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복숭아 뼈

일상 2015. 2. 15. 23:51

 1.  발의 붓기가 안 빠지고 있다. 저번 주말도 이번 주말도 거의 아무 것도 쉬고 있는데도 나아지질 않는다. 내 왼쪽 발을 잘 보면 발가락 사이 사이에도 멍이 들어 있다. 발의 멍과 붓기를 볼 때마다 넘어졌을 때 고통이 생각난다. 정말 아팠다.  복숭아뼈가 붓기 때문에 사라져서 아직도 안 보이는 상태다. 반깁스를 한 이후로는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되어 매일 매일 고무줄 바지만 입고 있다. 그 바지만이 무릎까지 접어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바지는 전부 스키니라 올라가지 않고.. 스타킹은 한 쪽을 무릎 까지 자르지 않는 이상은 못신을 거다. 

 

2.  폴 토마스 앤더슨의 새 영화가 나왔다. 이번 영화 포스터도 역시 멋지다. 아마 영화도 멋질 것이다. 난 아직 There wil be blood 도 안보고, Master 도 못봤지만, 그 이외 다른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는 무지 좋아하니까. 언젠가는 다 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There will be blood 는 어린 애가 귀 머는 장면부터 불쌍해서 보기를 멈춘 뒤로 못보고 있다. 새 영화가 나왔다길래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구글에서 Paul Thomas Anderson 을 쳐봤다.


 


  만 27세에 부기나이트 같이 대단한 영화를 만드신 분이 얼굴도 이렇게 잘 생기셨다니. 오늘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를 모조리 찾아서 봐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어떻게 생긴지 모를 때도 그의 영화를 좋아했지만, 얼굴을 보니 더 좋아지는 이 마음은 어쩔 수가 없군.

 

3.  친구와 4월 말에 대만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일기에 종종 등장하는 친구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친구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함께 1박 2일 여행도 한번 못가봤다. 올해 정말 큰 맘 먹고 시간 내서 가는 거라 기대가 된다. 서로 게으른 편이라 맘이 편하다. 오늘 여행상품을 검색해서 싼 걸 찾긴 찾았는데 비행기가 불안하다. 오늘 내가 찾아서 예약 걸어놓은 대로 확정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4.  작년에 본 영화가 대부분 다 좋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을러서 여기 다 감상평을 쓰진 못했지만, 정말 전부다 괜찮았다.

 

원데이, 이터널 선샤인, 킬러들의 도시 (한국 영화 제목 왜 이러는지... 원제: In Brugge) , 어바웃 타임, 남자사용설명서, 싱글맨, 노트북, 부기나이트, 겨울왕국, 주먹왕 랄프, 언어의 정원, 인 디 에어, 공주와 개구리,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 그랜토리노, 아이 엠 러브, 좋은 친구들 (마틴스콜세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늑대아이, 아르고, 그녀, 로마 위드 러브, 초속 5cm, 엣지 오브 투마로우, 컨저링, 풀 메탈 자켓,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드래곤 길들이기2, 블루 재스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보이후드, 제인에어, 나를 찾아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시리어스 맨

 

이 중에서 어바웃 타임, 로마 위드 러브,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엣지 오브 투마로우, 초속 5cm, 드래곤 길들이기 2 빼고 다 좋았다. 진짜로.

 

어바웃 타임은 너무 교훈을 주려고 해서 싫었고,

로마 위드 러브는 아무리 이게 영화 컨셉이라지만 너무 성의 없이 만들었고,

혹성탈출2 는 인간 쪽 이야기가 너무 약해서 지루했고,

엣지 오브 투마로우 는 로봇 수트 입은 전투신이 너무 투박하고 약했고,

초속 5cm 는 나쁘진 않았지만 일본 애들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은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좀 했고,

드래곤 길들이기2 는 안 만드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기억나는 장면이 없다.  

 

최고를 뽑기 어려울 정도로 다 좋았지만, 역시 최고 재밌었던 건 샤이닝이고, 보면서 깔깔 웃었던 건 좋은 친구들 이다. 특히 가발 선전 하던 아저씨가 로버트 드니로한테 맞는 장면이 최고 웃겼다. 다시 본 영화였는데 역시 명작.

