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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일상 2007. 11. 26. 17:07

1. 12월 22일 동지전까지는 밤이 점점 길어진대지만 오늘 아침은 좀 심했다. 난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저번주까지는 먼동이 터오는 새벽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완전히 밤이었다. 밤. 가로수등도 다 켜져있고 하늘도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까만색 이었다.
아.. 오늘부터는 매일 이렇게 밤 같은 때 출근해야 하는건가 싶어서 좀 우울해졌는데 무언가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항상 '잠' 이었던 내가 새벽에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심지어는 대견했다. 회사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 20분 이었는데 8시 20분인데도 해가 떠있질 않고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이 밤 같았던 건 오늘 날씨가 특이해서 그랬던거지 밤이 길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2. 6시 50분에서 단 1분이라도 늦으면 7시 08분 직통을 타는데 무리가 따른다. 우리 집 앞에서 가는 버스는 딱 1개 빼고 모두 역을 거쳐 가기 때문에 버스가 안와서 속 썩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버스들이 우회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이 교통체계가 문제다. 내가 건너자마자 버스들은 우회전을 하고 난 항상 30미터가량을 버스와 달리기를 한다. 저번에 달리기를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가 전철 놓치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우리회사는 지각 3번 하면 시말서 쓴다) 그 이후로는 구두를 신 건 무릎이 아프건 옷이 불편하건 무조건 뛴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열심히 뛰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려고 문앞에 서는 순간 버스기사가 문을 닫더니 스피드를 내며 그냥 출발해버렸다. 빌어먹을 버스운전기사. 그건 명백히 나를 약올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쳇.
도대체가 인천광역시 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기분나쁘게하기실습을 하는건지. 급정거 급출발 급커브 난폭운전을 위한 지덕체를 고루 갖췄다. 인천 버스를 타면서 세계 최초로 버스로 드레프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다.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꼬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한껏 쫄았는데 다행히 현재 5시 15분까지는 아무일 없었다. 오바.

3. 화요일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휘엉청 밝은 달을 보았다. 이제 난 밤에 출근해야 하나보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집에 가기 전에 공포에 떨었다. 아.. 나 진짜 무서워서 일을 할 수 가 없다!

4. 출근을 위한 셋팅이 제대로 되었든 안되었든 난 6시 50분에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르면 입어야할 겉 옷, 머플러, 엠피쓰리, 가방 등등을 줄줄이 손에 들고 그냥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옷을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장갑을 끼고 가방의 지퍼를 잠근다. 그 중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엠피쓰리 음악 고르기다. 매일 고민하는데 새벽에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다. 어제는 새삼스럽게 그 곡이 너무 좋았다. 좋은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원래 좋아했던 것의 한 100배 정도는 좋게 들렸다. urban hymns 는 명반 중의 명반 중의 명반이다. 진짜로. sonnet, this time 등등의 노래가 어제따라 귀에 쏙쏙 박혔다.


5. 제일 신경쓰는게 음악고르기라면 매일 아침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철안에서 쉽게 잠들까 하는 거다. 부천역 전에 잠이 들어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진 무리다. 예전에는 한숨도 못자다가 노력끝에 이제 잠드는 법을 터득했다. 우르르 몰려서 내리는 신도림역에서 잠을 깨지만 단 10분 간이라도 잠을 자면 몸이 가뿐하다. 신도림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2호선에 직장이 있지 않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매일 매일 노력해서 눈을 감고 5분안에 잠들고 말테다.

6. 원래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틀 연속 야외활동을 하고 출근했다가 그 주 목요일때는 피곤해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하루로 제한을 한 것이었다. 저번에 동기 남자애 아는 누나가 '주말에 쉬어야 주중에 일할 수 있어.' 라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단 얘기를 들었는데. 이 얼마나 명언이냐. 어찌되었든 난 이번주말에 이틀연속으로 실내활동=집에서 놀기 만 했는데.. 슈퍼도 안가고 이틀연속 바깥에 안나갔다. 나중에는 좀 지겨웠지만, 월요일 아침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놀랍도록 가벼운 이 육체! 정말 몸이 가뿐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이 개운함에 매혹되어버릴 것만 같다.;;

7. 화요일쯤 되면 정말 막막하다. 일주일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스트레스가 정점을 치고 목요일 저녁 때는 내일이 금요일이다. 라는 희망으로 충만하여 퇴근을 한다. 엊그제 말했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퇴근' 이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건 당연히 '출근' 이지. 킬킬킬.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출근'을 좋아하고 '퇴근'을 싫어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8. 화요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나와 날 아는 모든 사람들도. 저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