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이유

일상 2010. 9. 22. 12:13

여기 블로그로 옮겨오기 전에 내 블로그 주제로 뻔질나게 등장했던 남자가 있었다. 가끔 여기에다가도 썼지만 그 남자는 내가 2년 동안 짝사랑만 하던 남자였다.
그 짝사랑이 끝날 쯤에 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회사에 가선 난 남자 만날 일도 없이 일만 계속 했다. 사실 남자친구가 없어서 한이되거나 외롭거나 하는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고, 내 나이 때문에 약간 의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난 여전히 별로 애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그 이후로 좋아한 남자도 없고, 그 이후로 1시간 이상 전화통화한 남자도 단 한명도 없다.(이거 왠지 내 무덤을 내가 파고 있는 것 같네)
그때도 나 혼자만 좋아한 거였기 때문에 손을 잡거나 혹은 그 이상의 스킨쉽도 없었다. 농담 좀 보태면 난 이대로 수녀원에 들어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의도치 않은 금욕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없고, 나를 좋아하는 남자도 없는 생활이 계속되어서 어떻게 생각하면 난 그때의 남자를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는 그 사람의 이름을 생각하면 새삼 어색하고, 얼굴도 잘 기억안나고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현재 시점에서 내가 마음에 두었던 마지막 남자가 되어버린거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인데 말이다.
어제밤에도 무려 3년전 짝사랑 남자인 그 사람이랑 같이 잡지보면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꿈을 꿨다. 아직까지도 그 사람은 꿈속에서 날 좋아해주거나 싫다고 한다. 어제 정읍 휴가 사진을 올렸는데 그 휴가 마지막날 밤에도 그 남자 꿈을 꿨다. 빈도로 따지면 2주에 한번꼴로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사람 꿈을 꾼다.
이 얼마나 불쌍하고 찌질한 삶이냐.
내가 차라리 20살 때부터 계속 좋아했던 남자도 없고 좋아해준 남자도 없이 살았으면 덜 비참했을까?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거라면 예전에도 지금도 난 괴로울 필요가 없겠지만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에는 기분이 참 뭣같다. 욕구불만 28살 여자가 된 기분이고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난 그때처럼 또 똑같이 쌍방향 사랑이 아니어도 되니까 내가 다른 남자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유는 그냥 그 인간 꿈을 그만 꾸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