 

5.  집에서 가만 있다보니 핸드폰에 있는 음악 랜덤 플레이 하기도 지쳐서 가지고 있는 CD 좀 찾아서 들으려고 오랜만에 CD 장을 봤다. 그런데 내가 Pat Metheny Group 의 Letter from Home 앨범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난 내가 이 앨범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아마 사놓고 한번이나 듣고 안들었나보다.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며 일기를 적고 있다. 이 좋은 앨범을 내가 왜 사놓고 열심히 안들었는지 모르겠다. Simon and Garfunkel 앨범도 있는지 몰랐는데 CD 장에 고이 꽂혀 있었다. 그나저나 사이먼 앤 가펑클 아저씨들 CD 표지에 있는 사진 진짜 촌스럽다.

 

6.  아빠가 인터넷 쇼핑을 못하셔서 내가 가끔 CD를 사서 드린다. 그런데 아빠에게 사줬던 CD 를 또 사드리는 실수를 범하였다. 내가 전에 브람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이미 사드렸댄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또 브람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샀다.. 아빠는 그래도 다른 연주 버전이니 비교하며 듣는다고 받으시긴 했는데 다른 때처럼 기뻐하지 않으셨다. 왠지 죄송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매년 똑같은 제도 선물세트 받는 에단 호크 보면서 어떻게 자기가 준 선물도 기억을 못하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똑같은 짓을 했다.

 

7.  오늘 배철수의 음악캠프 아티스트 스페셜은 스매싱 펌킨스 였다. 난 스매싱 펌킨스가 해체 했을 때 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의 전성기 시절을 모른다. 당연히 공연 같은 것도 볼 수 없었다. 배철수 아저씨가 스매싱 펌킨스의 한국 공연 대단했다고 말하는데 부러워 죽을 뻔 했다. 난 Nirvana 보다 Smshing Pumpkins 가 더 좋다. 물론 둘다 좋고 둘다 대단한 매력이 있고, 너바나도 좋아하지만, 굳이 꼭 하나를 꼽으라면 스매싱 펌킨스 음악이 더 세련되고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바나는 뭐... 음악적 완성도 이런게 필요 없을 정도로 멋지고 상징적인, 락스타라는 말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밴드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바나 에 비해 저평가 된 스매싱 펌킨스에 좀 딱한 마음이 든다.

   첫 곡으로 Today 의 기타 간주가 나오는데, 가슴이 콩닥 콩닥 뛰었다. 난 여전히 이 노래의 가사를 다 외우고 있고, I'll burn my eyes out 이라는 가사가 이렇게 좋은데, 나이만 33살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Smashing pumpkins 의 Siva 라는 곡을 참 좋아한다.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보니 빌리코건 너무 젊어서 적응이 안된다. 이 곡은 Sprinkle all my kisses on your head 라는 가사가 좋다.

 

 

 

7.   다음 주는 이틀만 일하면 된다. 설 연휴 끝난 후에는 구두 신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발이 나아 있었으면 좋겠다. 쓸 데 없이 일기가 참 길었는데, 알다시피 할 일이 참 없어서 그렇다.

 


저번에 간단히 쓴다고 해놓고 구구절절 너무 길게 썼다.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지금 내가 쓰는 글도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참고하셨으면.

1. 싱글맨

구찌 디자이너였던 톰포드가 감독한 영화.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의 향연.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나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런닝타임 내내 눈호강 제대로 할 수 있다. 한동안 핸드폰에 넣고, 좋아하는 장면을 몇 번씩 리플레이했다.

가끔 보면 영국인을 동경하는 미국인들이 많은 것 같은데 톰포드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톰포드가 영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미국사람이었다. 이 영화 주인공이 영국에서 온 미국대학 교수인데, 뭔가... 영국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워낙 많이 나와서 톰포드가 영국 사람인 것으로 착각할만도 하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죽고 싶었던 남자가 간신히 삶의 희망을 찾았는데 죽어버린다는 이야기다. 다른 건 다 재쳐두고 멋을 잔뜩 부린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꽤 뜻 깊었던 영화다.

