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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7 겨울방학

겨울방학

일상 2014. 1. 17. 20:20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3일 연속 회사를 안갔다. 수요일에는 못간거고 목요일 금요일은 안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예전 회사 다닐 때 밤새 토하고 탈수된 몸으로도 기필코 출근했던 것을 떠올리며, 지금 회사의 차장님께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차장님 욕 엄청 해놓고선 또 이런다. 하지만, 진짜 결심했다. 당분간은 차장님께 내 충성을 다 바칠 수 있을 것 같다.

  목요일 밤에 누워서 내일 출근은 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갔다가 다시 병이 악화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차장님께서 내일도 안나와도 된다는 카톡을 보내주신 것이다. 그 순간 얼었던 내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내 병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 토요일 일요일 연속으로 외출을 한 것. 토요일에 친구랑 술마시고, 일요일에도 아는 언니 만나서 술을 마셨는데, 일요일 만남이 좀 문제였다. 날씨 따뜻할 줄 알고 옷을 좀 얇게 입고 나갔던 거다. 그렇게 덜덜 떨다 들어왔으면 바로 잤어야 했는데 셜록 보겠다고 1시 반까지 안자서 피로가 누적됐다.

  둘째, 이틀 연속 추워서 새벽에 깬 것. 내 어렸을 적 꿈은 겨울에 반팔 입는 집에 사는 거였다. 그 꿈은 아직도 한번도 이루어 진 적 없지만. 요즘에도 우리집은 한 겨울에도 5시간에 한번 정도 밖에 보일러를 안돌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닥은 항상 차갑고 나는 두꺼운 옷을 겹겹히 껴입고 있고 양말은 필수로 신고 있고 그런다. 또 이상하게 나는 전기장판이 너무 뜨거워도 잘 못자서 그냥 뜨뜻한 정도로만 틀어놓고 자는데 월요일 화요일 연속으로 너무 추워서 새벽에 깼다. 화요일에 새벽에 깼을 때 시계를 보겠다고 이불 바깥으로 나왔을 때 그렇게 춥드라니.

  셋째. 히트텍을 하나만 입고 회사에 간 것. 화요일 새벽에 추워서 깼다가 다시 잤다 일어나서 맨날 두겹 입던 히트텍을 한겹만 입고 기모로 된 티를 입고 출근을 했다. 근데 얇아서 별 상관 없을 것 같았던 히트텍 한겹의 위력이 그렇게 클 줄이야. 평소 두겹 입을 때 보다 훨씬 더 추운 거다. 내 사무실 자리가 별로 따뜻한 자리는 아닌데, 계속 콧물이 나더니 퇴근할 때 쯤에는 몸이 이게 정상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렇게 화요일에 퇴근했는데 콧물이 비오듯이 흐르더니 일단 잠이나 자자 하고 수요일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거다. 도저히 회사 못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병원에 가는 길이 어찌나 멀든지. 그렇게 약을 받아와서 계속 누워서 쉬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데 열이 쭉쭉쭉쭉 오르는 게 느껴지는 거다.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계속 추워지고 입김을 부는데 뜨거운 입김이 나왔다. 우리 엄마는 왜 이런 날까지 교회에 가신걸까 짜증 내며 그냥 찬밥을 국에 말아서 먹고 나서 해열제를 먹었는데 열이 안떨어지는 거다. 대체 내 체온이 지금 몇도냐 하고 재보니 아래 쓴 것처럼 39.7 도가 나왔다. 체온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 나혼자 체온을 잴 수 있었던 때 이후로 최고 체온이었다.

 

  아빠가 더 강력한 해열제를 사오셔서 그걸 먹고, 32살이나 된 어른이 팬티랑 매리야쓰만 입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에야 간신히 열이 떨어졌다. 아빠가 사오신 약으로도 열이 안 떨어지면 그냥 응급실로 가려고 했다.

 

  어제는 종합병원에 갔는데 여러 검사 끝에 의사가 독감에 걸렸다고 하면서 입원하라는 걸 거절하고 집에 왔다. 의사가 단호하게 입원하고 내일 회사 가면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회사에 갈 작정이었다. 차장님이 안와도 된다는 문자를 안보내주셨으면 난 정말 갔을 거다.

  근데 오늘 아침에도 약간 미열이 났다. 아마 회사에 갔으면 다시 열이 오르고 몸이 안좋아졌을 것 같다.

 

  의도치않게 3일씩이나 업무 공백이 생겼는데, 다음 주에 야근 많이 할라면 이번 주말까지 완쾌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또 이 독감 남들한테 전염도 되는 거라고 하니까. 민폐 끼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으려고 한다. 한 수업당 5만원 넘는 학원 수업도 큰맘먹고 빠져야 할 것 같다. 아깝지만, 지금은 회복이 우선이니까.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심심해 죽겠다. IPTV 로 여행 프로그램 다시보기 했다가 영화도 봤다 그러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내일 열 한번도 안나면 거의 다 나았다고 봐야겠지. 

 

  3일 연속 회사 안가니깐 좋긴 했는데, 너무 아프니까 차라리 회사 가고 건강한 게 낫겟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서른살 되면 몸이 아픈다고 하더니, 난 이제 만 서른살이 되서 아팠나보다. 아픈 동안 입술이 부르트고 난 초조하면 입술 뜯는 버릇이 있어서 그 부르튼 입술을 다 잡아 뜯어서 피도 엄청 났다. 챕스틱 열심히 바르고 책이나 읽고 또 이틀 요양하면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