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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상상

일상 2012. 7. 19. 18:21

나는 대학시절을 혼자 보냈다. 안 친한 사람들에게는 친척언니와 살고 있다 혹은 친구와 살고 있다고 뻥을 좀 쳤다. 왜냐면 내가 혼자 살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내 방을 드나드는 것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데 하루 종일 갈 데 없는 날은 정말 곤욕이었다. 난 특히나 작은 방에 살았기 때문에 하루종일 그 작은 방에 갇혀 있으면 내 마음까지 덩달아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혼자 번화가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애인이나 친구와 재밌게 웃고 떠드는 걸 보면 더 우울해졌다. 그런데도 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다 뿌리치고 살았으니 참 미련했다. 아니지 그냥 이건 내 성격이지...

대학 때는 혼자사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기대를 감당하기 좀 힘들었다. 이건 정말 내 입으로 담고 싶지도 않은 표현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하겠다. 남자들은 혼자사는 여자친구의 집을 돈 안드는 모텔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친구가 혼자 산다고 하면 이야 좋겠다. 하다가도 결혼할 여자는 혼자 살았던 여자는 꺼려진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면 정말 화가 났는데 나는 그런 미친 마초들의 사고방식에 굴복하여 혼자 안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으니 나도 참 못난 거 같다.

직장을 구하다보니 인천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곳이 워낙 한정적이라 웬만하면 자취를 안하려고 노력 중인데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아 정말 진심으로 인천은 시청, 종로, 여의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멀다.

나는 솔직히 혼자사는 것이 너무도 싫다. 외롭고 자기 전에 무섭고. 겁이 많은 나는 예전 집에서 혼자 살 때도 옆에 각종 공구들을 두고 잤는데, 솔직히 강도가 들어온다고 해서 내가 그 공구로 뭘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그랬다. 이쯤되면 강박증인건가.  

운전을 해서 왕복을 해볼까 하다가도 낮에는 하겠는데 비오는 밤에 내가 운전을 해서 왕복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하고, 내동생은 오빠가 아니어서 그런지 걔가 다닐 직장이랑 좀 멀더라도 누나 혼자살기 위험하니까 같이 살고 니가 왕복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죽어도 싫댄다.; 우리 부모님은 직장만 되면 그냥 무조건 어디든 가서 자취하라는 주의고. 내동생은 경기 남쪽으로 나는 경기 북쪽으로 엄마아빠는 인천으로. 나랑 동생 모두 결혼 안했는데 집이 경기도 인천 지역으로만 3개로 나뉘게 생겼네.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이 걸린다면 어떻게든 자취하는 게 맞는 거겠지? 1시간 30분 정도만 걸려도 얼마든지 왕복할 수 있는데. 왕복4시간은 할 자신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통근거리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겠지만 지금봐서는 어림도 없어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이 맞나보다. 서울에서는 경기도 남쪽 북쪽 어디든 직통 버스로 갈 수 있는데 인천에서 직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아 이래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가 가는 회사도 서울에만 살면 꽤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