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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인천.

일상 2010. 6. 2. 16:35

난 우리집이 인천의 끝인 줄 알았다. 1호선을 보면 우리집은 분명 끝에서 두번째에 있는 곳이다. 캐나다에서 몇 년 살다가 잠깐 들어온 사촌 오빠는 인천이 엄청 큰 것 같댄다. 부평 쯤 가니까 여기가 인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우리 동네는 (고종사촌 오빠고 고모는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계신다) 완전 시골 같다고 했다.
나도 처음 여기를 왔을 때 뭐 이런 동네가 다 있나 싶었다.바로 옆에는 연탄공장이 있고, 또 바로 앞으로 기차가 지나다닌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기차 앞에 아저씨들이 호루라기 불면서 빨리 피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여름에는 그 기차 지나가는 소리에 깬다. 우리 베란다 앞으로 난 길은 연안부두로 난 길이라, 바퀴가 4개 달린 자동차는 전체 자동차의 10% 이내. 기본 바퀴가 8개 이상 달리고 3톤 이상은 되야 우리 베란다 앞 길을 달릴 자격이 된다.
가끔 그런 큰 차들 운전하는 아저씨들끼리 신경전 붙으면 그 경적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한 아저씨가 경적 누르면 옆에 아저씨가 누르고 또 다른 아저씨가 누르고 정신 없어진다)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어 아기를 낳아서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 아이를 키워야 한다면 아마 엄청 참담한 심정일 거다. 우리 동네 찻길에서 교통사고가 난다면 "꽥"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거 같으니까.
미세 먼지는 또 어찌나 많은지, 우리 동네는 저번에 전국 미세농도 2위에 랭크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인천 도시 축전 기간 동안에는 공항에서 부터 지나가는 버스 노선을 변경했을 정도로 인천시 자체적으로 수치스러워 하는 동네다. 그런데 인천시 말이야. 그렇게 이 동네가 쪽팔리면 보기 좋게 해줄 생각은 안하고 노선 변경하는 꼴이라니. 오늘이 선거날이지만, 뭐 보나마나 또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이 당선될 게 뻔하다. (혹시나 하여 선거 다른 사람한테 하고 오긴 했지만)
 
우리 동네에 대한 악담을 늘어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 동네에 이미 정이 들었다. 좋다. 살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이상한 분위기가 말이다. 구월동이나 송도 같은 삐까뻔쩍 한 동네는 진짜 인천이 아니다. 그 쪽은 가짜 인천이고, 우리 동네가 진짜 인천이다. 항구도 있고, 후줄근 하고 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한 진짜 인천.

아직 여러가지로 생각을 정리할 것도 있고, 아직까지는 다른 곳에 또 취직을 하여 전과 같은 생활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난 내 생활유지를 위하여 과외를 시작하였다. 난 사실 대학생 때도 마트에서 물건 파는 몸으로 뛰는 알바만 했지 과외 같은 아르바이트는 한번도 안해봤다. 그런데 뭐 오늘로 두번 했는데 나름 할만 하다. 일단 중학생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음주에는 영어 과외도 해야 하는데 영어는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조금 고민이긴 하지만.

과외를 가는 동네는 우리집보다 더 인천의 끝이다. 바다가 보이는 진짜 인천이다.
월요일에 과외를 하러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복도식 아파트에서 진짜 인천 스러운 인천 남항을 봤다. 내가 과외가는 동네는 수산 시장이 있는 곳이라 아파트 앞에 바다 비릿내(기분 나쁘지 않은 비릿내) 가 진동을 하고, 그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다 그 어시장에 종사하는 분들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다 어시장 종사자로 보이는 차림을 하고 계셨다.

012

오랜만에 어린 중학생 여자애를 보니까 너무 너무 너무 귀여웠다. 난 혼자 친해지고 싶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걔네들이 날 너무 경계한다. 물론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고 놀고 싶은데 와서 문제 풀라고 시키는 내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난 이미 걔들이 귀여워 죽겠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과외 맡은 여자애 둘다 순진하고 착하다. 아직 중3이 안되서 그런걸까? (한명은 중1, 한명은 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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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집 베란다에서 바라본 인천항의 모습.(지난 겨울에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