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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

일상 2015. 10. 11. 22:11

우선 저번 주말에 찍은 사진.


창문이 아이비를 토하는 것 같아서 찍은 사진


​저번 주만 해도 아이비가 저렇게 무성했다. 자유공원 가는 길에 있는 집의 창문을 찍은 건데.. 멋진 창문이었다. 자유공원 가는 길에 있는 집의 창문이나 벽에 유난히 아이비가 많다. 마루 밑 아리에티 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비 잎이 환상적으로 나오는데.. 무성한 아이비를 보니 그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작화에 비해 스토리는 영 별로 였지만..)

  

러시아판 눈의 여왕

대학 시절 전주에 내려갔을 때였나... 여름 방학 특집으로 대낮에 이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줬었다. 잊지 않고 있다가 다시 찾아봤다. 이 애니메이션은 1957년에 소련시절 러시아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전체적 그림의 톤이나 분위기가 환상적이고, 작화가 정말 아름답다. 특히 겔다가 카이를 찾으러 잠깐 들르는 꽃밭 그림이 정말 예쁘다. 눈의 여왕의 저 모습은 이 애니메이션이 나온 뒤의 거의 모든 눈의 여왕이 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눈의 여왕이 처음 등장하여 눈을 부라리면서 눈을 내리깔며 말하는 표정이 예술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향을 많이 받은 애니메이션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안톤 체호프나 톨스토이 때문인지 유난히 러시아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러시아를 싫어하는 것도, 러시아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해서 인 것 같다.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었던 애니메이션. 

 

황량한 인천 아트 플랫폼


솔직히 말하자면 버스킹을 싫어한다. 난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음악을 억지로 들어야 되는 그 상황이 싫다. 길에서 하는 음악인만큼 대부분의 노래가 기타 하나에 서정적 가사 그리고 어떻게 들으면 좀 심심한 노래가 많은데 (데미안 라이스 풍의) 그런 스타일의 음악이 듣기 좋으려면 정말 엄청나게 곡이 아름다워야 한다. 비틀즈의 Junk 같은 곡이야 멜로디가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기타에 가사만 있어도 듣기 좋고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길거리 버스킹 밴드 중에 나에게 감동을 준 적은 없었다. 비틀즈야 워낙 전설같은 존재니 너무 가혹한 비교라 쳐도 최소 Elliott Smith 정도는 되야 그런 심심한 음악을 좋아할 수 있다. 너무 냉정한 평가인건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번주 길에서 들은 밴드 음악 때문이다.   

저번 주 산책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전자기타 소리가 나서 따라가보니, 위와 같은 곳이 나왔다. 인천시에서 예술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센터? 같은 곳인데, 보시다시피 황량하다. 인천시가 공무원들 월급을 걱정할 정도로 재정이 적자라고 하니까 잘 돌아갈 리가 없겠지만.

2층 야외 무대에서 어떤 락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앞에 1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앉아서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좀 듣다가 갔는데, 꽤 괜찮았다.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곡이었지만. 


여기까지는 저번 주말이야기 이고, 지금부터는 이번 연휴동안 있었던 일.


한글날에는 평일에 울리는 알람을 안끄고 자서 늦잠이 허용되는 귀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5시 40분에 기상하였다. 


회사 컴퓨터의 상태가 너무 심각한데, 어느 누구 하나 신경을 써주지 않아서 나 혼자서라도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장님은 업무에 지장있다고 그냥 쓰라고 했지만 컴퓨터의 상태가 점점 너무 심각해지고 계속 신경이 쓰여서 부장님 몰래 포맷하고 다시 윈도우를 깔기로 맘을 먹은 것이다. 

포맷을 하려면 백업을 해야 하는데 전임자가 파일 관리를 너무 제멋대로 하여 (모든 업무 파일이 모두 같은 폴더에 있었다. ㅜㅜ) 파일 정리도 한번에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한글날 집에서 파일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어제는 회사에가서 포맷을 하고 운영체제를 까는데, 중간에 한번 백업한 데이터가 날아간 줄 알고 눈물 찔끔 흘리고 혼자 사무실에서 소리지르다가 정신을 차렸다. 천만다행으로 백업한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날아간 줄 알았을 땐 정말 절망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운영체제 DVD 를 넣었는데 컴퓨터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알고보니 내 컴퓨터는 DVD롬이 아니라 CD롬이 장착된 아주 아주 오래된 컴퓨터였다. USB 로 부팅해서 깔자.. 하고 DVD의 내용을 USB로 파일 옮기고 바이오스 설정에 들어가보니, 그 역시 내 컴퓨터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USB 메모리로 부팅하라고 선택해도 소용이 없었다.

부장님 몰래 포맷한거라 월요일 아침에 업무에 지장이 없으려면 어떻게든 깔아놓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혼자 어떻게 해야하나 발만 동동 구르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결국 회사에서 꽤 먼 이마트까지 걸어가서 외장 ODD 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다시 운영체제를 깔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고 대충 마무리 짓고 집으로 서둘러 왔다.   

한 3시간이면 끝날 줄 알고 오는 길에 보고 싶었던 영화 인턴이나 마션 둘 중 하나 골라서 보자 했는데 웬걸 중간 엄청난 삽질로 밤 9시 반에 간신히 끝났다. 

이마트에서 구입한 외장 ODD를 인터넷보다 2만원이나 비싸게 사서 속이 쓰리고, 회사에 청구했다 까일까봐 좀 걱정이다.


오늘은 갑자기 너무 쌀쌀해져서 깜짝 놀라 빨리 겨울 옷을 꺼내기로 결심하고 여름옷을 정리하였다. 한번도 안 입은 옷이 엄청 많았지만, 결국 또 안버리고 다시 다 장롱 안으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년에도 입지 않겠지 아마.


엄마, 아빠는 고모, 고모부와 함께 전라도여행을 다녀오셨다. 기분 전환 확실하게 하고 오신 것 같다. 엄마아빠 모두 뭔가 여유로워진 기분. 시골에 가니 가뭄이 심각한 걸 실감하셨다고 한다. 엄청 크고 물이 넘실댔던 저수지와 호수가 물한방울 없이 다 말라 버려서 가슴이 아프셨다고 한다. 


비가 주룩주룩 많이 왔으면 좋았겠지만, 이번 주말 비도 가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이 안될 정도로 병아리 눈물만큼 왔다. 


다시 일주일 시작이다. 토요일에 한번 출근했으니 다음주 쯤에 휴가를 하루 쓰려고 한다. 그 날은 오랜만에 운전도 하고 어디 좀 가고 보람차게 보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