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욕

일상 2014. 11. 24. 23:23

  토요일에 오랜만에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오빠랑 성남에서 카페를 하면서 부터 친구를 만나기 무척 힘들다. 광화문에서 학원 끝나고 친구가 있는 코엑스까지 갔다. 친구가 코엑스에서 하는 카페쇼를 해서 거기 가서 찻잎들도 구경하고 친구네 가게 커피도 맛보고 그랬다. 버스타고 강북에서 강남까지 가다가 촌스럽게 심하게 멀미했다. 중간에 내리고 싶었는데 꽉 막혀서 내릴 수도 없었다.

  걔랑 서울에 있으면 뭔가 못올 곳 온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스무살 때부터 우리의 아지트인 부천역으로 옮겼고, 하루 종일 대충 밥을 떼워 쌀이 그리웠던 우리는 샤브샤브를 동물같이 먹어치웠다.

  내친구 앞에만 있으면 마음이 편해 그런지 식욕이 막 용솟음 친다. 그런데 신기하게 회사 회식 자리가서는 거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그냥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으면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친구한테 이 얘기를 하니 웃겨 죽으려고 한다. 저번에 나랑 치킨 먹는데 내가 너무 빨리 많이 먹어서 자기 가 삐질 뻔 했는데 무슨 니가 양이 적단 소리를 듣냐고 말도 안된댄다. 하지만, 진짜다. 회사 사람들은 다 나보고 양이 적다고 한다.

  친구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는데, 일주일동안 회사에서 들들들들 볶인 이야기를 했다.

  걔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싶었다. 남자친구가 생겨도 아마 이정도로 의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울했던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통째로 한순간에 구원해준 친구가 얘인데, 정말 평생의 구원자라고 해도 모자르다. 현재까진.

  그 친구가 나한테 내가 이렇게 과격하고 심한 욕 하는 건 처음 봤댄다. 그렇다. 난 첫 직장 악마같았던 여자 선배에게도 이 정도의 쌍욕과 저주를 퍼붓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날 괴롭히는 사람은 요즘 같아선 내 입에 올리기도 싫다.

  인격적으로 전혀 존경할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 기분 맞춰서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서 기고, 알아서 아양 떨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오늘 짜증의 방패막이를 해야만 했는데, 진짜 꼴도 보기 싫고 하루 종일 화가 나서 혼났다. 이제까지 난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편이었다. 죽도록 가기 싫은 회식에 가서도 아양 열심히 떨고 웃긴 이야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해주고, 그 사람이 기분 나빠 보일 땐 그냥 조용히 입닫고 알아서 기었다.

  그런데, 저번주 오늘 계속 고민하다 이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은 그냥 쭉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정을 붙여보려고 했던 상사지만, 이제 그럴 필요성도 없고, 난 나 대로 내 할일 하고, 그렇게 원하는 상사 대접 깍듯하게 해주고 그 인간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난 언제나 똑같이 대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을 다 잡고 있다. 내가 왜 그딴 사람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복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저번 주 내내 너무 괴롭힘을 당해서 신경성으로 배가 아파 고생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거 같다. 내 몸을 상하게 하면서 까지 영향을 받을 필요 없는데, 난 왜 영향을 받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내가 고결하고 착한 사람이다.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점점 나한테까지 화가 나면서 내 자존심은 요즘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러면 안될 거 같다. 이러면 나만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