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운전

일상 2011. 4. 3. 22:14

작년에 백수가 되면서 목표를 세운 것 중에 하나는 수영을 하는 것 이었다. 물에 대한 큰 두려움 때문에 결국 실패했고, 앞으로도 수영을 배울 생각은 없기 때문에 이건 영원히 못 이룰 목표인 것 같다. 아.. 수영한답시고 수모,수영복,수경 까지 다 구입했는데 평생 썩겠구나.
난 키판을 잡고는 발차기, 팔돌리가, 숨쉬기 부족한 거 없이 다 잘하는데 키판이 없으면 단 1m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극복 못할 물 공포증. 고소공포증은 전혀 없는데 물속에만 들어가면 기분이 나쁘고 무서우니.
수영복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대학 때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앞의 수영복 매장 언니가 자리를 비워서 매장을 지켜준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진 몰랐는데 수영복도 탈의실에서 입어보더라. 속옷까지 다 벗어야 하는건데도. 수영복 안쪽에 비닐 필름 같은 게 덧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난 정말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탈의실 안에 거울이 있고 그 거울서 보고 결정하는 모양)  난감했던 순간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수영복 입어보고 나한테 수영복을 줬는데 그 사람 체온 때문에 그 수영복이 따뜻함이 느껴졌다. 순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저번 일기에 썼다시피 점쟁이 아줌마의 말을 속는 셈 치고 헬쓰를 하고 있다. 그 아줌마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 몇 년전서부터 내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하는 면이 더 크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는 헬쓰 한 30분 한거 같은데 시계보먼 10분 지나 있다고 말하면서 지루해도 그렇게 지루한 게 없다고 말했다. 난 아직 한달 밖에 안했지만, 수영보단 이게 훨씬 좋다. 
시립이라서 사물함도 없고, 난 매일 출근할 때 신발이랑 옷을 맨날 가지고 다니고 있다. 트레이너는 이제까지 2분의1밖에 안나왔다고, 몸의 변화를 느끼려면 적어도 2/3는 나와야 한다고 다그쳤지만 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분의1이 어딘가? 반은 나갔단 소린데.
살보다 근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유산소보단 근력운동 위주로 하고 있는데 제일 가벼운 무게로 해도 너무 힘들고, 런닝머신은 스피드 7로 놓고 5분 뛰기도 벅차다. 정말 한 세달 하면 체력이 개선될까? 궁금해서라도 계속해봐야지.
(엇 근데 이거 썼을 때는 4월 초이고 지금은 4월 21일인데 요즘에는 스피드9로 놓고 5분 뛰는 건 거뜬하다. 이렇게 기록해놓고 보니까 조금은 보람이 있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월급이 엄청 적은 대신에 거의 매일 칼퇴가 가능한 일이다. 저번 학기에는 아는 게 없어서 남들은 다 칼퇴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나혼자만 못해서 야근을 좀했지만, 한학기 지나고 나니까 어떤일을 미뤄도 되는지 대충 알겠어서 거의 6시에 칼퇴근을 한다. 집까지도 15분이면 가고, 저번 직장 다닐 때 피곤에 찌들어서 살았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운동도 하고 저번주 주말 까지는 운전 연수를 받았다. 주말에는 차가 없어서 운전하기 수월했는데 요즘 아빠가 동석해서 아침에 출근을 자가용으로 하고 있는데 운전 좀 서툴다고 뒷차들이 엄청 빵빵댄다. 입구로 들어올 때도 비보호 좌회전이라 까다롭고, 우리동네 아스팔트 사정도 메롱이고. 생각해보니 난 어렸을 때도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이런거 배울 때 남들보다 두배는 걸렸다. 아마 운전도 남들보다 배는 걸릴 거다. 연수 받으면 바로 차타고 수원도 가고 강남도 가고 잠실구장도 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15분 운전하는데도 어찌나 험란한 여정인지.  

바보같은 안도

일상 2011. 3. 15. 10:10

난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쓸쓸함을 느낀다. 난 얘네들과 그렇게 많이 친하지 않은데 간담상조 하는 양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게 불편하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안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 사람과도 참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친해지기도 잘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정도 이다. 그 이외에는 불편하다.
머리가 큰 다음부터는 정말 친해지는 게 어려운 것일까? 하지만 난 알고 지낸 세월이 친밀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만나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게 문제겠지. 
저번 주에는 회사 때 친했던 동료(?) 들이 놀러왔다. 어찌되었든 서울에서부터 인천까지 와 준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생각보다 엄청 먼 길이임을 나도 아니까. 동료들은 내가 싫다고 때려친 곳에서 아직도 무사히 일하고 아직도 무사히 돈을 벌고 그리고 또 무사히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반가워서 우렁쌈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난 견디지 못했는데 걔네들은 잘 견디고 있었다. 알지못할 열등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내 처지가 지금 이래서 그런 것 보다도 난 사회 부적응자 인데 얘네들은 이런 사회에서 꿋꿋이 살고 있는 걸 보면서 난 왜 이리 못난나. 하는 생각 때문에.
한때는 내가 좀 특이해서 내가 좀 예민해서 내가 좀 정직해서 내가 좀 유별나서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좀 못난 것 뿐이었다.
그 친구들이 인천까지 온 이유는 날 보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용하다는 사주카페에 가기 위해서 온 것도 있었는데, 뭐 그런데에서 말하는 건 믿을게 못되지만, 어느 정도의 고민 해소 역할은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술인 말을 다 믿으란 뜻은 아니고, 어쨌든 그 역술인들은 상담 받고 있는 사람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 그렇기 때문에 상황 고려치 않고 단언 하기 쉽지 않은가. 사업을 할까요. 말까요. 해. 하지마. 둘 중 하나로 말해도 그건 그 역술인 탓이 아니니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고민은 쉽게 맘을 못 정해서인데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전혀 책임질 필요 없는 역술인들은 인생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결정을 내려줄 수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는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지만 사실 난 참 귀가 얇아서 그런데 쫓아가면 나도 안보고는 못 배긴다. (이러면서 엊그제 교회는 또 다녀옴) 나보고는 재수를 왜 안했느냐 부터 시작해서 33살 때 까지는 아무것도 안되는 인생이라는 답이 또 되돌아왔다. 그때는 좀 심각했다가 이틀 밤 자고 일어나니 풋 하고 웃음이 난다. 내가 뭘 얻자고 또 그따위 짓에 돈을 들였나 싶고. 차라리 거기에 만 오천원 내느니 손톱 관리 한번 받는게 오히려 돈이 덜 아까울 뻔 했다.
돈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 역술인 아줌마 때문에 하나 시작한 게 있긴 하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헬쓰를 끊었으니까 말이다. 그 아줌마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겟지만! 나보고 게으르고 집중력 부족에 체력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못한댄다. 참내! 100% 그 아줌마 때문에 헬쓰를 하기로 맘 먹은 건 아니고, 정말 요즘 되도 않는 체력으로 여러가지 하려고 하다보니 힘에 부쳐서 좀 건강해지려고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다고 타고난 내 체질이 개선이 될 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오늘은 가서 런닝 좀 해봐야지.
 (근데 내가 끊은 헬쓰 시립 체육관인데 너무 후져서 사물함도 없다.; 맨날 운동화 츄리닝 들고 다녀야돼. 으흑)

요즘 인터넷으로 수업 들으면서 교과서에서 본 말 중에 과거 때문에 현재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현재가 불행하기 때문에 과거도 불행한 거라는 말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요즘 나를 보면 딱 그렇다. 과거가 날 결정한 게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불행하게 계속 강요하는 느낌이다. 너무 비관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