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은 한 겨울에 자기가 마신 커피잔 설거지를 시켰었다. 그 여자는 자기 혼자 마신 커피잔 하나를 닦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선생들까지 마신 커피잔 까지 다 닦으라고 했는데 그 차는 커피도 아닌 쑥가루 같은걸 넣어서 마시는 쑥차였다. 그래서 매번 설겆이를 하러 가져가면 다 말라 비틀어진 그 쑥가루들이 컵에 덕지 덕지 붙고 바닥에는 상당한 양이 가라앉아서 말라붙어 있고 입구에는 빨간 립스틱 자국이 항상 엄청 묻어 있었다. 그 놈의 쑥가루는 아무리 물로 해도 진짜 안 닦여서 차디 찬 물에 내 손을 넣거 계속 박박 문질러도 어림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여자는 나한테 고무장갑도 안줬고 (지금도 어른용 고무장갑이 커서 안 맞으니 그때는 고무장갑을 줘도 끼지도 못했겠지만) 수세미도 안줬다. 그리고선 내가 최선을 다해 찬 물에 오로지 손만으로 박박 문질러 닦은 그 커피잔을 가져가면 깨끗이 안닦였다고 쑥을 불려서 설거지 해야 잘 닦이는 것도 모르냐고 더럽게 쑥가루가 컵에 붙어 있다고 타박하기 일쑤 였다. 많은 애들 앞에서 타박을 받은 나는 수치감에 더 열심히 닦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여자는 또 타박을 했다. 결국 그 여자는 그 뒤부터는 나를 안 시키고 다른 여자애를 시켜서 그 컵을 닦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쑥가루가 다 말라붙어서 나중에 컵을 닦기 힘들거 같으면 다 마시고 나서 물을 부어서 쑥가루가 컵에 달라붙지 않게 불려 줄 수도 있는거였고, 수세미를 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가 점심시간에 수다나 떨면서 다른 선생들이랑 쳐 마신 건 지가 닦아야 맞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린 애 시켜서 지 한몸 편하고 싶었으면 한 겨울에 그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찬 물로 겁내 무거운 유리컵 13개 정도 들고 가서 닦고 그 여자한테 야단까지 맞았던 일을 생각하면 30살이 된 지금도 울컥한다. 교권추락위기라고 선생들은 볼맨 개소리들을 지껄이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학교에는 선생 자격 없는 병신들이 너무 많다는 내 의견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초중고 통틀어서 진짜 선생님 같다 존경한다 생각했던 여자는 고등학교 때 물리, 국어 선생 이 두명이 유일하다. 다른 선생이란인간들은 사회에 나와서 만났던 사람들 보다도 도덕 수준이 더 개판이고 그런 주제에 자기가 선생이라는 자부심만 가득한 역겨운 인간들 뿐이었다.  
중학교때는 선생한테 개맞든 맞은 적도 있지만, 한 겨울에 설거지 했던 어린시절 이 기억은 아직도 쓰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썩을. 지금 교권이 추락한 건 어렸을 때 부터 그렇게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앞선 선생들을 향한 형벌이나 아이들의 저주 쯤 이라고 생각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