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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고뇌.

일상 2010. 7. 31. 14:26
백수생활을 한지 8월 9일이면 4개월이 되어가려는 찰나였다. 운 좋게 과외하는 집을 잘 잡아서 한달 100만원 남짓의 돈을 벌고, 수영도 배우고 9시까지 잠도 자고 그럭저럭 잘 보내왔다. 나름 만족하면서.
그러다가 앞에 글에 포스팅을 한 다음부터 모든게 급물살을 타며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상황정리가 된 상태다.
우선 결론을 말하자면 난 8월 3일부터 한남동으로 출근을 한다.
저번 충무로 보다는 조금 가까워 졌지만 역시 멀다. 인천은 망해가는 도시인지 내가 일할 자리가 없었다. 저번에 송도에서 면접본 곳은 정말로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교수가 말해준 곳으로 어떤 곳인지 하고 가봤는데, 전에 일하던 곳에서 미친듯이 하기 싫어했던 업무가 일단 빠져 있었다. 그리고 약간 정부의 모 부 밑에 있는 부서 중의 하나로 만약에 다닌다면 정년도 보장이고 육아휴직도 보장이고 4대보험도 들어주고. (일단 가기로 마음 먹고 나니 필사적으로 그 직장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 난 내 전공을 정말 싫어하지만 대학 때 내 전공을 좀 인정해 주는 분위기고. 정말 문제가 많았던 월급은 올려준다고 해봤자 얼마 안되겠지만, 조금은 올려준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가서 보니 사람들이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신고 회사 다닌다. (나한테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맨날 화장에 오피스룩 입고 다니는 회사는 절대 못다닐 체질)
또 거기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한남동과 함께 고민중이던 다른 직장에  떨어져버렸다. 에잇.
밤에 누워 생각을 하는데 미친듯이 이력서를 쓰고 면접보러 가서 어떻게든 날 포장하는 짓을 또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한남동은 내가 말하면 될 분위기던데 싶고, 지금 과외 하나만 더 하면 대충 먹고 살긴 하는데 하다가도 그래도 내 나이가 28인데 정기적으로 나오는 월급이 있어야 어른 노릇 하는거 아닐까 하는 여러가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나중에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일 거 같아서 결심을 했다. (고민 하는 동안 잠도 완전 설침)
그러다가 어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한남동에 다녀온 후 그래도 이틀 정도는 생각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금요일 오전 중으로 말씀드리겠다 했는데 전화가 절대 안되는거다. 그래서 계속 전화를 하다가 지쳐서 여기를 추천한 교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나한테 크게 화를 냈다. 너는 면접을 어떻게 봤길래 여기서 다른사람 뽑으라고 메일이 오냐고. 내가 한 말이라곤 전에 회사 왜 관뒀냐 물어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고 말했는데 그 쪽에서는 힘들어서 관두는 사람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따졌댄다. 그래서 다른 애 이력서 넣으라고 말을 해놨다고.갑자기 난 다급해졌다. 그래서 모양 빠지게 그 연맹에 매달리는 꼴이 됐고, 난 급히 8월 3일에 출근을 하게 된 것이다.
출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과외. 물론 계약서 안 쓰고 하는 일이라지만, 2달만에 과외 이제 못한다고 학부모님들한테 말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 지끈했다. 그리고 내가 과외하는 애들이랑 필요 이상으로 정이 든 것도 걸림돌이었다. 남의 집 사정이라 하나하나 열거하면 안되기 때문에 안 썼지만, 나 중학교 때에 비하면 어쩔 수 없이 의젓해질 수 밖에 없는 애들이라 정도 가고 안쓰럽기도 해서 정을 너무 많이 준 것이 화근.
두군데 과외 중 한 군데는 집이랑 가까워서 일단 다른 선생님 구할 때 까지는 주말에 해주기로 하고, (여기는 주말에 하루 2시간만 시간내서 하면 되는거라 괜찮으면 계속 해도 괜찮을 거 같다;;) 다른 한 군데는 (이 집에서 공부하는 여자애랑 정이 심하게 많이 들어서 울 뻔했음) 일단 내일 가서 주말에 2시간 정도면 봐주겠다고 할 예정인데, 본의 아니게 돈에 미친 사람처럼 당분간은 투잡 뛰게 생겼다.
여하튼 상황이 좀 정리되서 편하다. 다시 새로운 직장에 익숙해질 생각하니까 토나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