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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2 2월 5일 화요일 - 교토 & 고베 9

얼마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인가. 이번 주말에는 약속이 하나도 없었다. 잠을 계속 잤더니.. 그래도 또 졸리네.
어찌되었든 여행 갔던 기억을 떠올려서 시작해보자면,
교토에서 기요미즈테라 이외에 별다른 구경을 못한 우리는 원래 가려던 나라 일정을 취소하고 교토를 한번 더 들르기로 했다. 전날 10분 차이로 입장하지 못했던 니조조로 가기로 하고 교토로 이동했다. 2월 5일에 교토로 갈 때는 limited express를 타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려 12번 버스를 타고 니조조마에역에서 내려  니조조(二条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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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조조는 160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숙소로 지은 성이라고 한다. 니조조의 좋은 점은 성 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못 찍었지만 금칠한 벽이나 벽화, 일본식 방이 꽤 볼만했다. 안에 실물크기로 사람 인형도 제작해 놓고 거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까지 써놓아서  재미있었다. 아 근데 영어로 써 있는 안내에도 그냥 '쇼군' 이라고 써 놓았던데 왜 '장군' 이라고 해석 안해놓았나. 생각을 했는데 '쇼군' 이라고 써 놓아도 외국 사람들도 그게 장군인지 다 아는 모양이다. 성 안 복도를 걸을 때는 눈치 못챘지만 니조조 안의 복도는 수상한 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삐걱거리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성에는 꼭 하나씩 있는 덴슈카쿠가 니조조안에는 불타서 없다.
난 기요미즈테라보다 니조조가 더 좋았다. 정원도 아담하니 이쁘고 무엇보다, 성 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교토에서 고베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교토에서 딱 하나 더 볼 수 있는 시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킨카쿠지(金閣寺)를 보느냐, 긴카쿠지(銀閣寺)를 보느냐 고민하기 시작했다. 절 자체로만 보면 킨카쿠지가 더 멋있었겠지만 왠지 철학의 길 때문에 긴카쿠지도 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의 길이 있다고한들 그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순 없을 듯 하여 킨카쿠지로 결정하고 다시 12번 버스를 타고 킨카쿠지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 니조조를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모두 킨카쿠지로 향하는 것 같았다. (갔다와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보다 일찍 일본 여행 갔다온 사람이 말하길 긴카쿠지는 공사 중이라 별로 볼 게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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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카쿠지는 1397년에 별장으로 지었던 곳을 로쿠온지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신 3층의 사리전(위 사진에 보이는 킨카쿠)이 유명하여 모두들 킨카쿠지로 부르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킨카쿠지에 도착했더니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본에 온 이후로 비가 안 온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결국 우산을 쓰고 킨카쿠지의 정원을 구경하고 이젠 고베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교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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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돈이 좀 모자른 상태라 우리는 또 교토 시내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 먹자 하고 정말로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그 음식점은 내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일단 음식이 너무 짰다. 저 위에 보이는 건 동생 메뉴고 나는 카레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너무 짜서 더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반 이상을 남겼다. (태어나서 그렇게 짠 음식은 처음이었다) 일본 음식이 싱겁다는 건 다 거짓말.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저 음식점 컵에 휴지가 들어 있었다. 정말로 말 그대로 휴지였다. 그냥 깨끗한 휴지도 아니고 테이블을 닦은 휴지가 내 컵안에 들어 있었다. 난 한모금 마셨었는데.. 한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보니 거기 더러운 휴자기 들어 있는 것 아닌가. 맹새코 내가 넣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물을 받자 마자 마시고 발견한거니까.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결국 여기 휴지 들었다고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동생 물 마셨다. 완전 기분이 나빠져선 일본이라고 뭐 특별히 깨끗하고 실수 없는 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음식점을 나왔고 너무 짜서 제대로 못 먹은 배를 채우기 위해 옆에 있던 제과점에서 빵을 사 먹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다시 오사카 가는 전철을 탔다.