2. 센스 앤 센서빌리티.

한 10년 전부터 이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드디어 봤다. 페라스 역할에 맹한 젊은 시절 휴그랜트가 그렇게 적역일 수 없었다. 제인 오스틴은 여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남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리숙하지만, 다정하고, 나만 바라봐주고, 능력도 있고, 속깊고, 진중하고, 가볍게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진심이 느껴지는. 등등 더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제인 오스틴 시대나 지금이나 그런 남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인 오스틴이 괜히 평생 혼자 산 게 아니다.

지금은 거물이 된 이안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인데, 영화만 봐서는 동양 사람이 감독인 거 전혀 느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안감독이 아시안으로서 자존심을 버렸다고 (특히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한 뒤로) 싫어하지만, 이 정도로 국제적 감각을 가진 동양 감독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미국 배경이든 유럽 배경이든 중국 배경이든 자유자재.

그나저나 브로크백 마운틴은 보고 싶긴 한데 언제나 집에 엄마아빠가 계시니 볼 수가 없다. 휴. 나이 32살인데 아직도 이런 거에 엄마 아빠 눈치를 보다니...

3. 노트북

이 영화 매니아층이 꽤 있는 거 같던데. 난 정말 재미 없었다. 여자주인공이 진짜 나쁜년이다. 남자 주인공도 좀 싸이코 같다. 나 버리고 떠난 여자 그리워 하면서 왜 전쟁 미망인은 매일 밤 불러내서 같이 자는 것이며, 여자 주인공도 진심으로 자기 좋다는 백만장자에게 사랑한다고 해놓고 종종 첫사랑 남자 만나서 바람이나 피고. 대체 사람들은 이 영화가 왜 좋아하는거야? 이해불가.

두 남녀가 너무 민폐다. 아무리 어린시절 풋사랑으로 어쩔 수 없이 헤이져 서로 그리워 했대지만.

4. 부기나이트

이 영화에 대해서는 꽤 긴 포스팅을 남기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짧게쓰게 되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내가 중학생 때 개봉했다. 그 때 당시 영화 잡지고, 신문이고 난리가 났었다. 천재 감독이 나타났다고.

이 영화를 만들 당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29살.

난 만으로 쳐도 벌써 30살 인데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29살밖에 안된 영화 감독이 이정도 작품을 내놓았으니 당시 세계가 난리가 날만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1970년 대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고, 포르노 업계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미국 사회를 정말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제일 놀랐던 장면은 등장 인물 이름이 빨간색 네온 사인 느낌의 자막으로 나오며 영화 속 포르노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영화 안에 그대로 사용한 장면인데, 그 장면은 지금 봐도 정말 혁신적인 연출 방법이다.

또 돈 치들 (극에서 포르노 업계에서 번 돈으로 오디오 가게를 열고 싶어하는 "벅" 역할) 이 임신한 부인을 위해 빵을 고르는 장면인데, 그 때 돈 치들을 진열된 빵 시점에서 얼굴을 카메라로 잡는데 그것만으로도 그 가게에서 심상치 않은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을 관객은 느낄 수 있다. 이런게 영화적인 기술인가 싶었다.

덕 디글러가 신예 포르노 배우에게 밀려나며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잭을 떠나 거리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거나 몸을 팔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다시 잭을 찾아갔을 때 잭이 덕을 용서하고 받아줘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참고로 난 그냥 모자이크 버전으로 마지막 장면을 봤는데 (모자이크 없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음) 그 장면이 선정적이다는 소문으로 유명해졌지만, 어떻게든 그 시대를 다시 살기로한 한물 간 포르노 배우 덕 디글러의 결의와 희망이 느껴지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파격적이긴 하지만, 그의 거대한 성기 덕분에 포르노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으니, 그런 방법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알맞는 연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이래서 좋다.

어쨌든 끝에 가서는 인간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힘들고 한 때는 누구나 나를 혐오하고 나조차도 나를 혐오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넌지시 희망을 던져주니 말이다.

