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인천.

일상 2010. 4. 16. 18:22
내 동생은 나와는 달리 전라북도에서 초중고를 다 졸업했다. 그래도 지 고향으로 삼고 있는 건 정읍인데, 오랜만에 정읍에 갔더니, 아... 왔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
고향의 느낌이 그런 것일까? 난 초중고를 다른 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런 건 없는데 그래도 가장 오래 산 인천을 그냥 고향 삼기로 했다.
백수가 되서 친구 만나러 졸업했던 학교에 갔는데, 오랜만에 가는 버스타고 가는 길을 보니 아... 인천 참 후졌다. 하는 생각을 했다. 인천은 산도 없고, 봄이 되었는데도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겠고, 불량한 애들도 많고,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다들 사이버 포뮬라 저리가라의 난폭운전이지만, 그냥 오래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을 붙이려고 하니까 정이 붙었다.
우리 엄마는 인천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싫다고 틈만나면 떠날 준비하지만, 우리집이 나 초등학교 4학년때 인천을 떠났다가, 다시 중3때 인천으로 오고 고1때 인천 떠났다가 다시 인천으로 오고 서울 잠깐 살았다가 인천으로 오고 벌써 인천으로 이사들어온 적만 3번째 인거 보면 아무래도 인천을 떠나면 안되지 싶다.
백수된 첫날 월요일에 졸업했던 학교에 갔었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내가 다니던 대학교가 진짜로 남자가 많은 학교였다는 것과 그 남자 많은 와중에서도 남자 없이 그냥 졸업한 나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젊고 이쁘고 잘생긴 애들 보니까 뭔가 눈이 호강스러웠다.
또 한가지, 내가 생각보다 예전 좋아했던 분을 못 잊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제길 학교 가는 곳마다 다 이거저거 다 생각이 나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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