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함이 없는 인생.

일상 2011. 1. 20. 12:55
과외로 돈을 벌 때 영어 지문을 봤다. 맨날 회사랑 관련된 토익 영어 지문만 보다가 그렇지 않은 영어 지문을 보니까 신기했다. 그 영어지문의 내용은 뉴욕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알면서도, 우울증을 치료하면 예술적 감성이 줄어들까봐 그 우울증을 못 고치고 계속 우울한 채로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그 예로 유명 예술가들이 대부분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시기에 걸작을 많이 만들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예술에 관해선 습자지 같은 식견을 가진 나 이지만, 저번에 가본 고흐전에서 내가 가장 감명깊게 봤던 건 고흐가 정신병원에 갇혀 있을 때 그린 그림들이었다. 설명을 보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필사적인 몸부림 같은 게 느껴졌다.
내가 평소 방문하는 블로그는 5개 미만으로 그 중 1개는 예전에는 사이버상에서는 돈독했다가 이제는 나 혼자 훔쳐보고 있는 블로그다. 예전에 내 블로그 때문에 큰 일이 한번 났을 때 아예 블로그를 엎어버린 뒤로 내 블로그 주소를 남기지 않았고, 난 그 사람 블로그를 그냥 훔쳐보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 블로그는 싸이월드 블로그라 내 싸이월드를 로그인한 채로 들어간 적이 많아서 아마 그 사람도 내가 그런식으로 훔쳐보고 있다는 걸 알꺼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얼마나 엿같을까. 흐흐흐.
일반인 이상의 센스를 자랑하는 그 사람은 알고보니 집안이 엄청 부자에 요즘에는 애인 때문에 완전 행복한 나날을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괜찮은 직장에 취직까지. 알고보니 그 사람은 엄청 잘 나가는 사람이었던 거다. (사실 실제로 한번 본 적도 있는데 이성들에게 인기도 많을 스타일)
그 뒤로는 이상하게 그 사람이 블로그에 쓰는 글들이 와닿지가 않고 다들 행복에 겨운 투정같고 진짜 고민같지도 않고 그랬다. 하긴 요즘 그 사람이 쓰는 걸 보면 나 완전 행복하다는 내용 뿐이더라.
내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훔쳐보는 이유가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위안을 삼기 위한 건 절대 아니다. 불평불만만 보는 것도 힘든거니까. 인기 엄청 많다는 음식블로그도 하나도 재미없고 여행 블로그도 어차피 가지도 못할 거란 생각에 재미도 없고 글이 없는 블로그도 재미없고 내가 가는 블로그는 설명하기 힘든 엄격한 나의 기준에 맞는 재밌는 블로그들이다. 행복에 겨운 내용들 뿐이긴 하지만 그 사람 블로그는 재밌는 편에 속한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렇다보니 계속 이렇게 숨어서라도 방문을 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행복에 겨운 블로그 내용들을 보자니 갑자기 시기 질투가 엄청 몰려와서 이렇게 쓴다. 나도 내 인생이 행복해지면 여기 블로그에 나 행복하단 내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글들로 넘쳐날까? 난 나름 행복한 편이어도 끝까지 완전히 행복하지 않다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살게 될까?
생각보다 내가 속이 엄청 좁다는 걸 깨달은 오늘이었다. 슬프구나. 남의 행복을 보며 재미없다고 생각하다니. 다 쓰고보니 이걸 왜 썼나 싶은 글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