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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2 2011년 8월 7일 일요일 롯데백화점-이모댁 2


원래는 엄마에게 함께 남이섬에 가자고 말했지만 덥고 비올 것 같다고 거절당했다. 난 좀 섭섭했다. 원래 외국을 가려다가 국내 체류로 휴가 계획을 바꾼 나는 국내 체류로 여유 있어진 돈으로 옷을 구입하기로 했다.
거의 최저생계비에 가까운 내 월급으로는 솔직히 옷이나 구두 사기가 쉽지 않다. 내가 다른 걸 안하면 모르는데 저질러놓은 사이버대 등록금 때문에. (1학점당 8만원이나 해 으앙)
거의 1년 만에 옷을 사러 백화점으로 갔는데 가는길 오는길 모두 내가 운전을 했다. 차선을 못 바꿔서 이상한 길로 돌아왔고, 내가 운전을 하면 까무리치게 놀라며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는 엄마 때문에 신경 쓰였고, 아빠는 주변 차들에게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서 당장 차에서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백화점에서 반바지만 4개 샀다. 반바지에 한 맺혔나.; 똑같은 디자인으로 2개 2개씩 사고, 블라우스 하나 사고 티셔츠 하나 사고. 블라우스는 가을 신상품이라고 세일을 하나도 안해서 바지 2개 값 주고 샀다. 뭐 나머지는 다 싸게 구입했다. 역시 합리적 쇼핑을 위해선 엄마와 함께.
2번의 교통사고 위험을 넘기고(그래도 백화점 주차장에서 후방주차는 잘했어. 그걸로 위안삼자)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경기도 시흥의 이모댁으로 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남동생을 보며 난 언제 저렇게 하나 싶었다. 가만 보면 내동생이 어렸을 때 부터 공부 빼곤 뭐든지 나보다 잘한단 말이야.
이모댁에 가면 가까운 셋째 외삼촌댁 까지 친한 사촌들이 5명이나 있는데 저녁 먹으면서 신나게 얘기했다. 그러다 나와 동갑이라 항상 비교의 대상이었던 둘째 외삼촌 집의 딸이 이번 해 12월에 시집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고등학교 때 걔보다 공부 잘했고 대학도 더 좋은데 왔는데, 걔는 2년 넘게 영국으로 어학연수 다녀와서 돈잘벌고 잘나가는데 난 이러고 있다. 물론 어학연수 가서 걔도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걔 살고 있는 얘기 들으면 "나도 연수갈꺼야. 으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가고 싶다. 제길.
우리집은 친가쪽 가면 찬바람이 쌩쌩 분다. 그만큼 안 친하다는 뜻. 그런데 그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왜냐면 그냥 친가쪽은 도움도 안주고 도움도 안받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외가집에 가면 사촌들끼리 친해서 즐거운데 다른 집안은 다 우리 외갓집 같은 분위기를 설 이나 추석 때 연출하는 것인가? 음.
고등학교 때 이모댁에 얹혀 살았던 적이 있어서 마음속에 항상 이모와 이종사촌 언니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짐을 지고 사는데, 평소 때 연락 한번 못하고 은혜를 못 갚고 있어서 속상했다. 이번에 가서 좀 재밌게 놀다왔다는 거 하나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휴가 때 아니면 장시간 이모댁에서 놀다올 엄두도 못내니까. (가까운 시흥이면서도 이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