진짜 잭이 덕을 다시 받아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5. 겨울왕국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라푼젤 보다 겨울왕국이 더 좋은 것인가 진지하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라푼젤을 한번 더 봤다. 그리고 역시 디즈니 영화 중 최고는 라푼젤이구나 하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엘사라는 이제껏 디즈니에서 볼 수 없었던 걸출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좋게 볼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연관성이 라푼젤 보다는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라푼젤에서는 라푼젤과 유진이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안나랑 크리스토프는 갑자기 왜 뜬금없이 좋아하는 것인지 좀 의아했다.

하지만 못말리는 라푼젤빠인 나도 한동안은 겨울왕국이 너무 좋아서 사운드트랙을 하루에 2번 이상씩 듣고, let it go 동영상을 하루에 적어도 5번 이상 씩은 돌려보고, 극장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2번이나 시청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엘사가 방에 갇혀 있을 때, 엘사가 자기 정체가 밝혀져서 도망갈 때, 울라프가 친구를 위해서는 녹아도 괜찮다고 했을 때도 눈물이 났다.

이정도면 라푼젤 만큼은 아니지만, 겨울왕국도 아마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10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겨울왕국에 라푼젤 제작진도 참여했다는데, 대체 왜 남자 주인공들의 얼굴이 그렇게 현저히 못생겨 질 수 있지 궁금하다. 왕자님도 크리스토프도 너무 못생겨서 디즈니에 항의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유진은 진짜 완전 최고 멋있는데.... (심지어 성격도 남자답고) 근데 크리스토프는 아니야. 안 멋있어. 진심 슬펐다. 이 점이. 그리고 이 점이 라푼젤이 최고라는 내 결심을 더 굳히게 만들기도 했지....


Magnolia

위로 2007. 12. 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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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Thomas Anderson

188분

1999년작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1999년에 본 영화라 확실치 않지만,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대략 이렇다.

어린남자애는 퀴즈쇼에서 승리를 거듭하는 아이이다. 그애의 엄마는 하루종일 책만 읽히라고 시킨다.
(퀴즈쇼의 상금을 주는 사람이었는지 방송국의 사장이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간신히 생명만 유지하고 있는 부자 할아버지가 있다.
그 할아버지와 결혼한 젊은 여자가 있다.
그 할어버지가 어렸을 때 버린 아들이 있다.
퀴즈쇼를 진행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친딸을 성추행 했다.
그 남자의 친딸은 어렸을 적 상처 때문에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
그 딸은 경찰인데 총이나 잃어버리는 남자를 만난다.

한 명은 잘 기억안나지만 어찌되었든 이 영화는 각 주인공이 어떤 배우인지 거의 중요치 않은 영화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주인공들은 그들은 각각 자기의 삶을 살아가며 영화는 저 모든 인물의 숨겨진 상처를 아무 감정없이 묘사한다. 저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저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냄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인물의 감정과 상처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에 감탄하게 되고 이는 소름까지 오싹 돋는 수준이다.  

특히나 모든 등장인물이 갈등에 다달았을 때, 그리고 그 갈등이 기적과도 같은 비가 되어 내릴 때. 전 출연진이 wise up 을 따라부를 때. 이 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 완전히 벅차오르도록 하는데 당신이 조금 우울하고 충분히 울만한 상황이 되었다면 당신은 울지도 모른다. 나 역시 괜히 눈물이 났다. 영화에서는 유치하기 그지없는 감정의 과잉도 전혀 없는데 말이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조선일보에서 이동진 기자가 했던 평이 생각난다. 별 다섯개 만점에 다섯개를 매기면서 "별 다섯개는 이런 영화를 주라고 만든것!" 이었다.

다시한번 보기에는 내 감정이 너무 약해진 상태라 볼 용기는 없다. 매그놀리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치유하고 싶다면, 188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을 투자해서 크게 감동받고, 그 감동 때문에 며칠간 잔상에 시달리고 싶은 당신이라면 한 번 볼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내용도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이렇게 소개글을 쓰고 이 소개글 역시 형편없지만 내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은 생생하기 때문에 믿어도 좋다. 적극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