우메다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교토와 정반대방향인 고베(神戶)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트이지만, 사람들 말이 고베는 야경 빼면 볼 것 없다고 해서 굳이 오랜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산노미야역에 도착해서 기타노이신칸카이를 가려고 보니 이미 씨티루프(고베 시내 관광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버스)도 끊길 시간이고 가봤자 많이 못볼 것 같고 하여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뭐 기타노이신칸카이 그냥 이쁜 집들 빼면 볼 거 없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산노미야 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토마치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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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마치역에서 메리켄파크로. 메리켄파크에서 고베항으로 걸어서 도착. 고베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여기 완전 월미도다 월미도! 이랬다. 고베라는 도시 전체의 느낌이 인천 중구 신흥동 같았다. 인천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개항을 했고, 고베도 일본에서는 빨리 개항을 하여 기타노 이신칸카이 같은 외국인 거주지역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개항한 만큼 빨리 흥하고 또 지금은 도시 전체가 좀 죽은 느낌이 들었다.  (고베는 1868년 개항, 인천은 내 기억으론 1883년 개항) 고베 역시 인천항 주변처럼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흥했고 지금은 별 볼 일 없어진, 뭐랄까 그런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처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월미도처럼 사람이 별로 없기도 마찬가지. (고베가 인천보다 도시 자체 겉모습만으로 보자면 100배는 더 세련되긴 했지만)
고베에 오면 대부분 아리마온천인가? 거기를 가던데 전에도 말했듯이 뜨거운 곳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온천도 과감히 생략했다. 결국 내가 고베에서 본 거라곤 야경 뿐인데,.. 책이나 인터넷이나 백만불짜리 야경 어쩌고 하지만, 백만불 짜린 아니고. 야경보다 그냥 우리 동네 분위기 나서 그게 난 더 좋았다.  
어렸을 때 TV를 통해 봤던 고베 지진을 아주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내 동생은 전혀 기억이 없댄다. 1995년이면 난 초등학교 6학년 때고 동생은 2학년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느 부근이 피해가 최고 심했는 지 모르겠지만 지진이 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고베는 낡았지만 정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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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다시 쓰는건지! 3월 2일에 쓰다가 결국 마무리 못 짓다가 오늘이 벌써 3월 7일!
일단 고베 여행기를 어떻게 쓰려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사진 보니까 고베항을 얘기하려고 했나보다. 음.. 고베항을 온 이유는 거기 야경이 이쁘다고 해서 였는데 야경을 볼만큼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고베시내로 가서 시내구경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서 그냥 고베항 주변을 슬슬 걷는 데 바닷바람이 처음에는 상쾌하다가 나중에는 어찌나 차갑든지. 추운 칼바람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이었다.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딜가나 바글바글하던 한국 사람도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의외로 고베항에 뭔가가 없어서 딱히 구경할만한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없이 시간 보낸 곳 여기 고베항 아니었나 싶다. 계속 걷다보니 쓰잘데 없이 다리도 많이 아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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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포트타워 전망대를 갈까? 했는데 그것 역시 과감하게 생략.;; 결국 고베에서 한 거라곤 역에서 내려서 고베항 걸어다닌 것 밖에는 없었다는 거. 고베 포트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를 봐도 별로 볼 거 없을 것 같고, 도시방향을 봐도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딱히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고베 포트 타워는 높지도 않고 많이 낡았지만 모양이 귀여웠다. 근데 일본은 어딜가도 타워가 있는데 원래 도시에는 그 상징인 타워 하나씩 만드는 게 당연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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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고베항 주변을 돌기에는 너무 추워서 유명한 레스토랑인 모자이크 가든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던 팬시점 구경도 하고 오락실도 구경하고 그랬다. 팬시점 같은 건 우리나라 코엑스에 있는 팬시점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별다르길 기대했던 건 가격이었는데 일본 현지에서도 비싸서 결국 그냥 안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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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밤이 되었고 우리는 야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삼각대도 없고 DSLR 카메라도 아니라 찍기에 많이 힘겨웠는데 심지어는 내동생이 내머리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내 머리를 삼각대 삼아 찍어보려고 했음에도 찍을 수 없었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해서 집에 가자 했는데 저 멀리 한큐 라고 써 있길래 옳타쿠나. 저기에 한큐전철이 있나보다. 하고 갔는데 거기는 한큐전철역이 아니라 한큐백화점이었다. 난 한큐가 철도전문 회사인 줄 알았더니 (우메다역에서 한큐전철만 봤기 때문에-지금 생각함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다.;) 그게 아니어서 괜히 백화점까지 갔다가 다리만 더 아파지고 말았다. 결국 저 멀리에 있는 모토마치역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에 인천 차이나타운과 꼭 닮은 일본 차이나타운을 봤고 그 날 밤 세븐 일레븐에서 야식을 구입할 때 쯤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지쳐서 야식을 구입했고 숙소에서 야식먹으며 TV를 보고 씻기 귀찮아서 죽겠다 투정부리며 늦게만큼 씻고 잠들었다.

우와.. 이 포스팅 진짜 무지하게 길다. 나중에 이렇게 여행기 쓰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날이 왔음 좋겠네.