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다른 나이드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음력 생일을 따지신다. 아빠의 음력 생일은 항상 아슬아슬하게 크리스마스보다 한 3일 전이고, 내 생일은 크리스마스 다음 다음 날이다.

아빠와 나는 겨울파고, 동생과 엄마는 여름파다. 신기하게 성격도 생일 따라 성격도 비슷하다.

동생이 웬일로 이틀밤이나 자고 가서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난 남동생이 오면 은근히 불편하고 그런데, 부모님은 그래도 자식이라 그런지 동생이 올 때마다 표정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빠가 61세가 되셨는데, 우리집은 별로 좋아진 것이 없다. 큰 사건도 없었다. 하지만 나와 동생이 둘다 혼자 먹고 살 수 있고, 크게 아픈 데 없는 데 감사해야겠지.

그나저나 우리 아빠는 옛날에는 사람들이 원래 나이보다 15살 정도 적게 봤는데 이젠 최대 20살 까지 어리게 보기 시작했다. 동안은 타고나는 것임을 아빠를 보며 느낀다. 관리고 뭐고 다 필요 없다. 타고나면 끝.


토요일에는 엄마를 태우고 내가 다니는 치과에 갔다. 엄마의 이상태가 날로 심각해져서 좀 좋은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갔는데 치료기간만 1년에 치료비 견적이 410만원이 나왔다. 엄마아빠가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은 돈으로 주택 대출금에서 원금 좀 갚는다고 하셨는데.. 그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최소한으로 줄인게 410만원이고 의사가 말한 다른 치료까지 다 하면 한 천만원 들 거 같은데, 휴 치료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매일 아침 아빠가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신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까지 2시간이 넘어서 하는 수 없이 아빠 차를 매일같이 탄다. 아빠 차를 타면 전철역까지 신호등 잘 걸리면 어쩔 땐 5분만에도 가는데 버스를 타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25분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저번주에 한창 추울 때 두번이나 아침에 배터리가 방전되서 외롭게 차가운 바람 맞으며 달이 뜬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탔다. 처음으로 7분 지각을 했고, 피곤했는지 눈에 또 다래끼가 나려고 해서 일찍 들어와서 쉬었다. 약도 먹고 해서 다행히 부풀어 오르진 않았다. 다래끼 때문에 이번 주말은 놀고 먹고 완전히 나태하게 보냈다. 무서워서 몸무게를 못재겠다. 간신히 40키로대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 50키로대에 진입할 것 같아 두렵다.


저번주에 이틀짜리 연말정산 교육을 갔는데 두번째 연말정산 교육 강사가 자꾸 여성 비하적 발언을 해서 기분이 심히 나빴다. 아직도 저런 인간이 남 앞에서 강의하고 사는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연말정산 오랜만에 봤는데, 지금 이 시스템에서는 돌려받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특히 결혼안하고 부양가족 없는 사람은... 나도 큰 기대는 말아야겠다. 


월요일 오전마다 우울한 회의를 해야 한다. 멤버 구성 상 내일은 더 우울할 것 같다. 유체이탈 상태로 썩은 말들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자야겠다.


1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렇듯 나의 대부분의 날이 특별하지 않았고, 평범했다. 하지만 이런 별볼일 없는 내 일상을 아주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블로그에 쓰는 일기인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것도 없이 1년이 또 10년이 훅 지나갔겠지.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도 일기 잘쓰고, 일기 쓰면서 우울한 것도 다 날리고, 또 주어진 삶이니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교회를 못갔다. 기도 많이 하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