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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호텔 : 여름夏
아사다 지로
문학동네


아사다 지로가 4년간에 걸쳐 발표한 소설.
야쿠자들이 세운 오쿠유모토수국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유티크한 표지 덕분에 지하철에서 저 책을 빼서 읽고 있으면 다들 한번씩은 책 표지를 쳐다봤다.
한때 평론가를 꿈꾸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뭔가에 대한 감상을 전달하는데 서툰 내가 또 어땠다 저쨌다 하는 것 보다는 괜찮았던 구절을 적어 놓는 것이 내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일 터.

-상대가 격렬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알고 보면 그런 놈일수록 젓가락 같은 몸매에 심성도 유약하기 짝이 없는 법이다. 창조의 근원은 변신을 바라는 마음이다. 매사에 꼼꼼하기 짝이 없는 내가 거칠기 짝이 없는 조폭소설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지만.

-"아니, 그렇지만, 그들의 논리라는 건 애당초 사회적인 더덕률이 통하지 않아."
  "통해요. 그들이 우리와 뭐 다른 생명체인가요? 당신의 사고방식은 늘 차별적이에요. 공포는 차별하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꼭 일 년 동안 자세히 분석하고 정보를 모아서, 이 수국 호텔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극락 리조트로 만들어줄 사나이를 찾았지. 아니나 다를까, 쓸 만한 인간은 하나도 없더군. 하나같이 그렇고 그런 호텔맨뿐이고, 사람의 정을 끌어모을 만한 사내는 없었던 거야. 그런데, 한 사람을 찾아냈지. 십 년 전에 아카사카 크라운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린 놈. 가는 곳 마다 지배인과 싸우고 한 곳에 일 년도 채 머물지 못하는 방랑 호텔맨. 그런 주제에 손님에게 감사장을 산처럼 받아챙기고, 택배로까지 선물을 받는, 그러나 그 선물이 도착할 즈음에는 그 호텔을 떠나고 없는, 너무나도 멋진 사나이. 어이 하나자와 선악과 힘의 크고 작음은 다른 거야. 늘 자네가 나빴던 건 아니야. 크라운 호텔이 나빴어. "


만약에 이 책을 다 읽는다면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이후로 4권 이상의 시리즈 책을 읽는 건데 지금으로 봐서는 다 읽을 듯 싶다. 결말이 벌써부터 궁금하니까.

혹시 수국이라는 꽃을 아는지 모르겠다. 강원도 산골에서 리얼 컨츄리스럽게 자란 나는 이 수국꽃을 본 기억이 난다. 커서도 종종 봤는데, 지금 서울과 인천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의 배경인 호텔에 수국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나도 오랜만에 수국을 보고 싶어졌다. 난 보라색 수국을 제일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살던 동네 뒷편에는 메밀꽃 필 무렵에서 나오는 메밀꽃이 지천 이었다. 그 곳에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며 '맞아.. 메밀꽃이 꼭 이렇게 생겼지." 라고 공감할 수 있어서 기뻤다.
또.. 우리가 살던 빌라 화단에 제일 많은 꽃은 맨드라미 였다. 여름에 항상 피어 있는 맨드라미를 보면 이 꽃은 왜 이리 못생겼을까.. 싶다가도 그 꽃을 만져보면 담요같은 감촉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그 꽃을 쓰다듬고 있다가 놀이터로 놀러가곤 했다.
해바라기도 있었는데 해바라기는 우리 동네보단 엄마 아빠와 같이 다니던 교회에 더 많았다.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해바라기보다 훨씬 키 작은 내가 어려야만 입을 수 있는 원피스를 입고 웃고 있다. 생각해보니 내동생 태어난지 한 2주 정도 되었을 때 갓난아기인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 배경도 해바라기 였군. 가끔 해바라기 씨를 빼 먹곤 했는데 씨를 빼 먹으면 왠지 해바라기 꽃이 못생겨지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예전에 박완서가 쓴 '두부'라는 책을 읽다가 길을 가다가 옛날 채송화가 너무 이뻐서 캐와서 집 앞 마당에 옮겨 심었다는 내용을 봤다. 그것을 계기로 10년이 넘게 잊고 있었던 채송화 라는 꽃이 생각이 났다. 채송화!!!! 채송화 역시 반팔 입는 때 피는 꽃인데 민들레 처럼 땅에 딱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소꼽놀이 할 때 많이 애용하던 꽃 이었다.

프리즌 호텔 얘기하다가 왜 꽃 얘기로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에 친구가 이번 년도에 책을 이만큼 읽었는데.. 근데 1권에서 4권까지 읽은 시리즈책은 한 권 읽었다고 치냐. 4권 읽었다고 치냐. 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흠.. 내가 한 권 아냐? 했더니. 친구는 싫어 4권으로 칠래. 했다.
책 얼만큼 읽었다. 통계를 내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 나도 친구 따라서 그냥 4권 으로 치기로 했다.

현재 읽는 책은 프리즌 호텔 : 가을秋
여름편보다 훨씬 두껍다.
현재 맘에 드는 캐릭터는 역시 나카조 삼촌. 하지만 더 매력적 캐릭터가 나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