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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2월과 3월

일상 2014. 3. 10. 00:31

  12월 결산 회계 법인은 3월까지 재무제표를 완성해야만 한다. 이번 회사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일년 중에 3월이 가장 바쁘다.

  2월에는 9시 이전에 들어온 날이 하루 정도 밖에 안됐다. 3월도 현재까지는 매일 9시 넘어 들어오고 있다. 나는 완전히 회계 쪽은 아니라 그냥 그 업무를 도와주는 정도라 이정도지, 나빼고는 거의 매일을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

  3월 시작되면서 자리를 또 이동했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 내 자리가 엄청 구려졌다. 우리팀 대리님 말을 들었으면 내 자리는 꽤 아늑하고 좋은 자리가 되었을텐데.  이 회사에 온지 아직 2년도 안됐는데 벌써 책상을 4번이나 바꿨다. 딸린 짐도 많은데 장갑도 안끼고 자리 옮기고 걸레로 닦고 하다가 습진 같은 게 와서 주말동안 고생했다. 내 자리는 파티션이 조금 잘못 설치된 점이 마음에 안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과 자리가 가까워 진 것도 마음에 안든다. 그 사람이 내 모니터 계속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신경쓰여 죽겠다. 난 메신저 같은 거 할 때도 웬만하면 그냥 투명도 조정 안하고 쓰는 편인데 그 인간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 뒤로는 투명도도 조정하고 있다.

  근데 사람이 어떻게 업무 시간에 일만 할 수 있겠는가. 그런거 꼴 못보는 사람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눈 다래끼는 1개가 엄청 크게 난 뒤로 2개가 더 나서 2주일 동안은 병원에 들렀다. 3번이나 눈 두덩을 칼로 짼 다음 고름을 짜냈다. 처음에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더니 3번째 칼로 쨀 때는 그냥 아무 기분이 안들었다. 고름이 곪지 않아서 한 일주일을 곪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심지어 이걸 대체 언제 짤 것인가, 빨리 째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엄마랑 거의 6개월만에 같이 백화점에 간 것 같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비싼 옷과 구두를 샀는데, 앞으로 잘 입고 뽕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애써 내 초과 지출을 외면하고 있다.

 

  학원에서 흔치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는데, 내가 직장인으로서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한정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수업 시간에 재미도 느끼지만, 뭐 거기까지겠지.

 

  문득 자신이 뭘해도 꽤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과, 시간이 있는 사람만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 전혀 없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가고, 밤 되면 집에 온다. 20대 때는 내 불쌍한 인생을 이렇게 소비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원래 모든 직장인이 이런거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반은 포기한 상태다.

  사람이 사는 지금의 시간은 이제까지 살았던 시간 중 최고 늙은 시간이고, 그 때문에 사람은 항상 용기를 잃게 된다. 나같은 경우는 언제나 너무 늦었다는 생각만 하면서 사니까, 참 못난 것 같기도 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난 어렸을 때도 항상 피곤하고 찌뿌둥하고 아팠는데 요즘에는 실질적인 증세가 나타나니 큰일이다. 사실 요즘 산부인과를 찾아가봐야 하나 마냐를 놓고 한 일주일 째 고민 중이다. 여자는 역시 몸이 안좋으면 대번에 산부인과 쪽으로 질병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일주일만 더 지켜보고 가보려고 한다. 내키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