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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이야기

일상 2010. 5. 25. 12:42

황석영 소설 '손님' 속의 한국 전쟁은 더 읽고 있기 힘들 정도로 괴로울 정도였다. 이청준의 (반 정도는 이해하지 못한 체로 읽었던) '우리들의 천국' 에서 잠깐 나오는 한국 전쟁 역시 마찬가지.
요즘 한국전쟁 60주년 기념해서 영화도 많이 나오고, 드라마도 나오고 한다는데 그러다 보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 생각났다.
요즘에는 교회에 안가지만, 사실 우리 집은 엄마쪽 아빠쪽 모두 기독교다. 나도 어렸을 때는 교회에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다니다가 그 이후서부터는 서서히 잘 안다니다가 지금은 아예 안간다.
그런데 어렸을 때 교회 가는 건 친구들도 만나고 놀러도 가고 좋은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애들이랑 꽤 재밌게 놀았다. 중학교 1학년때는 작은 교회에 다녔는데 선생님부터 애들까지 다 남자애들인데 엄마가 죽어도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친구가 없다는 외로움에 가기 싫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런데도 교회 보낸 우리 엄마는 참 대단하다. 아무래도 그때부터 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고3때는 유일하게 늦잠 잘 수 있는 요일이 일요일인데 엄마가 10시만 되면 깨웠다.(난 12시까지 자고 싶었다) 늦게까지 머리 감고 세수하는 나 때문에 맨날 지각을 하면서도 단 한주도 안 빼먹고 엄마는 교회에 날 데리고 갔다. 그때부터 난 아예 교회가 싫어졌다. 어떻게 보면 다 엄마 때문이다.
내가 오죽 한이 맺혔으면 23살 넘어서까지 엄마한테 가끔 엄마 왜 고3때 맨날 일요일마다 나 깨웠냐고 따졌다. (뒤끝 쩝니다) 어쨌든 난 그 이후로 아예 교회에 안간다.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믿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종교로 사업하는 교회 꼴도 보기 싫고, 내가 단번에 어떤 사람한테 정이 뚝 떨어지는 수많은 이유 중  "교회 청년부" 소속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있는 걸 보면 내가 싫어하는 건 기독교 라기 보단 교회 인 것 같기도 하다.
말이 길었지만, 초등학교 때 난 지금 처럼 잠이 많지도 않았고 일요일이라고 해도 바깥은 한 번 이상 나가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에 교회 가는 게 싫지 않았다. 어린애들이 참 기운이 장사라는 생각이 드는 게 초등학교 때는 아빠 엄마한테 주말에 제발 어디 나가자고 그렇게 보챘는데 지금은 나가는 게 이렇게 귀찮으니... 확실히 어렸을 때 뭔가를 해야 하는 것 같다.
8살 때 난 황우석 박사의 고향인 충청도 홍성(엄청 시골이었음) 에 살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는 중앙감리교회. 그 교회는 내가 학교를 왔다갔다 할 때마다 지나가야 하는 교회였고, 그 교회 문 앞에는 엄청나게 큰 개가 있었는데 봄 쯤에 새끼를 8마리나 낳었다. 등교길에는 아빠가 자전거로 데려다 주시는 경우가 많았고, 오는 길에는 혼자 집에 왔는데 워낙 시골이었기 때문에 정말 산을 넘어 집을 왔다. 난 너무 힘들어서 교회 앞을 지나가면서는 잠깐 쉬면서 그 새끼 강아지 8마리가 엄청 큰 엄마개 젖을 먹는 장면도 보고 그 앞에서 서서 손 모으고 기도까지 했다. 8살 짜리가 뭐 그렇게 기도할 게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교회 지나가면서 거의 매일 기도를 했다.
바람직한 기독교인이던 8살의 나는 어느 일요일 또 교회에 갔다. 그런데 원래 우리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안나오시고 어떤 아저씨가 (뭐 교회에서 장로님 쯤 되는 분 아니셨을까?) 오늘 선생님이 안오셔서 내가 대신 수업을 하게 되었다며 애들 앞에 앉으셨다. 그러더니 "내가 성경에 대해서는 너희들에게 이야기 하기 좀 어렵고, 니들 6.25 아냐? 내가 6.25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하면서 6.25 이야기를 해 주셨다. 지금도 생각나는게 중공군이 쳐들어 와서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사람이 밀려들어와서 한국군이 쫓겨났다. 하는 내용.
지금 생각하면 참 그 장면이 웃기다. 8살이면 완전 애기들인데 왜 그 분은 그런 이야기를 애들 앉혀놓고 하셨던 것일까! 어찌되었든 난 그날 수업 끝나고 엄마에게 "엄마 오늘 교회에서 들은 이야기이인데.. " 이러면서 그대로 들은 이야기를 전했고 우리 엄마는 "무슨 그런 이야기를 했대~~참나." 하면서 기가 막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