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난 내가 다시 학생이 되는 꿈을 자주 꾼다. 교복입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꿈 말이다. 난 고등학교 때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좋은 대학교 입학하고 싶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질 않았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공부가 싫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나 혼자 좋은 대학 가고싶어서 아둥바둥 대는데 우리 엄마아빠는 전문대 가서 돈이나 벌어오면 된다는 주의였다. 나보다 못하는 애들도 좋은 대학 보내려고 부모님이 안달인데, 나쁘지 않은 성적이고 공부를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전문대를 가거나 지방 국립대 전북대 전남대나 가라는 성화에 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달렸다. 전학간 학교는 최악이었다. 고등학교 내내 배운 과목 중 처음부터 끝까지 과목을 가르쳐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근데 그 시골에서는 항상 그렇게 해오고 그게 당연했다. 불만을 갖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으니까. 국어, 물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은 진짜 나 혼자 책보고 공부한 거다.
대학시절에도 취직은 되겠냐, 돈은 벌겠냐 부터 시작해서 내가 돈을 벌어오지 못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시달렸고, 직장을 관둘 때는 농담이 아니라 부모님은 며칠간 나를 쳐다도 안보셨다. 백수로 지낼 때는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말대로 간호전문대 들어가서 취직이나 할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지만, 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때 그냥 엉덩이만 쑥 밀어 주셨으면 내 마음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우울하지도 않았을거고, 교실에서 교복입고 공부하는 꿈을 주기적으로 꾸지 않았을텐데.
내가 딸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돈이 너무 없어서?  요즘도 매일 돈없단 소리에 시달리는데 솔직히 지금 월급으로 집에 내놓을 돈도 더는 없고. 더 두려운 건 나중에 내 자식도 이런 미련에 시달릴 것 같아서... 두렵다. 돈이 진짜 웬수고 돈에 꿈도 결정나고 인생도 결정나고, 마음도 결정나고, 사랑도 결정나고, 성격도 결정나는 거 같다. 돈 싫다.
근데 난 그 드럽고 치사한 돈조차 제대로 못벌어. 그렇게 박박 우겨서 대학 들어와서 졸업했으면 제대로 풀렸어야 할 거 아냐.  4월만 되면 왜 사람은 비관적이 되는거지. 유령처럼 지옥같은 고등학교를 왔다갔다하는 버스 안에서 벚꽃을 보면 그냥 죽고 싶단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런것인가. 물론 내가 부잣집에서 안정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어도 내 인생은 딱 이 정도 수준이었을 수도 있는거지만... 10년 된 일에 이렇게 미련 갖고 우울해지는 내가 참 싫다. 누가 보면 무서울 정도로 찌질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