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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3 Life of PI 를 보고.

Life of PI 를 보고.

위로 2013. 1. 13. 19:35

올해의 목표는 영화도 많이 보고,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으면 귀찮아하지 말고 부지런히 가고, 책도 제발 좀 많이 읽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의무감에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들 이지만, 그래도 2012년은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문화생활에 무심했다.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인 영화를 싫어한다. 영화는 2시간 남짓의 그 시간을 위한 그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음악도 마찬가지. 그래서 며칠전에 본 레미제라블이 나에게는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았다. 원작소설은 빅토르 위고이고, 영화 음악조차 원래 있던 뮤지컬의 음악을 가져다 쓴거니까. 이 얼마나 성의가 없는 영화인가! (그래도 재밌긴 재밌었어.)예를 들면 등장인물부터 모든 스토리 그리고 음악까지 다 창조한 "인디아나존스" 같은 영화와 스토리와 영화음악까지 원래 있는 걸 가져다 쓴 "레미제라블"이 동일선상에서 평가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은 소설만의 영역이 있고, 영화는 또 그만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한편으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최초의 영화는 의외로 "패왕별희"다. 그때부터 나는 중국에 대한 경외감 같은 걸 갖게 되었는데, 청일전쟁과 문화대혁명 시기를 아우르며 한 인간이 역사의 질곡에서 어떻게 철저히 짓밟히는지 보여주는 그 영화를 보고 나는 펑펑 울었다. 

작년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Hugo 를 보는데 큰 스크린에 영화 교과서에만 나오는 버스터키튼의 모습과 영화 발동기 시대의 무성영화 필름을 보는데 마음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흘렀다. 영화 평론가 허지웅도 "당신은 틀림없이 울 게 될 것이다." 라고 써놨던데 정말로 그랬다. 영화 자체가 마틴스콜세지 감독이 "나는 영화를 정말로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영화 Hugo 는 2012년 내 최고의 영화였다. 


영화 한편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얼마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는 내가 오랜만에 그런 벅찬 감동을 느꼈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망망대해의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폭풍우와 마실 물 한방울이 귀한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소년 파이와 유일한 생사의 동지인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모습을 보며 삶의 숭고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이 아슬아슬한 배 위에서 울부짖는 파이의 모습을 보며 인생에 대해 그리고 고난에 대해 엄숙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각자의 인생에는 남이 해주지 못할, 결국 혼자서 극복해야만 하는 고난이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외로운 것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기에 태평양 한가운데의 두 생명체의 삶에 대한 끝없는 몸부림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관통하는 메세지는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말 것." 

작별인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별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예고없이 찾아오는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말고, 포기하기 말고, 질기게 살아남아서 또 이렇게 좋은 영화 보고 벅찬 감동도 받고 짜증도 부리면서 살고 싶다. 

2013년을 시작과 함께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행운이다. 

인생에 대한 최고의 우화.

역시 이안 감독은 무슨 얘기를 만들어도 평균 이상이구나. 


P.S 지구상에서 제일 멋진 지상동물은 호랑이. 바다동물은 고래라고 오래전 부터 생각해왔는데 ... 위에 저 포스터에서 나온 장면은 정말로 환상적이다. 아이맥스 3D 로 보길 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