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서 1박

일상 2007. 12. 22. 22:33

어제는 서초동으로 이사간 친구네 집에서 1박을 했다.
집들이 선물로 '유기농'잡곡하고 현미, 크림치즈, '유기농'유자차를 줬다.
난 집들이 선물로 잡곡 주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거야.
라고 말했고, 친구는 이제까지 받은 집들이 선물 중 최고야 최고! 라며 기뻐해줬다. 그덕에 괜히 난 우쭐해졌다.
친구네집은 베란다가 없어서 외풍이 너무 심했다. 커튼이 시급해 보였다. 커튼이 안되면 문풍지라도.
난 자취할때도 가스비는 절대 아끼지 않았다. (자랑이냐)
다른 애들 방보다 좁은 원룸이었음에도 가스비가 4만원이 넘게 나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단열이 잘 안되서 내 맘에 흡족할 정도로 따뜻하진 않았다.
혼자 자취하면서 매일 아침 밥을 해 먹는다는 친구의 열성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내가 밥을 안 먹느냐. 그건 아니다. 언제부턴가 아침을 안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겠다. 우리 엄마는 내가 늦게 일어나서 밥을 못 먹고 드라이로 머리 말리고 있으면 국에 밥 말아서 가져온다. 그러면 나는 머리 말리고 화장하면서 밥 한수저씩 떠먹고. (나도 엄마도 좀 유난떨긴 한다)
내친구도 내가 사준 잡곡 가지고 계속 아침밥 잘 챙겨먹었음 좋겠다.
싱글침대에서 둘이 자는 건 아무리 여자 둘이라고 해도 좀 좁았다. 흠.. 예전에 내동생은 어떻게 키183에 80키로 거구랑 싱글에서 같이 잤다는거지. 징그러운 녀석들.

친구와 나는 공통적인 신체적 컴플렉스가 있는데, 바로 볼륨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슴이) 없다는거다.  민망한 주제긴 하지만 사실 난 정말로 한국 속옷 사이즈 중에 내 가슴둘레에 맞는 속옷이 없다. 고2때는 몸무게는 우리반에서 가장 적게 안나가면서 가슴둘레는 최하를 기록했다. 씁. 모 브랜드에서 75보다 작은 가슴둘레 사이즈의 속옷이 나와서 디자인 그리고 값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쪽 속옷만 사입고 있다. 울분을 토하다보니 우리는 몇십분간 그 얘기만 하고 있었다. ;

그 후에는 싸이월드 염탐을 통해 요즘 얘기 하면서 말했던 남자들의 사진을 봤다. 그 남자들은 두여자가 자기 사진 보면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거 알면 기분 나쁘겠지만.
내친구가 2년 넘게 사우디로 해외파견 나가는 남자도 괜찮다면 소개팅을 시켜준댄다. 그냥 난 그런 남자가 내 애인이라면 나랑 결혼해서 나도 데려가줬음 좋겠어 라고 말했는데, 진심이다. ; (소개팅도 안해놓고 벌써 이런 생각까지, 이러니 애인이 없지)
아.. 요즘 같아선 진심으로 결혼해서 집에서 놀고 먹고싶다.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하기가 싫어서. 에휴. 하지만 결혼은 혼자서 하나.
 
염탐을 끝마치고 침대에서 도전슈퍼모델9를 보다가 결국 우리 둘은 너무 졸려서 불끄고 잤다.
좁아서 중간중간 깨긴 했지만, 내 친구의 잠버릇은 정말  best  였다. 숨소리도 없고 뒤척거리지도 않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가 부천에 있는 결혼식 간다고 해서 같이 전철타고 난 집에 도착해서 2차로 낮잠을 잤다.

크리스마스가 내일 모레인데 난 계획이 없다. 회사에서 가까운 시청앞 광장도 한번 안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틀 뒤인 내 생일에도 계획이 없다.

아.씨. 연말은 여러가지로 내가 불쌍해지는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