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공원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마련되어 있는데, 365일 매일같이 6시만 되면 그 무대 장치에서 뽕짝음악이 흘러나온다. 트로트 음악을 8배 정도는 빨리 돌린 것 같은 그런 음악 말이다. 그 음악에 맞춰서 엄청 마른 아저씨 하나가 무대에 나오시고, 에어로빅 같은 체조동작을 약 30분간 한다. 그러면 그 앞에서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그 아저씨를 따라하며 운동을 하시는 거다.

  산책 때 들을 음악 선곡에 무척 신경쓰는 나로서는 그 뽕짝음악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 뽕짝음악 때문에 내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음악들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고질병과도 같은 비관적 생각들을 조금 완화시키고 어쩌면 더 심화시킬 작정으로 간 자유공원에서 혼자 석양을 바라보는 중에 흘러나오는 그 뽕짝음악들은 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항상 압도했다.

  6시를 피해서 갈 수도 있지않느냐 하겠지만, 그 시간을 피하기는 힘들다. 보통 3시~4시쯤에 산책을 나서면 필수적으로 그 음악과 춤추는 무리들을 단 10분이라도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저번 주에는 심각하게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갑자기 나도 저 춤추는 무리 사이에서 무대의 아저씨를 따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난 과감하게 이어폰을 빼고 무대의 아저씨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어느 누구도 날 신경쓰지 않으시고 열정적으로 동작을 따라하셨다. 그 점이 날 편안하게 만들었다.  

  몸이 뻣뻣하고 춤이라곤 춰본 적 없는 내가 따라하기에는 동작들이 꽤 어려웠지만, 난 그 순간 뽕짝 음악에 맞춰서 방방 뛰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서 혼자 깔깔깔깔 웃었다. 음악이 워낙 컸기 때문에 누구도 들을 수 없었겠지만, 2014년 들어 그렇게 크게 웃어보긴 처음이었다.  

  저질 체력 때문에 15분 따라하고 이내 관뒀지만, 우울한 기분이 많이 나아져서 더이상 저 뽕짝 음악을 미워하지 말고 종종 따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체조 시간이 끝나고 일요일 밤의 자유공원에는 나 혼자만 남고 썰물처럼 모든 사람이 빠져 나갔고, 맥아더 동상 앞에서 동상 해설을 읽고 있던 나는 갑자기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마구 뛰어 내려갔다. 내가 크게 소리를 질러도 도와줄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맥아더 동상 앞에서 생각한건데, 나에게 누군가가 만약 맥아더 동생이 철거된다면 왜 철거됐을 거 같냐. 고 묻는다면 동상이 세워진 위치가 분수에 넘치게 좋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거다. 우리나라 위인 중 어느 누구의 동상도 그렇게 좋은 위치에 세워질 순 없을 것 같다. 뭐 내가 아는 동상이라곤 광화문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밖에는 없지만, 맥아더 동상이 세워진 자유공원의 그 위치는 정말로 너무나 심각하게 좋은 위치다.

 

  이번주에는 아쉽게도 자유공원에 못갔다. 심지어 바깥에 한번도 못나갔다. 왼쪽 눈에 다래끼가 나서 계속 욱씬거리고 아파서 집에서 쉬기만 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저번 독감때문에 3일 연속 쉰 뒤로는 또 쉰다고 말하기가 좀 눈치 보이는데 아무래도 병원에는 들렀다가 출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