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6.26 동대문 나들이

동대문 나들이

일상 2016. 6. 26. 23:46



하남으로 이사간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YR를 만났다. 어디서 볼까. 뭘할까 고민하다가, 충무아트센터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원래 뮤지컬을 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여름이라 시원하게 할 수 있는게 뭐있을까 하다가 마침 뮤지컬 티켓이 싸게 나온 게 있어서 급 뮤지컬을 봤다.



내가 먼저 충무아트센터에 도착했는데 먼길 오느라 힘들었는지 당이 떨어진 기분이 들고 어지러웠다. 그래서 급히 쿠키와 쥬스를 사서 먹으려는데, 쿠키 비닐이 너무 안뜯기는거다. 카운터 가서 가위로 잘라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강제로 뜯었는데, 그러다 모든 쿠키를 허공에 흩날리며 바닥으로 흘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쿠키가 허공으로 날아가는데 흡사 그 장면이 슬로우모션 같았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혼자 앉아 있는데 창피해서 혼났다. 결국 3천원이나 주고 산 쿠키는 테이블에 떨어진 거 하나밖에 못먹었다.


사실 뮤지컬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은 좋아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하며 대화하는 걸 보면 뭔가 어색하고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뉴시스 라는 뮤지컬이었는데, 몸좋고 잘생긴 남자들이 대거 출동해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니 눈호강 하고 좋았지만, 나에게 3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영화도 2시간 30분 넘어가면 안보기 때문에.. 중간에 정말 몸이 배배 꼬이고 졸리고 힘들었다.

내가 왜 뮤지컬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가 또 한번 깨달은 게, 뮤지컬 영화에서는 모든 갈등이 노래 한번 부르면 너무나도 쉽게 풀리는 게 맘에 안든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게 용납이 되지만, 영화와 실제 극에서 그렇게 쉽게 갈등이 풀리면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충무아트홀에서 동대문이 가까워서 슬슬 걸어갔다왔는데, DDP 건물이 생각보다 너무 멋졌다.

YR는 건축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라, 걔와 신기한 건물을 보면 전문가적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재밌다. 이번에도 난 전혀 모르는 공조 얘기를 해서 'YR야 너는 정말 전문 건축인이구나.' 라고 말하며 감탄했다.

친구가 DDP 산책로의 철난간을 한번씩 만져보고 흔들어보며 돌아다니길래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전에 건물 지을 때 제일 어려웠던 게 철난간이었다고 한다. 정말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굵기를 뭘로 해야지 안 흔들릴까 튼튼할까를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서 힘들었다고. 의외였다. 건물 지을 때 그렇게 작고 별 거 아닌게 오히려 어렵구나... 싶어서. 

친구와 집이 워낙 멀어서 앞으로 어디서 만나야 하나 서로 고민했는데 동대문이 서로 딱 중간인 것 같아 다음에도 동대문에서 보기로 했다.

밤공기가 좋아 친구와 DDP 건물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정말 미래에 온 기분이었다.

대학생 때 동대문 한번 가보고 너무 멀어서 다신 못오겠다. 생각했는데, 이젠 2시간 이내 거리는 별로 멀다는 생각도 안든다. 매일 왕복 4시간씩 하고 있으니 그도 그럴만 하다.

친구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친구한테가 처음으로 나에게 가족 이야기를 해서 나도  처음으로 우리 가족 얘기를 했다.
친구가 빨리 건강해지고, 머리카락도 길어서 가발도 필요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