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토마스앤더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3.05 Punch-Drunk Love

Punch-Drunk Love

위로 2012. 3. 5. 00:02

주말동안 할일이 없는 나는 가끔 영화를 본다. 그리고 야구 시작 전 까지는 주말동안 나의 낙은 영화가 될 전망이다. 

 Punch-Drunk Love :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감독이다. 내가 본 그의 영화는 "매그놀리아" 밖에 없다. 매그놀리아는 총 두번을 본 것 같은데 첫번째 봤을 때는 뭔지 잘 모르고 봤지만, 두번째 봤을 때는 그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너무들 불쌍해서 눈물을 좀 많이 흘렸었다. 부기나이트와 데어윌비블러드 는 아직 못봤는데 이상하게 안 땡긴다. "매그놀리아"의 팬인 내가 저 두 영화 때문에 폴토마스앤더슨에게 실망할까봐 일부러 멀리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요즘 재밌는 영화 물색 중이니까.

  펀치드렁크러브는 처음 나왔을 때 부터 보고 싶었다. 제목부터 좋지 않은가? 사랑에 펀치드렁크한 상태라는 뜻이니 말이다. 영화의 앞부분은 솔직히 참기 힘들 정도로 짜증이 났다. 폴토마스앤더슨 영화니까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인내하며 꾹 참았다. 7명이나 되는 누나들의 짜증스러운 전화들과, 폰섹스 업체에 전화 한 것을 빌미로 베리(아담샌들러) 를 협박하는 악당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은 신경을 긁는 영화음악과 더불어 영화를 그만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만큼 보고 있기 힘들었다. (어쩌면 감독이 그를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사랑에 빠진 후 변하는 베리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식품회사에서 하는 항공마일리지 적립 이벤트를 이용하여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마트의 푸딩을 사 모으는,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물건을 때려부수는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베리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고 나서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로맨틱 코메디 처럼 달콤하지도 않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남자가 좋아서 일부러 찾아온 여자로 인하여 둘은 사랑에 빠진다. 정말 이런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에서 이토록 사이코 스러운 남자를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폴토마스앤더슨은 아담샌들러를 좋아해서 반드시 이 영화의 주인공을 아담샌들러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담샌들러는 베리 역할에 딱이다.
  베리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외로운 사람으로  어느날 밤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에 신문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데 그건 폰섹스 업체 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베리의 말을 듣고 돈을 요구하나 베리는 거절한다. 폰섹스 업체의 여자는 악한들을 보내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베리는 악당들에게 실컷 얻어터지고 도망을 다닌다. 갑자기 찾아온 레나(에밀리 왓슨)와 사랑에 빠진 베리는 출장 차 하와이로 간 레나를 따라 하와이 까지 날아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하와이에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만난 악당들은 일부러 차량사고를 내고 그 사고로 인하여 레나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다친다. 겁쟁이였던 베리는 레나가 피흘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차문을 박차고 나가서 쇠파이프로 악당 일당을 하나둘씩 개패듯 패서  악당을 처단하고, 폰섹스 업체인 "매트리스맨"이 있는 곳으로 비행기를 날아가 업체대표(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게 그만 하라고 경고를 하고 돌아온다. 

  베리가 악당들을 쇠파이프로 무자비하게 패는 장면에서는 쾌감이 대단했다.(누가 맞는거 보면서 이렇게 좋아해보기도 처음이었다) 왜냐면 난 앞에도 말했지만 그 악당들이 협박하는 모습 때문에 영화를 꺼버릴까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적 이미지였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폰섹스 업체 대표이자 입만 열면 욕인 쓰레기같은 인물로 잠깐 나오는 장면도 재미있다. 그가 베리의 경고를 듣고 나서 뒷통수에 대고 욕하는 장면에서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목청이 어찌나 좋든지 미국욕을 말도 못하게 맛깔나게 한다.
 
  저 포스터에 나오는 하와이에서의 키스신은 두고 두고 계속 떠오를 것 같이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화면 전체에 무지개 빛이 흐르고 베리와 레나 이외의 보행자들을 다 그림자의 모습으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여 레나와 베리에게 집중하게 하는데 배경음악은 He needs me 라는 몽환적인 여자가수의 노래.  저 장면은 폴토마스앤더슨이 실력발휘 제대로 한 장면이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베리가 맨처음 레나를 만나는 날 발생한 갑자기 날벼락처럼 길에 작은 풍금이 떨어지는 사건같이 어쩌면 사랑은 경이롭고 신기한 사건이고, 그에 버금가는 기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이라는 생각을 영화를 본 후 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요즘인데 영화 속 베리와 레나처럼 잘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그런 사랑들도 모두 기적같이 대단한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이 기적과도 같기 때문에 나에게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잡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중간중간 주황색 배경에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무지개빛이 일렁거리는 화면은 사랑의 빛깔 같았다. 몽환적이고 꿈을 꾸는 것 처럼 예쁘다. Punch-Drunk 된 것 같은 사랑에 빠지면 정말 세상은 그런 빛깔인걸까. 아직 잘 모르는 내가 새삼 불쌍해 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