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용은 개인 공간에서 남 욕 하는 거 같아서 정말 하기 싫었지만.

나 아는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걔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은 남자친구랑 싸우거나 헤어지면 하소연 들어주기 인 거 같아서 갑자기 울컥했다. 물론 친구사이에서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 이야기 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나에게 전화하거나 찾아오는 이유의 99.9% 가 남자친구랑 싸운 이야기나 헤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거면 조금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0.1%도 처음에는 남자친구 이야기는 안하지만 필경, 남자친구가 문자를 씹었거나, 남자친구가 전화를 안받거나, 남자친구가 약속을 취소했거나 했을 때 허한 느낌에 전화를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생각해보니 걔랑 부쩍 친해진 때도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 였다.
나에게 전화하여 나도 너처럼 독립적으로 혼자서 즐기며 살 거다. 매번 나한테 결심을 하더니 3달도 안되서 다른 분을 만났다. 뭐 이런 것에 대해서 비난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 친구는 키크고 이쁘고 (항상 부럽다)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던 사람이니까 그러는 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왜 하필 내가 남자친구랑 싸우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 된 건지 모르겠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사람과 많은 역할 중 그게 나 냐고요.

저번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완전 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뭐 내 예상대로 결국 하루도 안지나서 화해하고 다시 만나고 있지만 말이다. 다음에 전화가 또 온다고 해도 아마 남자친구랑 이번엔 진짜 헤어졌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다. 전화벨이 울려서 받은 직 후 "또 남자친구 문제구나?" 라고 말해볼까. 하는 이런 찌질한 생각. 크크크큭.
 
가끔 연애하는 여자애들을 보면 상대가 좋지 않아도, 일단은 사귀고 보는 애들을 보는데 진짜로 이해가 안된다. (남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여자는 남자 입장에선 참 고마운 여자랜다. 근데 대부분이 그렇다) 남자가 좋다고 하면 시간 지나면 절로 좋아진다는데 나한테는 그게 전혀 해당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어도 결국에는 지금 남자친구 맘에 안들어 안들어. 빨리 다른 남자 만나고 싶다 싶다 싶다 이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하면서도, 결국에는 그 헤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서 혼자가 된 당시에 나를 좋다고 하는 남자랑 사귀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게 바로 외로움의 노예지 뭔가.
난 안그러겠다. 이야기를 했더니 니가 그래서 연애를 못하는 거라는 말이 되돌아 왔다. 사귀어보고 별로면 헤어지면 그만이라는데 진짜로 그런건가!!!
 
물론 결혼 전 여러 남자 만나서 괜찮은 배우자랑 가정을 이루는 것이 모든 인간의 미덕이라지만, 단순히 여러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아무리 별로여도 남자를 일단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은, 자기가 그 남자를 만나는 이유가 단지 외롭고 심심해서 라는 진짜 이유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낸 비겁한 명분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그리고 그거 때문에 만나고 있는 남자도 불쌍하고)

계속 혼자다 보니 혼자에 익숙해 진건지 내가 혼자인 걸 원래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난 진짜 좀 이해가 안간다. 항상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보다 괜찮은 남자는 이 세상에 깔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단지 외로워서 원래 당연한건가. 아니면 내가 남자친구가 없으니까, 그냥 내 앞에서는 연애가 별 거 아니라는 걸로 위로를 하려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거라면 난 열라 불쌍)

나랑 진짜로 친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위 내용에 대해 말했더니 원래 다 그런거랜다. 나도 그랬던가? 하도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난 안그러겠다. 결국 이런 불만 내용을 쓸 때마다 나오는 "난 안그러겠다." 지만, 이제까지 내가 안그러겠다 결심한 걸 진짜로 안하고 살면 난 훌륭한 사람이 될 거 같다. 여하튼, 친구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은 맘에 안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