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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5 보고 싶은 복숭아 뼈
  2. 2012.03.05 Punch-Drunk Love

보고 싶은 복숭아 뼈

일상 2015. 2. 15. 23:51

 1.  발의 붓기가 안 빠지고 있다. 저번 주말도 이번 주말도 거의 아무 것도 쉬고 있는데도 나아지질 않는다. 내 왼쪽 발을 잘 보면 발가락 사이 사이에도 멍이 들어 있다. 발의 멍과 붓기를 볼 때마다 넘어졌을 때 고통이 생각난다. 정말 아팠다.  복숭아뼈가 붓기 때문에 사라져서 아직도 안 보이는 상태다. 반깁스를 한 이후로는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되어 매일 매일 고무줄 바지만 입고 있다. 그 바지만이 무릎까지 접어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바지는 전부 스키니라 올라가지 않고.. 스타킹은 한 쪽을 무릎 까지 자르지 않는 이상은 못신을 거다. 

 

2.  폴 토마스 앤더슨의 새 영화가 나왔다. 이번 영화 포스터도 역시 멋지다. 아마 영화도 멋질 것이다. 난 아직 There wil be blood 도 안보고, Master 도 못봤지만, 그 이외 다른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는 무지 좋아하니까. 언젠가는 다 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There will be blood 는 어린 애가 귀 머는 장면부터 불쌍해서 보기를 멈춘 뒤로 못보고 있다. 새 영화가 나왔다길래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구글에서 Paul Thomas Anderson 을 쳐봤다.


 


  만 27세에 부기나이트 같이 대단한 영화를 만드신 분이 얼굴도 이렇게 잘 생기셨다니. 오늘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를 모조리 찾아서 봐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어떻게 생긴지 모를 때도 그의 영화를 좋아했지만, 얼굴을 보니 더 좋아지는 이 마음은 어쩔 수가 없군.

 

3.  친구와 4월 말에 대만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일기에 종종 등장하는 친구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친구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함께 1박 2일 여행도 한번 못가봤다. 올해 정말 큰 맘 먹고 시간 내서 가는 거라 기대가 된다. 서로 게으른 편이라 맘이 편하다. 오늘 여행상품을 검색해서 싼 걸 찾긴 찾았는데 비행기가 불안하다. 오늘 내가 찾아서 예약 걸어놓은 대로 확정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4.  작년에 본 영화가 대부분 다 좋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을러서 여기 다 감상평을 쓰진 못했지만, 정말 전부다 괜찮았다.

 

원데이, 이터널 선샤인, 킬러들의 도시 (한국 영화 제목 왜 이러는지... 원제: In Brugge) , 어바웃 타임, 남자사용설명서, 싱글맨, 노트북, 부기나이트, 겨울왕국, 주먹왕 랄프, 언어의 정원, 인 디 에어, 공주와 개구리,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 그랜토리노, 아이 엠 러브, 좋은 친구들 (마틴스콜세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늑대아이, 아르고, 그녀, 로마 위드 러브, 초속 5cm, 엣지 오브 투마로우, 컨저링, 풀 메탈 자켓,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드래곤 길들이기2, 블루 재스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보이후드, 제인에어, 나를 찾아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시리어스 맨

 

이 중에서 어바웃 타임, 로마 위드 러브,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엣지 오브 투마로우, 초속 5cm, 드래곤 길들이기 2 빼고 다 좋았다. 진짜로.

 

어바웃 타임은 너무 교훈을 주려고 해서 싫었고,

로마 위드 러브는 아무리 이게 영화 컨셉이라지만 너무 성의 없이 만들었고,

혹성탈출2 는 인간 쪽 이야기가 너무 약해서 지루했고,

엣지 오브 투마로우 는 로봇 수트 입은 전투신이 너무 투박하고 약했고,

초속 5cm 는 나쁘진 않았지만 일본 애들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은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좀 했고,

드래곤 길들이기2 는 안 만드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기억나는 장면이 없다.  

 

최고를 뽑기 어려울 정도로 다 좋았지만, 역시 최고 재밌었던 건 샤이닝이고, 보면서 깔깔 웃었던 건 좋은 친구들 이다. 특히 가발 선전 하던 아저씨가 로버트 드니로한테 맞는 장면이 최고 웃겼다. 다시 본 영화였는데 역시 명작.

