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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4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만. 6

고요해보이는 내 일상의 작은 사건들과 시시껄렁한 사진들


1. 런던여행 계획



대학교 때 유럽 여행 다녀온 같은 과 친하지 않은 애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돈 500만원을 그냥 써도 되는 걔 집안의 여유로움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때부터 나도 유럽을 가야지 가야지 했다. 진짜 가고 싶은 곳은 사실 이탈리아 였다. 

그런데 영국으로 정한 이유는 나 혼자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물론 진짜 가고 싶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탈리아에 갔겠지만. 이어폰으로 Blur 의 London Love 를 듣는데 정말 런던 가고 싶다. 런던 걷고 싶다. 런던런던런던... 이런 마음이 솓구쳤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영국과 관계 된 것들이 더 많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팝송을 듣게된 계기는 Madonna의 Frozen 뮤직비디오(끝내주는 뮤직비디오였다) 그리고 편집 앨범 Now 3집이었다. (거기서 No Doubt 의 Don't Speak 를 좋아했다) 또 Rock에 눈을 뜬 곡은 부평 미군부대 옆에 살 때 미국 라디오에서 들은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였다. 당시 나는 미국 팝과 락음악을 너무 듣고싶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미국 라디오를 하루 종일 틀어 놨는데 농담이 아니라 이 곡이 5번 이상 거의 매일 나왔다. (미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나봐 The verve 는 영국 밴드지만...) 

또 제일 좋아하는 앨범도 Radiohead 의 OK Computer 고.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도 Billy Elliott 고. 

그래서 영국으로 결정. 

막상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니 오히려 무덤덤해졌다. 티켓은 정말 비싼 대한항공 직항으로. 

대학교 때 부터 가고 싶었는데 못가고 있다가 큰 맘 먹은 거니까 난 그냥 아낌 없이 돈을 쓸 작정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은 더 아껴서 다른 나라를 더 갈 것이라고들 말할 수도 있지만, 저 티켓값도 의외로 별로 아깝단 생각이 안들었다. 



2. Van Gogh in Paris



몇 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고흐 전시회에 갔을 때는 정말 인산인해였다. 난 키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꽤나 감명을 받았었다. 나 같은 경우는 그 전시회에서 반고흐가 정신병원에서 그린 그림들이 제일 좋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에 이은 반고흐 전시회 2탄 이고,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고흐에 대한 전시회 하나가 더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예술의 전당 안내 책자에서 봤음) 이번 전시회 역시 좋았다. 반고흐 초기 작품부터 젊은 시절 파리에서 그린 그림이 준비되어 있는데 저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그림들 보다 이번 전시회의 그림은 훨씬 밝고 슬퍼보이지 않았다. 음... 반고흐가 가난하지 않아서 캔버스를 마음껏 살 수 있었다면 더욱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었겠지. 이번 전시회에서 상당 수의 그림이 썼던 캔버스 위에 또 덧칠해서 그린 그림들 이었는데 안타까웠다.

그런데 반고흐는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전 어떤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재활용 할 지 심사숙고 했을까? 아니면 잡히는 대로? 아무리 그래도 심사숙고했겠지?



3. 음반 3장


내 방 오디오는 한번에 3장이 들어간다. 그래서 음반을 살 때는 3장을 사게 된다. 이왕이면 오디오 CD 트레이가 나왔을 때 3장 모두 새로운 CD를 넣고 싶어서. 이 CD 를 살 때는 정말 기분이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영국가는 티켓을 예매했으니까.

저번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었는데 젊은 시절 Rock 을 듣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Jazz 를 듣는 경우가 많다는데 내가 지금 딱 그 모습이다. 나는 솔직히 정통재즈는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통재즈라고 함은... 악보 없이 연주되는 것 같은 곡들. 작곡을 하지 않은 곡들. 그런 곡들이다. 나는 딱 Fourplay 와 Pat Metheny Group 이 좋다. 멜로디가 있는 재즈. 그래서 요즘 나는 이 두 아저씨들 그룹 음반을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근데 이번에 구입한 Pat Metheny Offramp 앨범은 정말로 최고다. 밤에 혼자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알고보니 완전히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이었다. 저번에 산 Secret Story 앨범도 좋았지만 난 이번 앨범이 더 좋다. 

또 Pat Metheny 가 앨범 표지 디자인에 있어서도 큰 업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항상 겉 표지가 참 예쁘고 세련미가 철철 넘친다.

이번 CD 구입의 메인 목표는 Pat Metheny 앨범이었고, 나머지는 곁가지로 산 앨범들은데 Incognito 는 대학시절 좋아했던 Morning Sun 을 다시 듣고 싶은데 멜론에서 들을 수가 없어서 샀고, Simon And Garfunkel 앨범은 9900원이길래...

Simon and Garfunkel 앨범 속지에 배순탁작가가 설명을 썼던데 거기 이메일 주소가 있어서 팬레터를 보내려다가 참았다. 크크크크. 배철수 음악캠프에 화요일마다 나오시는데 진짜 재밌어.



4. 24살의 나 



우리 회사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신저가 없기 때문에 네이트온을 쓴다. 그렇다보니 네이트온은 내가 근무를 하는 한은 계속 접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 네이트온에서 나에게 쪽지를 보냈는데 그 쪽지는 싸이월드의 과거 사진을 보라는 내용이었다. 들어가서 봤더니 정말 쪽팔렸다. 내가 이렇게 유치했나 싶고 진짜 그 시절 나를 좋아하고 같이 놀아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여 어찌저찌 하다가 저 사진을 발견했는데 24살이었던 2006년을 통틀어서 저 날은 유일하게 내가 즐거웠던 날의 사진이었다. (5월에 친구와 인사동 놀러간 날) 24살은 정말로 지옥같았다. 지금 31살과 저때와 똑같은 24살 중 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31살을 택할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난 진짜 24살때 지독히 우울하고 재수없고 운도 없고 여하튼 내 인생의 최고의 암울한 시기였다. 제일 좋아야 할 시기에 난 왜 그렇게 회색빛의 24살을 보낼 수 밖에 없었을까. 

난 그때 실패한 것들 그러니까 연애, 엄마아빠와의 관계, 학교, 우정... 

줄줄이 다 실패한 것들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가끔 곰곰히 생각을 해보는데 내가 얻은 해답이 맞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해답이 아닌 결론... 음 결론이 해답인가. 여하튼 작은 실수와 사건이 인생 전체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몸소 뼈저리게 느꼈던 24살이었다. 

내가 마흔 살이 되어서 31살을 떠올리면 진짜 어렸다 혹은 바보 같았다고 회상할 수도 있지만, 저때와 지금의 날 비교해보면 난 훨씬 여유로워 졌고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늙어가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현명해지 느낌이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CSI 가 12시 시작이 아니라 1시 시작으로 늦췄다. 내 일요일을 마감하는 기쁨을 이렇게 빼았기다니... 1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썩을 MBC. 일요일은 포스팅 하나 하고 CSI 한편 보고 딱 자는게 최고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