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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4 차라리 다시 아플 수 있다면? 6

내동생이 여자한테 차였고 그 뒤로 못 잊고 있다. 내동생의 신변을 위하여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동생보면서 예전 생각이 나서.
난 내가 참 친구가 없다고 생각을 했지만, 주변을 보면 다들 마찬가지인 거 같다. 다른 사람을 보면 다들 나보다 덜 외로운 것 같지만 결국에는 정말 친한친구는 한 두명 이내고, 그보다도 못한 사람이 많았다. (난 행복한 사람이야. 그나마)
난 남자때문에 괴로울 때 그나마 만나주는 친구가 몇 명은 있었는데 복학생에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동생 주변에는 불행히도 그런 친구도 없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내가 남자에게 차였던 때 주변 사람들이 참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줘서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았는데 결국 그게 다 맞는 말이었고 나 역시 동생의 고민상담에 똑같이 대답하고 있다.

사랑을 못 받아서 외롭다는 감정은 좋아하는 특정 사람이 있을 때만 느끼는 감정인 거 같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느끼는 근본적인 외로움이야 어렸을 때 부터 계속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하지만 길가다가 전화하고 싶고, 지금 불러내서 맥주나 마시고 싶고, 문자보내고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전화하면 안 받을 거 같고, 맥주 마시자고 불러내면 안나올 거 같고, 문자보내면 씹힐 거 같은 그런 두려움과 비참함은 또 그런 근본적인 외로움과는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외롭다' 고 표현하긴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외로운 게 아니고 비참한 건데. 그런 류의 비참함은 특정 사람이 날 사랑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고 어떻게 보면 정답이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별 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야 뭐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도 없는 어떻게 보면 짝사랑 하는 여자보다도 못한 상태지만, 난 지금이 좋다. 롤러코스터 노래 가사 중에 '차라리 다시 아플 수 있다면' 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난 지금 이 상태까지 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 감정적으로 편하고 좋다. 절대 다시 아프고 싶지 않다.
그때 당시 내가 주변 사람 특히 가족들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가끔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어진다. 결국 내가 그 당시 정말 듣기 싫어했던 말이 정답이었지만 난 쓰잘 데 없이 내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했다.

요즘은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그냥 미래에 누군가는 내 곁에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하고 하루에 닥친 일을 하면서 살다보면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혹시 내 친구나 가족 중에 날 받아주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빨리 포기하고 외롭지는 않고 조금 심심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