 

5.  집에서 가만 있다보니 핸드폰에 있는 음악 랜덤 플레이 하기도 지쳐서 가지고 있는 CD 좀 찾아서 들으려고 오랜만에 CD 장을 봤다. 그런데 내가 Pat Metheny Group 의 Letter from Home 앨범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난 내가 이 앨범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아마 사놓고 한번이나 듣고 안들었나보다.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며 일기를 적고 있다. 이 좋은 앨범을 내가 왜 사놓고 열심히 안들었는지 모르겠다. Simon and Garfunkel 앨범도 있는지 몰랐는데 CD 장에 고이 꽂혀 있었다. 그나저나 사이먼 앤 가펑클 아저씨들 CD 표지에 있는 사진 진짜 촌스럽다.

 

6.  아빠가 인터넷 쇼핑을 못하셔서 내가 가끔 CD를 사서 드린다. 그런데 아빠에게 사줬던 CD 를 또 사드리는 실수를 범하였다. 내가 전에 브람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이미 사드렸댄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또 브람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샀다.. 아빠는 그래도 다른 연주 버전이니 비교하며 듣는다고 받으시긴 했는데 다른 때처럼 기뻐하지 않으셨다. 왠지 죄송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매년 똑같은 제도 선물세트 받는 에단 호크 보면서 어떻게 자기가 준 선물도 기억을 못하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똑같은 짓을 했다.

 

7.  오늘 배철수의 음악캠프 아티스트 스페셜은 스매싱 펌킨스 였다. 난 스매싱 펌킨스가 해체 했을 때 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의 전성기 시절을 모른다. 당연히 공연 같은 것도 볼 수 없었다. 배철수 아저씨가 스매싱 펌킨스의 한국 공연 대단했다고 말하는데 부러워 죽을 뻔 했다. 난 Nirvana 보다 Smshing Pumpkins 가 더 좋다. 물론 둘다 좋고 둘다 대단한 매력이 있고, 너바나도 좋아하지만, 굳이 꼭 하나를 꼽으라면 스매싱 펌킨스 음악이 더 세련되고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바나는 뭐... 음악적 완성도 이런게 필요 없을 정도로 멋지고 상징적인, 락스타라는 말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밴드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바나 에 비해 저평가 된 스매싱 펌킨스에 좀 딱한 마음이 든다.

   첫 곡으로 Today 의 기타 간주가 나오는데, 가슴이 콩닥 콩닥 뛰었다. 난 여전히 이 노래의 가사를 다 외우고 있고, I'll burn my eyes out 이라는 가사가 이렇게 좋은데, 나이만 33살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Smashing pumpkins 의 Siva 라는 곡을 참 좋아한다.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보니 빌리코건 너무 젊어서 적응이 안된다. 이 곡은 Sprinkle all my kisses on your head 라는 가사가 좋다.

 

 

 

7.   다음 주는 이틀만 일하면 된다. 설 연휴 끝난 후에는 구두 신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발이 나아 있었으면 좋겠다. 쓸 데 없이 일기가 참 길었는데, 알다시피 할 일이 참 없어서 그렇다.

 


Punch-Drunk Love

위로 2012. 3. 5. 00:02

주말동안 할일이 없는 나는 가끔 영화를 본다. 그리고 야구 시작 전 까지는 주말동안 나의 낙은 영화가 될 전망이다. 

 Punch-Drunk Love :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감독이다. 내가 본 그의 영화는 "매그놀리아" 밖에 없다. 매그놀리아는 총 두번을 본 것 같은데 첫번째 봤을 때는 뭔지 잘 모르고 봤지만, 두번째 봤을 때는 그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너무들 불쌍해서 눈물을 좀 많이 흘렸었다. 부기나이트와 데어윌비블러드 는 아직 못봤는데 이상하게 안 땡긴다. "매그놀리아"의 팬인 내가 저 두 영화 때문에 폴토마스앤더슨에게 실망할까봐 일부러 멀리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요즘 재밌는 영화 물색 중이니까.

