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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9 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 8

어떻게 보면 나는 준비된 노처녀였다. 남자 만나는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또 이건 얼토당토 않은 얘기긴 한데 한때는 내가 무성애자가 아닐까 심각히 고민도 했으니까 말이다. (무성애자 테스트 해주는 기관이 있나 심각히 알아본 적도 있음) 

근데 내가 무성애자 인게 아니라 짧은 만 29년을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맘껏 사랑받아본 적 없는 가련한 인간이라서, 내가 사랑 받지 못한 게 아니라 어쩌면 내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혼자 위안하고 자괴감을 무마 시키려고 한 것 같다. 내가 설마 무성애자겠어. 이거 참... 하우 피티 라이프 구만. 쩝. 

난 친구가 5명 정도 밖에 없는데 신기하게 이날 이때까지 결혼한 친구가 없었다. 그런데 토요일에 오랜만에 만난 제일 친한 친구 한명이 10월 결혼소식을 전했다. 

무척 행복해 보였다. 남자친구의 사진도 봤는데 인상도 좋고 잘살 것 같고. 부러워 죽을 뻔 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결혼할 마음이 먹어지는 건지 너무 너무 신기했다. 나는 그런 마음 자체가 안들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물론 나랑 결혼할 마음을 먹는 남자도 없지만 크크큭)
사실 예상은 좀 했었다. 내 친구는 친구들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일절 안하는 친구였다. 나한테 남자친구 소개 시켜준적도 한번도 없고 사진 한번 보여준 적 없고, 싸웠단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오히려 좀 섭섭한 적도 많았을 정도로.  

나는 연애할 때 정말 작은 것에도 세상이 끝난 것 처럼 크게 낙심하고 어떻게든 그 마음을 잊으려고 친구들한테 다 떠들고 그랬는데.

친구가 결혼해서 내 노처녀 처지가 더 부각되는게 아쉬운 게 아니라, 인천에서 같이 중학교 졸업하고 우리 만날까? 하면 30분 내로 만나서 햄버거 먹고 커피 마시고 했던 걸 이제 다신 못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는 수리역으로 벌써 신혼집도 정해졌댄다. 

내가 "이제 너랑 여기서 볼 날도 없겠구나. " 

이렇게 말을 했더니... 아무말 안하고 웃는거다. 정말 이제 인천에서 보기 쉽지 않겠지. 일년에 몇번이나 볼 수 있을까. 결혼한 친구가 없어서 이것도 감이 안잡힌다. 

말이 10월이지 나는 안다. 그 10월이 얼마나 빨리 올지. 

축하는 하지만, 이제, 내 친구는 가정에 충실하고 나는 어느때고 만날 친구 한명이 또 줄어드는 것이구나 싶었다.

가끔 사람들이 결혼하는게 친구가 한명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결혼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겠지만... 

만약 내가 마지막으로 남고 내 지금 친구들이 다 결혼해버린다면 아마 나도 결혼하고 싶어지겠지. 


기분이 너무 너무 이상하다. 내 친구가 결혼을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