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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7 그래비티를 본 이번주 토요일 2

 

 

  목요일에 인하대병원에서 성인여드름 진단을 받고 생애 처음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 세수하고 침대 누워서 여드름을 짜고 있자니, 어찌나 우울하든지... 그 치료로 얼굴에 흉터가 많이 생겨서 난 주말에는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 이거 3주 쯤 지나면 원상복귀 된댔는데 안되면 난 정말 우울해서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을거야. 힝..

 

  토요일 낮에 혼자 누워서 다운 받아놓은 프로그램을 보다가 왁싱 한 뒤로 지저분하게 자란 눈썹을 모양에 맞게 다 뽑고 혼자 흡족해 하다가 엄마한테 같이 자유공원이라도 가자고 카톡을 보냈는데, 못간다고 해서 혼자 쫌 삐져있었다. 결국 한 5시 경 도저히 답답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모자에 목도리까지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멜랑꼴리아를 본 뒤로 평론가들 말은 다 개소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멜랑꼴리아 영화 속 지구 멸망 장면은 내가 극장가서 본 장면 중 아라비아의 로렌스 전투 신 이후로 최고의 장면이었다. 맨 앞의 지구 멸망 장면만으로도 눈물이 찔끔 흐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평론가들이 별 다섯개를 날릴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스토리가 없다고!!) 거깃다, 라스폰트리에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평론가들은 무조건 별 5개 날리고 찬미하는데 여념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난 평론가들 평점을 보고 영화를 찾아보고는 하는데, 그래비티도 하도 평이 좋아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차였다. 마침 인천 CGV 에 3D IMAX 개봉을 해서 예매를 했다. (무려 만6천원!) 난 혼자가서 중간 좋은 자리 중 딱 한자리 남은거 예매 했는데, 연석으로 앉는 좌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 스포일러 있음. (하지만, 내용 다 알고 봐도 재밌는 영화임)

 

  줄거리는 간단하다. 라이언 스톤 (산드라 블럭) 박사가 우주에서 혼자 미아가 되서 지구까지 살아오는 이야기. 등장인물도 맷 코왈스키 (조지 클루니) 와 라이언 스톤 딱 두 명이고, 그나마 맷도 중간에 죽는다. 영화의 절반이 라이언 스톤 박사 혼자 사투하는 이야기다.

  소설이든, 영화 스토리든 오히려 사건 사고가 많으면 쓰기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되니까. 하지만, 등장인물도 몇 명 없이 큰 사건 하나 없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쓰려면 얼마나 깊은 내공이 필요할 것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언 스톤 박사 혼자 우주에서 사투 벌이는 이야기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난 영화보면서 혼자 잘 우는 편인데, 이번 그래비티를 보면서도 찔끔 울었다. 내 옆옆에 있는 어떤 사람은 아예 코까지 풀어가면서 영화 내내 울던데..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라이언 스톤 박사가 전혀 아무 것도 없는 고요하고 광활한 우주에 혼자 표류하는 그 공포가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나는 근데 고립되는 장면 말고 오히려 다른 장면에서 좀 울었다. 라이언 스톤 박사가 지구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장면에서 아기 목소리가 들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는거다. (다른 사람도 그랬을까.. 참 이상해 왜 그 장면이 그렇게 벅찼는지 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요즘의 나를 좀 되돌아보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라이언 스톤 박사는 삶에 의욕이 별로 없이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구구절절하게 그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지 않지만, 영화 앞 장면에서 맷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화법도 대단하다고 생각함. 단 몇마디 대화로 그 캐릭터의 지구에서의 삶을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 라이언 스톤 박사는 왜 살아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도 없이, 그냥 하루에 자신에게 닥친 하루를 살고 있었던 나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바로 앞에 당도하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며 마침내 지구에 도달한다. 화면은 더할 수 없이 완전 무결하기 때문에, 3D IMAX 로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천 CGV 사운드도 엄청 좋은 거 같은데, 3D IMAX 는 녹음도 다르게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는 결국  '아...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거.

 

P.S 조지 클루니 진짜 잘생겼다. 그 아저씨는 진심 전세계에서 제일 멋있는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고 느낀 게, 난 우주에 고립된 장면보다 마지막에 막 우주선에 물 들이닥치는 장면이 훨씬 더 무서웠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서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