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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3 '혹성탈출: 종의 전쟁' 잡담


  혹성탈출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을 어쨌든 끝까지 보긴 봐야할 것 같아서 의리로 극장에 가서 봤다. 다 보고나서 시리즈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확고한 취향만 확인하고 왔다.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뮤지컬은 나와 맞지 않음을 느낀 때와 거의 비슷한 감정이었다. 이제까지 유일하게 재밌게 본 시리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옛날 버전), 팀버튼의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밖에는 없는데, 앞으로도 여기서 더 추가 되진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 여기는 스타워즈도 안보고 있고, 대학 시절 다들 최고라고 환장했던 반지의 제왕도 나는 진짜 지루해서 환장할 뻔 했고, 매트릭스도 키아누 리브스님 미모를 큰 스크린에서 볼 생각에 싱글벙글하며 전편 극장가서 보긴 했지만, 1편 빼고는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혹성탈출 첫번째 편을 보고 세계를 다스리는 자들의 악행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착취 당하는 자에 대한 정교한 은유에 나 또한 열광했다. 하지만 2편부터는 아주 제한된 몇 개의 대사만을 하는 유인원들을 2시간 내내 보고 있다보니 좀 지겨웠다. 


  3편이 개봉되기 전에 미국에서 이 영화 평점이 그야말로 '대박' 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름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파괴는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이놈들아~!> 라는 메시지는 잘 알겠는데, 약자와 강자를 유인원과 인간으로 치환한 이 시리즈의 화법이 조금 도식적이란 생각이 들어 피곤했다. 

  근데  영화 보기 전부터 유인원이 인간을 어떻게 멸종시킬 것인지? 그 방법이 참 궁금했는데 이 영화에서 택한 인간이 멸종한 이유는 아주 탁월했다. 흔해 빠진 자멸도 아니고, 갑자기 유인원이 닥치는대로 인간을 살육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인간들은 뭔가에 의해 망해버리고 마는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스포일러라서 더 말은 안하겠지만.


  미국 평론가들이 왜 열광했는지는 알 것 같다. 설국열차 북미 개봉 때 평점이 높았던 것과 동일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음... 그래도 난 영화가 더 수준 높아지려면 인간 세상에 대한 은유가 더 은근하고 상징적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성탈출은 너무나 직접적이고 단도직입적었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나한테는 단점이었다.

  어쨌든 이제까지 감사했습니다. 시저님. (비판만 실컷해놓고 감사하대 ㅋㅋㅋㅋ)


  P.S 포스터에 있는 노바 역 맡은 여자 아이 진짜 최고 예쁘다. 실존하는 애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CG 로 만들어도 저보다 예쁘게는 못 만들 것. 정말 대단해. 너무 예뻐.


*사진 출처 -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