼 고양이가 한마리도 남지 않았고 나까지 슬펐다.
그런데 몇 달동안 그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본 고양이 중 제일 예쁜 고양이였던 그 은색 고양이가 아무래도 죽은 모양이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도 아니고 이름도 모르는데 서운하다. 이제 영원히 못보게 되는거니, 우연히 만나 기분 좋을 일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