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라디오를 끼고 사는 애였다. 저녁 6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시작으로 새벽3시까지 각 시간대별로 듣는 채널이 정해져 있었으니까. MBC, KBS 같은 메인 라디오 뿐 아니고 불교방송, PBC, AFKN 에도 고정적으로 프로그램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내가 열심히 듣던 건 영화음악 프로들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집에 OST  가 꽤 있다. 원래 있던 노래들 묶어서 낸 앨범들 말고 진짜 영화음악가가 영화만을 위해서 만든 음악을 모아놓은 앨범들말이다. (그땐 그런 컴플레이션 성격의 OST 는 진정한 OST 가 아니라고 생각했음)
  Good bye my friend 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The cure OST 도 가지고 있는데, 엊그제는 백만년만에 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서 저 앨범을 들으니 고등학교로 돌아간 기분이 들고 그랬다. 난 시끄러운 rock 음악 들으면서도, DJ 가 끊임없이 떠드는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그럭저럭 공부를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유독 공부가 잘되는 CD 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저 앨범이었다. 문득 문득 영화 장면도 떠오르고 마음도 차분해지고.
  저 앨범에 있는 음악이 당시 유난히 방송사 개편 안내나 프로그램 안내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였다.  영화에서 에릭 역할을 맡은 나와 동갑 83년생인 브래드 랜프로는 자살했다고 몇개월 전 기사를 본 거 같고, 에이즈 걸린 친구 덱스터 역할을 맡은 애는 미국드라마 밴드오브브라더스에 나왔다고 들었다. 브래드 랜프로 Ghost  world 에서 찌질한 친구역할도 맡고 잘됬으면 했는데, 사인을 보니 약물중독에 의한 자살 이었다.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덱스터 엄마가 에릭 친엄마에게 한번만 더 에릭에게 그따위로 때리고 함부로 대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멱살 잡고 경고하는 장면이었다. 덱스터가 죽는 부분도 슬펐지만, 엄마에게 사랑다운 사랑 한번 못받은 아이를 친엄마가 아닌 친구 엄마가 아껴주는 모습이 좀 찡했다. 덱스터가 죽은 뒤 담담하게 친구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그 나이때 에이즈 걸린 친구가 죽었다고 하면 나 같아도 엉엉 울진 않았을 것 같다) 
  여러번 말하지만,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필요한 건 우정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청소년기 이후에는 우정보다 더 중요한게 연애일 수 있겠지만, 연애를 하지 않으면 그냥 언젠가는 생기겠지 싶은데, 내곁에 친구가 한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가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허전해지고 영원히 친구가 내 곁에 한명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 


이 포스팅 다 하고 나서 찾아보니 브래드 랜프로 83년생이 아니라 82년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