  펀치드렁크러브는 처음 나왔을 때 부터 보고 싶었다. 제목부터 좋지 않은가? 사랑에 펀치드렁크한 상태라는 뜻이니 말이다. 영화의 앞부분은 솔직히 참기 힘들 정도로 짜증이 났다. 폴토마스앤더슨 영화니까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인내하며 꾹 참았다. 7명이나 되는 누나들의 짜증스러운 전화들과, 폰섹스 업체에 전화 한 것을 빌미로 베리(아담샌들러) 를 협박하는 악당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은 신경을 긁는 영화음악과 더불어 영화를 그만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만큼 보고 있기 힘들었다. (어쩌면 감독이 그를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사랑에 빠진 후 변하는 베리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식품회사에서 하는 항공마일리지 적립 이벤트를 이용하여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마트의 푸딩을 사 모으는,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물건을 때려부수는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베리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고 나서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로맨틱 코메디 처럼 달콤하지도 않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남자가 좋아서 일부러 찾아온 여자로 인하여 둘은 사랑에 빠진다. 정말 이런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에서 이토록 사이코 스러운 남자를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폴토마스앤더슨은 아담샌들러를 좋아해서 반드시 이 영화의 주인공을 아담샌들러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담샌들러는 베리 역할에 딱이다.
  베리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외로운 사람으로  어느날 밤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에 신문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데 그건 폰섹스 업체 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베리의 말을 듣고 돈을 요구하나 베리는 거절한다. 폰섹스 업체의 여자는 악한들을 보내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베리는 악당들에게 실컷 얻어터지고 도망을 다닌다. 갑자기 찾아온 레나(에밀리 왓슨)와 사랑에 빠진 베리는 출장 차 하와이로 간 레나를 따라 하와이 까지 날아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하와이에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만난 악당들은 일부러 차량사고를 내고 그 사고로 인하여 레나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다친다. 겁쟁이였던 베리는 레나가 피흘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차문을 박차고 나가서 쇠파이프로 악당 일당을 하나둘씩 개패듯 패서  악당을 처단하고, 폰섹스 업체인 "매트리스맨"이 있는 곳으로 비행기를 날아가 업체대표(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게 그만 하라고 경고를 하고 돌아온다. 

  베리가 악당들을 쇠파이프로 무자비하게 패는 장면에서는 쾌감이 대단했다.(누가 맞는거 보면서 이렇게 좋아해보기도 처음이었다) 왜냐면 난 앞에도 말했지만 그 악당들이 협박하는 모습 때문에 영화를 꺼버릴까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적 이미지였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폰섹스 업체 대표이자 입만 열면 욕인 쓰레기같은 인물로 잠깐 나오는 장면도 재미있다. 그가 베리의 경고를 듣고 나서 뒷통수에 대고 욕하는 장면에서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목청이 어찌나 좋든지 미국욕을 말도 못하게 맛깔나게 한다.
 
  저 포스터에 나오는 하와이에서의 키스신은 두고 두고 계속 떠오를 것 같이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화면 전체에 무지개 빛이 흐르고 베리와 레나 이외의 보행자들을 다 그림자의 모습으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여 레나와 베리에게 집중하게 하는데 배경음악은 He needs me 라는 몽환적인 여자가수의 노래.  저 장면은 폴토마스앤더슨이 실력발휘 제대로 한 장면이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베리가 맨처음 레나를 만나는 날 발생한 갑자기 날벼락처럼 길에 작은 풍금이 떨어지는 사건같이 어쩌면 사랑은 경이롭고 신기한 사건이고, 그에 버금가는 기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이라는 생각을 영화를 본 후 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요즘인데 영화 속 베리와 레나처럼 잘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그런 사랑들도 모두 기적같이 대단한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이 기적과도 같기 때문에 나에게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잡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중간중간 주황색 배경에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무지개빛이 일렁거리는 화면은 사랑의 빛깔 같았다. 몽환적이고 꿈을 꾸는 것 처럼 예쁘다. Punch-Drunk 된 것 같은 사랑에 빠지면 정말 세상은 그런 빛깔인걸까. 아직 잘 모르는 내가 새삼 불쌍해 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