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일상 2010. 3. 11. 11:57
나는 남자가 나에게 호의를 배풀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나한테 호의를 배푸는 때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대학 때도 예상치 못한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배풀면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건지 파악이 되질 않았다.
물론 호의를 받는 건 복받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눈에 뛰지 않는 나를 발견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처음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나 대학 2학년 때 재수로 들어와서 나랑 딱 한번 포켓볼 같이 친 남자 애가 (도대체 어떤 경로로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냈을 때 편지에 眞光不輝 라는 말을 하며 잠깐 날 감동시켰던 적이 있다. 별로 화려하지 않은 여자한테 하기 좋은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난 걔가 날 스토킹 비스므리하게 내 뒤를 밟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서 피하다가 결국 아무 일도 없이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포켓볼 한 번 치고 1년 넘게 전혀 연락이 없다가 남자친구랑 헤어지자마자 전화한다는 거 자체가 그때 당시에는 쪼금 공포였다.
여하튼, 몇 안되는 남자들이 대학에서 (입사 이후엔 전혀 없었음 큭) 노골적인 멘트를 날려도 못본 체 하거나, 못들은 체 하거나, 화제를 전혀 다른 것으로 돌리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런건데 간혹 그걸 지금 날 무시하는거냐. 이렇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계속 다른 소리를 하니, 니가 지금 그러는 건 지금 상태가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맞냐고 물어봐서 대답을 못했다. 결국 또 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날렸지만, 모르겠다. 어쩌면 난 진짜 지금 상태가 훨씬 더 편하고 좋은 건지도.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 이건 아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럭저럭 행복하게 지냈을 거 같은데.
그런데 내 지론은 신중해서 나쁠 건 전혀 없다.기 때문에 만족한다. 후회할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