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비

일상 2013. 6. 12. 00:18

며칠 정말 뜨거웠다. 아직 덥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온 몸으로 느껴지는 햇빛이 뜨겁다는 생각은 매일 하던 차에 비가 오니 참 좋다.

확실히 차로 출퇴근을 하니까 현관에서 차까지만 비를 맞아도 되니까 좋다. 신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밤에는 사이드미러가 비때문에 잘 안보여서 좀 무섭지만 그래도 우산 쓰고 전철타고 버스타고 했던 때 보다는 편하고 느긋하게 음악도 즐길 수 있다. 비오는 차에서 익숙한 길을 달리면서 듣는 음악도 운치있고.

매일 매일 운전해야만 하는 제1경인고속도로도 이제 예전 지하철 정류장을 다 외웠던 것 마냥 인터체인지 순서를 다 외워버렸다. 또 어떤 구간은 밀리고 어떤 구간은 아예 70도 가량 꺽이고 이 구간에서는 좀 밟아도 되고 이런거 까지 다 알다보니 운전하기 수월하다. 역시 운전은 고속도로지!

 

회사에서 우리 팀의 팀장님의 기대수준을 충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좀 우울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엑셀시트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척추가 그냥 그대로 굳어 버린 기분이다. 정말 우리 팀장님은 이 몇천개 되는 라인을 다 하나하나 살펴볼 작정이신건가.

팀장님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다보니 내가 어떻게 일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실테니깐 그냥 이정도 하자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은 다 해내셨으니깐 그런 생각이 드실만도 하지.

여하튼 요즘 하고 있는 일은 너무 너무 괴로운 일이다. 눈알이 빠져버릴 것 같은 일. 내 모니터가 54인치 였으면 좋겠는 일. 엑셀시트가 6개가 한꺼번에 한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 노가다 스러운 일. 대체 이런 식으로 계속 회사가 유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우리 팀장님의 초인적인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팀장 절대 안될거야. 아마. 

 

6월 말에 가는 워크샵에 가기 싫어서 미칠지경이다. 토요일 오후 5시 비행기로 부산에서 김포공항으로 올라온댄다. 그나마 1박 2일 인 것에 안도하고 있다. 예전 회사에서 2박3일동안 밤 1시까지 짜여진 스케줄에 따르느라 환장하고 미치고 팔짝 뛸 뻔한 걸 생각하며 꾹 참고 있다. (발묶고 달리기 뜀틀, 앞구르기, 뒷구르기 이따위 활동을 하루종일 했음 ㅜㅜㅜ 아오 내 직장의 흑역사)

 

아, 그리고 오늘 졸업시험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냥 붙여준거 같다. 솔직히 2번째 과목은 40점도 안나왔을 것 같은데. (과락이 40점임) 난 공부는 잘 못했지만, 급히 공부해서 문과계열 객관식 문제 푸는 데에는 아주 쪼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특히 윤리 같은 과목이나 미술 필기 과목 같은 읽고 기억하고 객관식 문제 풀고, 또 바로 까먹는. 이런 능력.  이 능력이 완전 특출났으면 내 인생이 덜 우울했을텐데. 흐흐

 

아직까지도 읽고 있는 책 런던 미술관 산책이 몇 장 남지 않아서 우울하다. 아껴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면 다 읽을 것 같다. 아쉽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고민상담을 했을 때 반응에 따라 사람을 나누면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절망적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사람 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일리 있게 설명해줘서 잠시라도 안심을 하게 해주는 사람.

난 솔직히 말하면 전자와는 가까워지지 않더라. 왜냐면 난 정말 속이 좁기 때문이다. 히히.

그것보다도... 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할 의지와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굳이 옆에서 그걸 거들어야겠다 하고 오지랖을 부릴 필요 없는 것 같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든 친구든 혹은 동료든 간에 그냥 내가 혼자 극복할 때 까지는 잠시 잠깐이지만 좋은 말로 날 위로해주고 장기적으로는 나를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  

고민 상담 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될 리 만무하고, 그냥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그 문제에 대해 정리도 되고 직면도 할 수 있고 그러니깐.

제안과 해결책을 남발하는 사람일 수록 제대로 된 사람 못보기도 했고.

 

2년 6개월동안 심리학 수업을 들었지만, 내가 느낀 건 위와 같네. 대학 때도 똑같은 말 일기에 쓴 거 같은데 괜히 배웠구만. 그래도 심리학자들의 생애에 관련된 수업은 재밌었다. 

 

다신 공부 안할거야. 너무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