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일상 2010. 9. 24. 19:08
내가 지금 쓰려는 내용에 비하여 저 제목은 엄청 과장된 감이 있지만 난 이제금방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오늘 퇴근을 하는데 문득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부여되는 권한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래서 옷도 안벗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러고 있다)
그 권한이란 바로 학생검색인데, 뭐 싸이월드 같은 데서도 사람검색을 할 수 있고 미투데이 같은데서도 가능하고 하다지만, 난 정보공개에 상관없이 지금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석사, 박사 뿐 아니라 졸업한 사람까지 다 검색이 가능하다.
그래서 난 학생검색 란에 일단 내 이름을 검색하여 보고 다른 궁금한 사람들 이름을 검색하다가 완전 당혹스러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꿈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같은 인천에 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 큰 불안감을 주는 존재인, 예전 어린시절에 사귀었던 (그리고 끝나면서 서로 엄청 안좋았던) 그 남자애가 이번학기에 내가 출근하고 있는 이 학교에 석사로 진학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이번학기에 입학한 거라 내가 여기를 관두게 되는 2년내내 고스란히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이 같은 캠퍼스 안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차라리 몰랐으면 맘편히 다닐텐데 이미 이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난 웬만하면 학생회관 식당에 안가고, 걔가 다니는 대학원 건물은 근처에 얼씬도 안하고, 도서관에는 더더욱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 그리고 밥 먹을 때도 웬만하면 사람들 많이 가는 골목으로 안가야겠다. 아 싫어.
그런데 이 와중에 천만 다행인건, 내가 걔가 속해 있는 과로 안가게 되었다는 거. 그걸로 위안을 삼자. 그리고 걔네 건물과 내가 있는 건물은 그래도 꽤 먼 편에 속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